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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 극동 러시아 수산업 탈바꿈 … 정부 주도의 선(先)투자 필요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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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온다, 극동으로 간다! 3 수산

극동 러시아 수산업 탈바꿈 … 정부 주도의 선()투자 필요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수산 자원의 부국이다. 전체 수산물 75%가 원양어업이 아닌 근해어업을 기반으로 하며, 수산업 부문 세계 5위 수준을 자랑한다. 내수 시장 자체규모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정작 자국민들은 충분히 소비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극동 러시아 지역은 주요 수산물 산지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극동 러시아 해역에서 조업하는 대부분의 수산물은 지금까지 육지로 반입되지 않고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로 판매됐다. 조업선에서 보관되다가 선상에서 운반선을 활용해 제3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러시아 국내에서 수산물 유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러시아 정부는 앞으로 국가의 수산업 미래를 가공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개혁을 선포했다. 러시아 수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출 수산물의 7%만이 가공작업 후 수출되고, 87%는 가공작업 없이 냉동상태로 그대로 공급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서 “러시아의 수역에서 잡힌 수산물 거의 대부분이 아주 낮은 수준의 가공만 거치거나 가공작업 없이 냉동상태 그대로 외국으로 수출되면서 러시아 국민은 정작 질 좋고 값싼 수산물을 섭취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이 수산업 개혁의 단초였다.

러시아, 수산업 개혁으로 일석다조 노린다

살짝 속내를 뒤집어보면 러시아 정부의 수산업 개혁 추진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까지 원자재 그대로 수출하던 수산물을 이제는 자국에서 가공작업을 거쳐야만 반출이 가능하다는 경고성 조치다. 그렇게 되면 신규 공장이 들어서게 되고 국내 일자리와 세수가 동시에 증가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 영향과 함께 산업구조 다변화에도 동참할 수 있다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수산업 육성 방안은 극동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자국의 수산업을 육성하고 수산물을 국내에서 가공해 수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투자 인센티브의 일환으로 조업 쿼터를 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체 조업 쿼터의 20%를 어업용 선박조선소, 수산물 가공공장, 냉동창고 등 수산업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 정책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도한 바 있지만, 그때마다 흐지부지하게 종적을 감춰 버렸다. 이번에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유통구조 재편을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산물의 보고(寶庫)인 연해주에서 수산물 거래 촉진을 위해 수산물 공판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수산청은 극동 러시아의 ‘수산물 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이는 수산물 가공 인프라 건설 사업을 기본 전략 방향으로 수립한 것으로써 지금까지 선상에서 생물 형태로 수출했던 기본 구조를 육상에서 가공을 거쳐 부가가치 높은 가공 제품으로 수출하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앞으로 2018년까지 연해주에서 1단계 사업으로 다섯 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프라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10만 톤 규모의 극동 지역 수산물 생산량 증가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약 10% 가량의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극동 지역별로 지리적 특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사할린, 캄차카, 쿠릴 지역으로 확대 조성해나갈 계획이며 우선 연해주에는 연간 5만 톤 저장 규모의 냉동창고, 연간 6만5천 톤 규모의 명태 필렛 공장, 연간 3만6천 톤 규모의 냉동수산물 완제품 가공 공장, 임대형 다목적 가공단지, 해양생명과학기술원을 접목한 혁신 벤처단지 건설 프로젝트가 추진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가 1단계 프로젝트 조성지를 연해주로 선택한 배경은 우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기반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과 인접하고 있다는 점과 선진 기술 및 사회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양호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명태나 청어 등 대량생산 원양 수산물의 가공에 적합하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해주는 러시아 정부의 신경제정책으로 대변되는 선도개발구역과 자유항 지정 구역으로, 특별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 후문이다.

수산물 공판장이 건설될 경우, 선상에서 수출되던 모든 제품이 일단 육상에 있는 공판장으로 집하되어 수출되는 절차로 공급 시스템이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러시아 해역의 선상에서 한국으로 공급되는 구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화될 수 있다. 러시아산 수산물의 물량 확보는 물론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한국 수산물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성 불확실 변수 상존 정부 차원의 대응책 긴요

러시아 정부는 정부 주도 수산업 가공산업 육성 방안을 내세우며 한국 수산업계에 투자유치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수산업계는 본 사업이 국가 정책의 기반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해 사업 신뢰성 측면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실제 연해주 항만 근처의 부지들은 이미 사유지로 변경되어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갈 시 부지 확보 측면만 보더라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극동 러시아 지역의 수산업 현장을 살펴보며 관련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에 몇 가지 조언을 한다. 우선 기업 중심의 개별 협상에는 한계가 있다. 가령 국내 한 기업이 러시아 행정부처와 직접 협의하며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 변수가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사업장 확보부터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차라리 민간 주도의 투자보다는 정부 차원의 선(先)투자로 우리 기업에게 임대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또한 진출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산물 확보이므로 기업이 어종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조업할 수 있는 권한 부여를 러시아 정부에 요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명수 / 러시아 주재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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