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7월 1일

특집좌담 | “공동의 위협인식 기반 동맹 역할 공감대 넓혀야” 2017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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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좌담 | 도전과 기회 ·미동맹 새로운 업그레이드로!

 공동의 위협인식 기반 동맹 역할 공감대 넓혀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된 가운데 양국 간에 놓인 현안의 해법이 좀처럼 쉽게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거리와 탄도·순항식을 가리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에 나서는 북한식 ‘마이웨이’는 계속되고 있으며, 동북아 주변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사드) 체계 배치는 최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한국 정부의 의지 앞에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한 상황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정책 방침의 연장선에 따른 동맹국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역시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이다.

어느 때보다도 민감하고 중차대한 이슈를 눈앞에 둔 현재, 지난 6월 29~3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은 동맹에 대한 양국 지도자의 의지를 알아보는 첫 시험대이자, 향후 한·미관계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발점이 될 것이다. 도전과 기회 요인이 복잡하게 교차되는 최근 한·미관계 속에서 동맹의 새로운 질적 변화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지 전문가의 제언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미동맹 패러다임, 어떻게 변화했나?

미국 세계전략에 따라 한국 역할 변화 요구신범철

한국 국력 상승, 대미 편승 가치 재조명정성윤

한국 군사력과 북핵 인식으로 패러다임 변화박재적

미국의 기대와 국내 인식 사이의 간극우정엽

신범철

먼저 한·미동맹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변화했으며 분기점은 무엇이었는지 살펴본 후 현안을 돌아보는 순서로 진행하겠습니다.

한·미동맹의 패러다임은 냉전기와 탈냉전기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냉전기에는 동서 진영이 서로 대립하는 상황이었고 그 틀 안에서 한국의 재량권은 제한되어 있었죠.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자유 진영의 일부로서 동맹을 유지했기 때문에 특별히 새로운 이슈들이 발생하지 않았고, 미국과 협조체계를 잘 유지하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참 외교관들은 “외교는 냉전시기가 참 편했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합니다. 특별한 이슈가 발생하면 미국과의 협조체계 안에서 공산 진영을 향한 비판에 집중하면 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탈냉전기에 접어들면서 변화를 맞죠. 기본적으로 살펴봐야 할 변화의 한 축은 미국의 동맹 조정입니다. 미국이 냉전기에 취했던 동맹 정책을 바꾸게 된 것이죠. 다른 한 축은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성장입니다. 한국은 국제정세의 변화에 적응해 나가면서 고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동맹의 조정과 한국 고유의 외교적 색채를 가미하는 두 가지 차원의 문제가 탈냉전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도전 요인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봅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시험대가 있었어요. 1990년대로 접어든 직후 미국은 동맹에 대한 조정을 시도한 바 있죠. 클린턴 정부 때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의 해외주둔 미군 문제를 조정해나가면서 한반도 역시 그 여파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동아시아전략구상이라는 개념 하에 주한미군 감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했고, 실제로 이 시기에 상당수의 주한미군이 감축됐습니다. 이에 한국 정부는 과도한 주한미군 감축이 한국 내 안보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 정책 조정을 요구했고, 이것이 북한의 핵개발과 맞물리면서 어느 정도 반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 상황은 또 변하죠.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주한미군을 어떻게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소위 ‘전략적 유연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거든요. 해외주둔 미군을 조정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을 특정한 목적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어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이라크 파병 문제가 불거졌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즉 주한미군의 일부를 여타 아시아 지역에 파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2010년대 이후로 넘어와서는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는 과제 속에서 주한미군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고요. 한·미동맹도 한반도에서의 방어적 차원이나 글로벌 차원에서는 큰 무리 없이 진행되었지만, 지역적 문제에 있어서 동맹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국 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주한미군을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 부분에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속도 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고요. 따라서 이러한 상호 이해관계의 차이가 종종 한·미 간의 긴장요인으로 외부에 비치기도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미국 측에서도 시대가 바뀌면서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도 있었습니다. 특히 1990년대를 거치면서 주한미군의 미흡한 형사처분으로 인한 한·미 행정협정(SOFA) 문제로 인해서 양국 간의 불평등 내용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국 내에서 확산되었고, 그 후 개정을 거치면서 SOFA 조항에 한국의 의견이 반영된 측면이 있죠.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것, 즉 주한미군이 한국 국민을 대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2000년대 초반 발생한 미선·효순양의 사망 사건 이후 상당히 유의하고 조심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기를 되돌아보면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인 측면에서 한·미동맹은 과거에 비해 많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문제는 현재라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습니다. 일단 미국 내 변수가 생겼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에 취해왔던 동맹국과 파트너십을 중시하는 정책에서 ‘America First’, 즉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동맹 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동맹국들에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에서도 동맹의존적인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칫 양국 간에 현안들이 잘못 조율될 경우 한·미동맹은 새로운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새정부가 미국 내에서부터 변화되는 상황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목소리를 잘 조율해 가면서 한·미동맹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성윤

