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5월 1일

만나고 싶었어요 | “북한이 갖지 못한 평화의 무기를 휘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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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어요 | 손기웅 통일연구원장

북한이 갖지 못한 평화의 무기를 휘둘러야

 

손기웅 통일교육원장

손기웅 통일교육원장

Q.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했는데, 감회가 어떤가요?

A. 독일 유학 시절이던 1989년 11월 9일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에서 뭔가 일어났다는 얘기를 듣고 달려가 역사적인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현장에서 목격했어요. ‘민족은 하나이고 하나여야 한다.’는 깨달음과 소망을 가지고 1994년 통일연구원에 입사했고 지금까지 통일을 꿈꾸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 해왔죠. ‘나는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현장에서 체험한 사람 가운데 통일 문제를 전업으로 연구하는 유일한 한국인이다.’는 사명감으로 살아왔습니다.

저는 서독민이 통일을 준비하고 동독민이 통일실현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그러한 방향으로 우리의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바꾼 적도 없죠. 우리는 사회를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고도화되는 선진 민주사회로 만들어감과 동시에 북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이러한 과정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평화적인 선택과 결정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어요. 이것이 민족자결권의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국가성장을 위해, 민족의 미래를 위해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죠. 통일이 없이는 한반도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없어요. 통일연구원은 이러한 점에서 무엇보다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연구하고 제시해야 합니다. 통일연구원장으로서 이러한 통일의 길, 국가와 민족의 길에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자 해요.

 

Q. 최근 북한 상황, 특히 김정은 정권 안정성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또한 극한 대립을 향해 치닫고 있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또 다시 국제사회를 향한 무력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는지?

A.  많은 사람들이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에 관해 질문해요. 최근 북한을 방문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김정은 체제가 안정되었다고 얘기하기도 하죠. 저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 여부는 우리의 의지, 우리의 정책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김정은 위원장이 왜 군사적 도발을 하겠어요? 전면전을 벌이면 바로 그 순간이 자멸의 길이라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적인 도발을 일으켜 우리가 상황에 따라서는 미국과 합세하여 그에 대해 제한적으로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죠.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의 국력차가 현저히 나는 현 상황 속에서 남쪽으로부터의 어떠한 영향력도 차단한 채 권력 안정, 경제난 극복, 대량살상무기 고도화 등을 위한 시간을 벌면서 결국 분단을 더욱 고착화하고 자신의 체제를 공고화시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제력은 북한의 45배입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와 대등한 관계에서 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획책하고 있는 것이죠. 숙청, 처형 등 자기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주민들을 복속시키고 있잖습니까? 우리의 국가이익은 북한 핵문제 해결과 군사적 도발 억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을 넘어 통일에 이르는 것이죠. 통일은 결국 북한체제의 변화에 의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며,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의 술수에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핵무기 개발과 군사적 도발의 핵심은 김정은 체제의 생존과 유지죠.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적 책동은 지속될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력적이고 폭력적인 사태의 발생은 배격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이 군사적으로 도발하면 확실하게 응징해야 하죠. 우리의 안보를 확고하게 지켜야 합니다. 다만 동시에 북한체제가 평화적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김정은이 무력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 김정은에게 핵무기라는 것은, 그만이 가지고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비대칭 전력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만의 비대칭 전력을 가지고 있죠.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국가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른바 ‘평화의 무기’입니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그것이죠. 김정은 체제가 존속되는 한 절대 가질 수 없고 이루어질 수도 없는 우리만의 무기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를 마음껏 휘둘러야 해요. 북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구현된 이 가치들을 보고 듣고 깨닫도록 해야 하겠죠. 핵무기 개발, 군사적 도발로 과연 북한 주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인지를 말이죠. 그들 스스로 평화의 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실현될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려는 노력을 시작하도록 해야 합니다.

Q. 얼마 전 한반도 통일 환경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두 지도자가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번 회담의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지금의 미·중관계 사이에서 한국의 외교는 어떠한 방향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요?

A.  우리와 미국은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체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가입니다. 우리의 군사안보는 물론 경제안보를 위해 한·미 간의 공고한 협력은 국가전략의 기본이죠. 미국과의 관계는 북핵 폐기와 북한 도발의 억제만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로 만드는 일에 상호 협력하는 단계로까지 발전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한·미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다가가야 하죠.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독자적인 외교도 전개되어야 합니다. 대북 국제제재가 깊어질수록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며, 자칫 우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어요. 우리를 배제한 채 북핵을 포함한 북한 문제가 강대국 간에 논의되어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입각하여 한반도 전체가 우리의 영토라는 시각에서 통일을 지향하는 대북정책이 구사되어야 하겠죠. 즉 대북 국제제재가 엄중한 상황, 그리고 강대국 간에 북한 문제가 논의되는 상황에서 이들과 적극 협력함과 동시에 우리만의 통일·대북정책이 구사되어야 합니다.

