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6월 1일

글로벌포커스 WHY? | 트럼프 닉슨의 전철 밟나?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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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트럼프 닉슨의 전철 밟나?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것과 관련해 시민들이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한 것과 관련해 시민들이 지난 5월 1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측근들의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파헤칠 특별검사가 임명됨으로써 향후 수사 결과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칫하면 탄핵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러시아 스캔들에서 비롯됐다. 러시아 스캔들은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해커들을 동원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와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선거캠프 인사들의 이메일 등을 해킹하고 가짜 뉴스를 퍼트린 것을 말한다. 러시아 스캔들이 더욱 문제가 된 것은 트럼프 선거캠프 주요 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의 이런 행위들을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키슬랴크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 등과 접촉해왔다는 사실도 드러나면서 내통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폴 매너포트 전 선거본부장 등이 내통 의혹에 연루돼 있다. 실제로 대선 당시 외교·안보 담당 참모였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키슬랴크 대사와 만난 사실을 감추려고 거짓말한 것이 드러나면서 취임 24일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플린 보좌관 등 트럼프 선거캠프 인사들이 지난해 최소 18차례 러시아 관리들과 비밀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사태 일파만파

트럼프는 미국연방수사국(FBI)이 러시아 스캔들을 더 이상 수사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제임스 코미 FBI 당시 국장은 트럼프 캠프 주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본격적으로 벌이도록 지시했다. 특히 코미는 지난 5월 3일 상원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수사 대상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 트럼프는 지난 5월 6일과 7일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며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코미 전 국장의 의회 증언이 “이상하다.”며 불평했다. 트럼프는 5월 9일 코미를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FBI는 우리나라로 치면 검찰과 국정원의 국내정보 파트를 합쳐놓은 막강한 조직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FBI 국장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또 백악관과 FBI는 긴장과 갈등 관계를 유지한 경우가 많았다. FBI는 미국 본토가 주요 활동 범위지만 조직범죄, 사이버범죄, 대테러 업무까지 수사 영역이 방대하다. 법무부 산하 기관이지만 3만6천여 명의 직원을 두고 81억 달러의 예산을 집행하는 거대 조직이다. 1935년 설립 이후 역대 국장은 총 7명이었다. 특히 48년간 FBI 국장을 지낸 에드거 후버는 무려 8명의 대통령들을 보좌했다. 이들은 모두 후버 국장을 싫어했지만 해임하지는 못했다. 후버 국장이 비밀리에 보관해온 대통령들의 ‘X파일’ 때문이었다. 실제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혼외정사 문제로 후버 국장에게 약점을 잡히기도 했다. 후버 사망 이후 FBI 국장의 임기는 10년으로 정해졌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임기가 연장될 수 있도록 했다. 임기를 10년으로 규정한 것은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물론 대통령에게는 FBI 국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코미는 시카고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버지니아 주 검찰을 거쳐 뉴욕 주 남부지검장 시절 테러와 조직범죄, 마약과의 전쟁을 총괄했던 검사 출신이다. 그의 조부는 뉴욕 순찰 경관이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인 2003~2005년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는데, 당시 병석에 누운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을 대행하면서 백악관의 ‘불법도청 연장’ 압력을 막아낸 일로 유명해졌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3년 코미를 FBI 국장으로 발탁했다. 그런데 코미는 지난해 대선을 불과 10일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한다고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클린턴 후보는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 코미의 이메일 재수사 발표 때문이라면서 코미를 강력하게 비난해왔다.

미국 언론 “‘토요일 밤의 대학살재연한 충격적 사건

트럼프가 일등공신인 코미를 해임한 것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으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코미 해임 사유에 대해 “일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혀 사태를 더욱 악화시켰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는 지난 5월 12일 트위터에 “내가 수사 대상인지 세 차례 물어봤지만 코미는 아니라고 답했다.”면서 지난 1월 27일 만찬에서 코미와 나눈 대화 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가 있는 것처럼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당시 코미가 FBI 국장직 유지를 청탁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코미의 한 측근은 “트럼프의 말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토요일 밤의 대학살(Saturday Night Massacre)’을 재연한 충격적 사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토요일 밤의 대학살’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3년 10월 20일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한 일을 말한다. 워터게이트 스캔들은 1972년 6월 닉슨의 재선을 위해 백악관 참모들의 지시로 전직 정보요원들이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선거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기 위해 침입했다가 체포된 사건이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의 추적 보도로 파문이 확산되자 닉슨은 핵심 보좌관을 해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해임된 보좌관은 상원 조사위원회에서 백악관 집무실 대화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폭로했고, 콕스 특검은 녹음테이프 제출을 요구했다. 닉슨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 해임을 명령했다. 법무부 장관은 명령을 거부하며 사임했고, 다시 명령을 받은 부장관마저 물러났다. 결국 닉슨은 차관을 직무대행으로 임명해 해임을 강행했다. 이후 하원 법사위원회가 닉슨의 탄핵을 결정했고, 탄핵안이 하원과 상원을 통과할 것이 확실해지자 닉슨은 1974년 8월 8일 자진해서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미국에서 임기 도중 대통령이 사임한 것은 사상 최초였다.