일단 동맹의 가치와 함께 이론적인 측면에서 국제정치의 거시적인 틀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0여 년의 한·미관계를 되돌아 봤을 때 대표할 수 있는 개념이 있는데요, 바로 ‘편승’이라는 것입니다. 탈냉전기를 기점으로 그 이전까지의 한·미관계는 절대적 편승이라고 볼 수 있고, 그 이후에 20여 년 동안은 편승 이후, 혹은 편승의 조정, 편승에 대한 대안 모색 등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서 지난 20여 년 동안 한·미동맹의 많은 도전과 과제들은 이러한 편승에 대한 재정립과 도전의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편승에 대한 이러한 변화들이 왜 생겼을까요? 크게 세 가지 중요한 요인을 들 수가 있겠죠. 먼저는 이것이 기본적으로 동맹에 대한 문제라는 점입니다. 강대국과 약소국이 맺은 동맹 관계의 재조정을 통한 변화는 한국의 국력 상승에 상당히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이죠.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의 국력이 상승하게 된 것은 결국 한국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어 자신감으로 작용했고, 이것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대한 편승 가치를 재조명하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자연스레 한·미동맹에 대한 역할과 가치를 새롭게 정리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죠.

두 번째는 결국 역내 환경, 즉 동북아에서 강대국 간 기존 질서가 변화하는 환경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중국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했다는 것인데요. 단순히 중국의 국력이 상승했다는 측면뿐만 아니라 지난 20여 년 동안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팽창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냉전 시기에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지배적이었던 것에 비해 최근

20여 년 동안은 한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중국의 영향력이 증가했다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중국의 대북한 영향력과 가치 등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며 한국의 안보 문제 해결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절대적 편승 전략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국내적으로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미국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인식 변화입니다. 1970년대 이전에는 지금과 같은 여론조사가 없었기 때문에 자세하게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 이후 1980년대에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의 호감도가 절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오거든요.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 이러한 상황이 상당히 유동적으로 변합니다. 소위 말하는 반미감정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이러한 부분이 한·미동맹과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되면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죠. 이러한 세 가지 요인들이 편승 이후 시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오른쪽)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6월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대리(오른쪽)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을 접견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박재적

한·미동맹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지 않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한·미동맹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또는 그 분기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도 북한의 군사적인 능력과 여기에 대응하는 한국의 군사적인 능력을 고려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동맹국에 대한 편승이라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이 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것 같아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한국의 재래식 전력을 파악할 때 북한보다 우세하다는 담론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나 보수적 시각을 가진 진영에서는 이것을 실제로 믿지 않았고요. 반면 진보적 시각을 지닌 진영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실제로 받아들이면서 미국 의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것이죠. 이것이 한·미동맹의 패러다임이 변화되는 첫 번째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북핵 문제가 불거지기는 했지만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다가 지난해 9월 9일 북한이 제5차 핵실험까지 진행하면서 한·미동맹 인식에 다시 한 번 전환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우리가 북한을 어떻게 봐야하는가,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을 때 과연 우리를 공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 한·미동맹을 둘러싼 담론들은 각자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한·미동맹의 패러다임 분기점에서 가장 중요했던 시기는 1980년대 후반이었다는 것이고, 북한이 핵무력을 거의 완성해가는 최근 몇 년간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을 보는 패러다임은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우정엽