Q. 이제 오는 59일이면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게 됩니다. 통일·대북정책과 관련하여 한국의 새로운 리더십이 갖춰야 할 가치는 무엇이며, 출범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A. 새로운 대통령, 새로운 정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남한의 지도자, 남한의 정부가 아니라 헌법에 따라 통일을 지향하는, 한반도 전체를 경영하는 대통령과 정부가 되기를 소망해요. 기본적으로 남한의 국가안보, 국가성장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것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그와 동시에 어떻게 국가성장과 민족의 장래를 위해 통일을 이끌어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추진해야죠. 분단관리가 아니라 통일지향 대통령과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남한의 주민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전개해야죠.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가운데 많은 국민들이 남한만을 자신의 국가로 여기고, 통일의 절실함을 잃은 채 분단구조에 적응하여 살아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을 지울 수가 없어요.

정책적으로 새정부는 우선 ‘통일준비’를 발전시켜야 합니다.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북한 주민들의 결단이에요. 그들 스스로 우리 체제를 인식하고 우리와 함께 하고자 평화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통일은 북한 주민들과 함께 이뤄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를 더 강한 선진 민주국가로 키우면서 이를 북한 주민들이 보고 듣고 느끼게 하는 통일준비를 해야 합니다. 통일이 현실화되는 그 순간까지 ‘통일’이 아니라 ‘통일준비’를 지속해야 하고, 그 핵심은 국민 모두가 통일준비가 무엇이고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앙 및 지방정부, 주요 공기업 및 기업 등도 마찬가지죠. 모두가 통일준비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규정을 숙지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조직·인력·예산을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점검·평가하고 환류되도록 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통일준비의 능력배양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남북한의 접촉과 교류협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경제협력은 우리에게 국가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토지, 노동력, 자원, 시장, 교통로를 얻을 수 있는 방편이에요. 동시에 남북한 주민 간의 화해와 이질감 해소에 기여하며, 북한 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하기도 하죠. 다만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고도화와 도발이 지속되는 한 현금지불은 적극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청산결재의 활용, 현물제공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국내·국제적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경협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해요. 큰 현금이 이전되지 않는 문화, 예술, 체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교류협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할 것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핵 폐기, 도발 억제를 넘어 통일을 이끌어내는 것이 우리의 국가이익이며, 이를 위한 통일준비 차원에서의 교류협력은 반드시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서독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격차가 더욱 큰 현실에서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비록 평화적 통일 과정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이겨낸다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정치강국, 군사주권국, 통합된 사회는 물론, 경제강국도 현실화 할 수 있어요. 이를 먼저 달성한 독일 사례를 심층 연구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아 준비한다면 통일의 큰 꿈을 반드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물론 정치·군사·사회적 측면에서의 통일을 이론적·실천적으로 준비하고 이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것입니다. 독일보다 더 효율적·체계적으로 단기간 내에 통일 후 통합을 안착시키고, 통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국민의지를 키워야 하겠죠.

Q. 통일연구원의 올해 계획과 비전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어떤 분야의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해 나갈 계획인지요?

A. 무엇보다 먼저 통일을 지향하는 통일연구원으로 발전시키고자 해요. 우리가 정치강국과 경제강국, 군사주권국이 되기를 바란다면, 그리고 통합된 사회를 원한다면 역시 ‘통일’이 해답입니다. 이러한 바람들은 통일된 대한민국에서만 실현될 수 있어요. 이것이 필연적으로, 기필코 달성되어야 할 통일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국가성장을 위해, 대한민국과 민족의 미래를 위해 통일은 선택이 아닌 필수예요. 국민들이 남한 주민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통일관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저희 통일연구원이 앞장서도록 하겠습니다. 통일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통일준비를 일상화하고, 독일보다 더 큰 대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국민의지를 형성하도록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최고를 지향하는 통일연구원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역대 통일연구원장, 선배, 동료, 후배들의 노력으로 지금의 통일연구원이 있어요. 저는 현재의 기반을 바탕으로 통일연구원을 최고의 통일 연구기관, 최고의 직장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국가적 통일정책 기여도 최고가 되도록 할 것이고요. 국민들에게 가장 공감이 가는 통일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북한 및 통일 연구기관으로 인정받도록 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남북관계, 한반도 정세를 보면 통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부끄럽습니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요. 저는 브란덴부르크 개선문에서 다짐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지금이야 말로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엮어가야 할 적기로 여기고 다시 한 번 통일을 꿈꾸고자 합니다. 통일연구원의 직원과 가족들은 물론, 국가가 자랑스러워 할 통일연구원이 되도록 저희들 힘껏 노력하려고 합니다. 통일연구원이 모두의 연구원이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격려와 사랑을 부탁드립니다.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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