자세히보기 2017년 5월 1일

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 알록달록! 머리색 바꾸려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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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인사이드 4

알록달록! 머리색 바꾸려면 얼마?

북·중을 오가며 소호무역을 진행하는 개인사업자의 단둥 소재 사무실에 한국산 염색약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모두 북한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정은이

북·중을 오가며 소호무역을 진행하는 개인사업자의 단둥 소재 사무실에 한국산 염색약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모두 북한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끄는 제품이다. ⓒ정은이

북한 주민은 구호 물품이나 개성공단 생산 상품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는 친척이나 남한 연고자 가정 등을 통해 다양한 경로로 남한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다. 이러한 남한 문화의 북한 사회로의 유입은 북한 주민의 의식변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하나의 ‘유행’을 양산하여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조해낸다.

원래 북한에는 ‘유행’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북한 주민이 평상복이나 외출복을 입었다고 해도 우리의 시각에서는 계절적 차이만 보일 뿐 마치 단체복을 입은 것과 같이 차림새가 비슷했다. 유행이라면 ‘김정일 점퍼’ 등 선전용에 불과했다. 헤어스타일도 마찬가지다. 북한 주민은 ‘파도머리’ 스타일 등 국가에서 정해준 15가지의 헤어스타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여기서 조금만 이탈해도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나는 자본주의 스타일이라고 규정하여 단속 대상이 되며, 단속에 걸리면 학교나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그럼에도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가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면서 개인의 독특한 취향이나 특성이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젊은 층 사이에 퍼져나가면서 이들 신세대가 유행을 선도하는 과감한 주체가 되고 있다. 북한의 남한 문화 모방은 초기에는 말투나 글씨에서 비롯되었으나 점차 대범해져 남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옷이나 화장, 헤어스타일, 액세서리 등으로까지 확대되었다. 북한의 한 청년은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남한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한창 북한 내에 퍼지기 시작했을 때, 남한 문화를 접한 북한 젊은이들은 자유로운 복장과 헤어스타일을 마음껏 입고 따라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북한의 젊은이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 여성들 사이 매직펌유행

북한 내 장마당은 이들의 수요에 발 빠르게 호응했다. 중국을 통해 한국산을 들여놓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중국에서의 한류 열풍을 북한에 그대로 옮겨다 놓기 시작했다. 이제는 눈에 띌 정도로 사람들의 패션이 다양해졌다. 헤어스타일이 대표적이다. 여성들의 경우 2000년대 중반부터 머리를 곧게 펴는 직발, 이른바 ‘매직펌’이 유행이었다. 결혼한 부인들도 직발을 하면 처녀처럼 보인다고 하여 직발의 인기는 지속되었다. 북한 여성들은 머리를 손질하는 데 중국 돈 100~200위안을 지불하는 것을 결코 아까워하지 않았다.

이러한 수요에 맞춰 북한에도 미용실이 생겨났다. 이곳은 협동단체에서 운영하는 편의봉사소의 이발소가 아니다. 기관 이름을 빌려 개인이 운영하는 미용실이다. 미용사는 고가의 머리손질을 담당하는 만큼 기술개발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개중에는 중국에서 1~2년간 교육을 받고 온 전문가도 적지 않다. 상당한 투자를 통해 유행에 맞는 펌약이나 염색약도 해외로부터 들여와 사용한다. 이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투자 대비 꽤 많기 때문이다.

또한 개성이 중시되기 시작하면서 머리 염색을 하는 젊은 층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도 흰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하기는 하지만, 노랑, 갈색 등의 색깔로 염색하는 것은 지금까지 상상도 못할 일이였다. 북한에서 머리카락의 색깔을 바꾸는 것은 일종의 변형을 주는 행위라고 간주되어 당국의 처벌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국경 지역의 경우 외국 문물이 빨리 유입되어 2007년도부터 머리 염색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북송되어 돌아온 탈북 여성들 또는 중국을 다녀온 여성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퍼지다가 수요가 점차 증대되어 최근에는 2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머리 염색이 많이 이뤄진다.

돈 있는 계층, 고가의 한국산 염색약 고집해

이제는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장마당에서 얼마든지 염색약을 구입해 염색할 수 있다. 특히 장마당에 유입된 중국산이나 한국산 염색약은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중국산 염색약은 북한 돈으로 1만5천~2만원으로, 중국 인민폐로 환산하면 10~15위안 정도 된다. 그러나 한국산은 한국의 일반 약국에서도 약 8,500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으로, 결코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북한에서 매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통상 한국인이 도매가로 받아 중국인에게 개당 약 35위안에 팔고, 이를 북한 상인이 85위안을 주고 사간다. 값싼 중국 제품도 있지만 북한의 돈 있는 계층은 한국산을 고집하기 때문에 비록 고가이지만 수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북한 주민은 한류를 접하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하여 시장에서 제품을 구입한다. 물론 북한 주민에게 쌀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는 모든 상품의 가치척도가 쌀이라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이 비공식 부문에서 일공(일일 노동자)으로 고용되어 벌어들이는 하루 평균소득이 일반적으로 쌀 1kg인데, 한국 드라마 CD 1장이 쌀 1kg 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리는 상황이다. 이것은 그만큼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도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북한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여전히 내화로 가치가 측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 상품만은 달러로 가치가 측정되어 판매된다. 북한 4인 가족 한 달 생활비가 50달러 수준인데, 남한 영화 두 편 정도가 5~10달러, 드라마 한 세트는 20~3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서도 문화를 향유하는 데 계층 분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류 문화에 민감한 계층은 중산층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단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TV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한국 화장품을 비롯하여 쿠쿠 밥솥, 삼성 태블릿 PC가 장마당에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상품들이 북한에서는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정은이 / 한국수출입은행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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