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Uni – Movie | 첩보영화 시조 007, 이렇게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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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007 어나더 데이>

첩보영화 시조 007, 이렇게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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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미국은 대북 정보력 강화를 위한 인간정보, 즉 휴민트(humint) 강화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롭게 들어선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계를 두고 ‘제2의 노무현·부시 정부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미국의 움직임이 한·미 간 군사정보 협조체계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인간정보 강화로 방향을 선회한 것을 보면 그렇다. 아직 북한이라는 지역이 서방 정보기관들 사이에서는 정보의 블랙홀이자 공백지역인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지난 2002년 개봉된 <007 어나더 데이>는 당시 헐리우드의 북한에 대한 이해와 정보가 얼마나 미흡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영화다. 시기적으로 제2차 북핵위기와 맞물려 있었고 영화 내용에 대한 국내여론의 혹평이 시위로까지 번질 정도로 상영반대 움직임이 컸다. 물론 그러한 후폭풍으로 우리나라에서 흥행 참패를 면치 못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2002년 한반도 위기상황을 다루면서 조명을 받았으나 조용히 사라진 영화 <007 어나더 데이> 이야기를 해본다.

가상 적국 사라진 시대 극적 긴장감 떨어지는 설정

영화 ‘007 시리즈’는 냉전시기에 영국 첩보원인 제임스 본드의 활약상을 주제로 한 첩보영화의 시조로써 전 세계적으로 매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냉전구조가 깨지고 점차 대결구도에 긴장감을 실어줄 실체가 사라지면서 영화의 소재는 빈곤의 벽에 부딪혔고 이내 그 명맥이 미약해졌다. 이후 007 시리즈의 뒤를 이어받아 〈제이슨 본〉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고, 플롯부터 등장인물까지 복선에 복선을 더하는 빠른 전개가 일품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등장했다.

007 시리즈는 1962년 〈살인번호〉를 시작으로 지난 2015년까지 총 24편의 영화가 꾸준히 제작되었다. 그러나 모든 시리즈가 흥행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냉전 이후인 1995년 5대 본드인 피어스 브로스넌 출연 영화부터 조금씩 김이 빠지기 시작했고 영화 <007 어나더 데이>는 그의 마지막 출연이 되었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는 서방 스파이를 대표하는 007의 가상 적국이 사라지면서 긴장감의 밀도가 줄어든 탓이었다.

스토리

영화 <007 어나더 데이>는 007 시리즈의 부활을 위해 과감한 시도를 했다. ‘북한’을 가상 적국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래서 첫 장면부터 북한 지역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피어스 브로스넌 분)는 북한 내 무기밀매 현장에 위장 잠입하기 위해 멋들어진 서핑 실력을 자랑하며 파도를 타고 북한에 도착한다. 이후 북한의 문단선 대령(윌 윤 리 분)과 그의 부하 자오(릭 윤 분) 등과 교우하지만 정체가 발각되어 북한군에게 포로로 잡힌다. 14개월 동안 감금되다가 포로협상으로 풀려나지만 정보누설 혐의로 영국 정보국에 의해 모든 지위를 박탈당한다.

이후 제임스 본드는 영국 정보기관인 MI6에 첩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독자적인 설욕전에 나서고, DNA 수술을 통해 서양인으로 신분전환을 한 북한군 문 대령과 자오의 정체를 파악한 후 복수극을 시작한다. 이 영화의 제목인 ‘die another day’는 곧 본드가 북한군 문대령에게 한 대사다. “So you lived to die another day(당신은 나중에 죽으려고 살아남았군).”

<007 어나더 데이>는 기존 시리즈의 오마쥬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다보니 신선함이 떨어진다. 다만 북한군 문 대령 등 강경파가 추구하는 패권 전략의 수단으로 위성 병기 이카루스가 등장하는 등 북한의 핵개발 시인으로 야기된 북핵 위기의 상황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이 주목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감상포인트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내용상 한국 비하가 많다는 유언비어가 인터넷 및 언론을 통하여 퍼지면서 흥행에 참패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실패는 대북 원칙노선을 지향하던 미국 부시 정부와 남북 교류협력을 지향하던 한국 정부 간의 큰 입장 차이가 존재하던 민감한 시기에 북한의 신무기 개발을 소재로 접근함에 따라 당시의 사회정서상 반발심리가 작용한 탓이 컸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실패요인은 내용이나 장면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다는 점이다. 교포배우들의 어눌한 한국말과 우리나라의 환경과는 다른 세트장의 모습도 눈에 거슬렸다. 북한 장교의 방에 일본식 사무라이 갑주나 칼이 놓여있거나 교포배우 릭 윤이 ‘자오’라는 중국식 이름으로 등장하는 등 한반도 현실에 대한 고증이 매우 부실했다.

그동안 개봉된 대부분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한반도 상황을 설렁설렁 그려냈던 전력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본드와 본드걸 징크스(할리 베리 분)의 북한 군복 표찰에 새겨진 ‘청천 1동대’는 헛웃음을 넘어 살짝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했다. 영화 <007 어나더 데이>는 큰 틀에서 북핵 위기라는 국제정치적 이슈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영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북핵 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고 현실은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된다. 비슷한 소재를 담을 다음번에 개봉할 영화는 현실을 잘 반영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만들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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