당시에도 녹음테이프가 문제가 됐던 것이다. 그런데 녹음테이프보다 더욱 확실한 증거가 나왔다. 트럼프가 지난 2월 1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코미에게 플린 전 보좌관을 둘러싼 러시아 내통 의혹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기술한 코미의 메모가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5월 16일 코미가 이런 내용의 메모를 남겼으며, FBI의 고위 간부들을 포함한 가까운 측근들과 공유했다면서 해당 메모 내용을 코미의 측근 인사들을 통해 확인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코미는 플린이 사임한 다음 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테러 관련 회의가 끝난 후 트럼프가 코미만 남으라고 하면서 다른 인사들을 나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홀로 남은 코미에게 “수사를 끝내고 플린을 놔주는 것에 동의해주길 바란다. 플린은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코미는 수사를 중단하라는 트럼프의 요구가 너무 놀라웠을 뿐만 아니라 그 대화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해 2쪽 분량의 상세한 메모를 남기게 됐다는 것이다. 이른바 ‘코미 메모’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나아가 트럼프의 FBI 수사에 대한 개입 의혹을 입증할 ‘스모킹 건(smoking gun, 결정적 증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백악관과 트럼프는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의회는 ‘코미 메모’의 진위를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하원 정부감독위원회와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는 FBI에 서한을 보내 트럼프와 코미 간의 대화를 담은 모든 메모와 기록물, 요약본, 녹취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수사 외압’ 논란의 진위 여부를 판명하기 위한 조치다. <뉴욕타임스>의 보도대로 코미 메모가 사실이라면 트럼프의 FBI 수사중단 요구는 ‘사법 방해(obstruction of justice)’에 해당하는 중대 사안이다. 미국 법은 합법적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부정한 의도로 이를 행사했다면 사법 방해라고 본다. 트럼프의 코미 해임이 법에 정해진 대통령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자신에게 불리한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사법 방해 행위가 되며, 이는 탄핵의 사유가 된다. 야당인 민주당과 주요 언론들은 대통령 탄핵을 본격 거론하고 있다. 실제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코미 메모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가 정치권을 뒤흔들자 법무부는 지난 5월 17일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할 특별검사를 전격 임명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법무부가 정파에 치우지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사안이 있을 경우 특검을 임명할 수 있다. 하원이 과반수 의결로 법무부 장관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할 수 있지만 임명 여부는 법무장관이 결정한다. 그런데 세션스 법무장관은 트럼프 캠프에서 활동하던 시절 키슬랴크 러시아 대사와 두 차례 접촉한 사실이 알려짐에 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수사 지휘권을 내려놓았다. 이 때문에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이 특검으로 로버트 뮬러 전 FBI 국장을 임명했다. 2001년부터 2013년 9월까지 12년간 FBI 국장에 재임한 뮬러 특검은 어떤 권력과도 타협을 거부해온 원칙론자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FBI가 이미 확인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과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다. ‘이와 관련된 문제들’이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말한다. 이번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탄핵 여부가 좌우될 수도 있다. 트럼프가 코미에게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것만 확인돼도 사법 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사법 방해혐의 적용되면 대통령 탄핵 사유

미국 역사상 탄핵을 당한 대통령은 아직 없지만 지금까지 탄핵 직전까지 몰렸던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 이외에도 두 명이 더 있다. 앤드루 존슨 전 대통령은 1868년 상원의 동의 절차를 무시하고 에드윈 스탠턴 국방부 장관을 해임했다는 이유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 당시 르윈스키에게 위증을 교사해 탄핵 위기에 몰렸다. 존슨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모두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되면서 탄핵을 면했다. 현재 미국 하원은 435석 중 238석, 상원은 100석 중 52석을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 절차를 보면 탄핵안이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하고 하원 전체 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은 다음 상원에서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때문에 트럼프가 탄핵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앞으로 코미 메모 내용과 진위 여부, 코미의 증언과 특검의 수사 결과, 내부 고발 등 돌발 변수 및 여론 추이와 의회의 입장에 따라 트럼프에 대한 탄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특검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닉슨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무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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