정책결정자나 연구자 등의 계층과 일반 국민들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데 입장 변화를 보이는 것은 국제구조적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까지 인식하고 판단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분히 국내 정치적인 상황으로 인한 반작용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한·미동맹을 무엇으로 인식하고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죠. 미국이 동맹이라는 개념에 대해 단순히 한국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개념에서 벗어나 한국에 대해서 다른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시작되었는데요. 문제는 아직까지도 처음 한·미동맹을 체결했을 때의 개념에 머물기를 바라는 시각이 있다는 것이죠. 한·미동맹은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는 인식인데요. 물론 한국은 미국과 여러 가치를 공유하고 있지만 미국이 원하는 또 다른 것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는 시각이 있고 이 자체를 주권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아산정책연구원에 있을 때 실시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 이후의 동맹 필요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조사가 이뤄진 시점은 소위 진보적 담론이 공론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는데도 말이죠. 따라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북한으로부터의 한국 방어로 국한하기를 원한다는 인식이 형성된 현 상황에서 정치적인 담론이 조금 더 많이 공론화된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과거의 역할과 기대를 벗어나 미국이 한국에 새로운 요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당한 요구처럼 인식하는 담론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 공군의 대규모 항공전역훈련인 ‘맥스선더’에 참가한 미 공군 F-16전투기가 지난 4월 20일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

한·미 공군의 대규모 항공전역훈련인 ‘맥스선더’에 참가한 미 공군 F-16전투기가 지난 4월 20일 전북 군산 미 공군기지 활주로에서 이륙하고 있다. ⓒ연합

현재 한반도에서 한·미동맹의 의미는?

북한 방어용이자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수단박재적

대북 억지력 유지 상호작용하는 동맹우정엽

글로벌 리더십 발휘에 긍정적 자원으로 기능신범철

역내 안정화의 대체불가적 역할 수행정성윤

박재적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것은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이겠죠. 물론 한·미동맹의 기원을 살펴보면 미국이 한국의 자율성을 제한하는 반대급부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군사력을 제공했다는 측면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전개된 상황을 보면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응이라는 것이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의미이자 역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중·일·러 등 주변 4강의 첨예한 이익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상황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국제적인 의미와 역할을 갖는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가장 근본적으로 한·미동맹은 사실상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목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을 전략적 자산으로 두고 싶어 하는 중국과 미국 간의 강대국 게임에 연루될 수밖에 없고요.

조금 더 범위를 넓혀서 이야기하면, 미국의 입장에서 한·미동맹은 아태 지역동맹 체제의 일부입니다.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유지하고 있는 다섯 개의 조약 동맹 체제 안에 속한 하나의 동맹이라는 것이죠. 이보다 좁게 동북아 역내에서 보면 미·일동맹과 함께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 힘을 투사하는 기본적 도구가 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한·미동맹은 군사·안보적으로 북한의 위협에 대한 방어적 차원이지만 조금 더 큰 그림 속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근본적인 안보 정책을 위해 아태 지역에서 유지하고 있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겠죠. 북한의 위협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사라져서 남북이 통일을 이룬다면 한·미동맹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많은 논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말하는 한·미동맹은 역내 세력 균형이나 유사시 대비 수단을 넘어서 특정한 질서가 수립되었을 때 이를 유지하기 위한 보험의 성격으로 가고 있거든요.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가 만약 미국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자유주의 질서를 지지한다면 그것은 한·미동맹이 미국의 자유주의 질서를 유지하는 하나의 도구로 계속 존재할 수 있다는 데에도 동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우정엽

한·미동맹의 의미가 탈냉전 시기를 지나며 변화를 겪게 되었고 또한 국내적으로 정권의 성격이 변화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여러 논의가 증폭됐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한·미동맹이 한국에 굳건한 안보를 제공한다는 개념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동맹은 상호작용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이를 한국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것이 이제는 미국 측에서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 것입니다. 1990년대를 지나가면서 미국은 동맹국을 소비에트연방(소련)에 대한 대응 정도 수준의 개념이 아니라 안보 위기가 발생했을 시에 함께 행동하는 파트너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는데 한국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았던 측면도 있고요. 그렇지만 우리로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억지력을 유지하려면 여전히 미국의 힘이 필요한 입장인데다, 미국이 한국은 자국의 이익만 챙기려고 한다는 인상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사이에서 균형감을 가져야 한다는 과제도 있습니다.

결국 이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진보적 진영에서도 대북 억지력 측면에서 미국이 긴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동조하기 어렵고, 보수적 진영이라고 하더라도 국민 여론이라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동맹 역할의 변화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한반도의 군사·안보적 상황은 한·미동맹 체결 초기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는데, 냉전이 종식되고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양쪽의 입장과 태도가 굉장히 다른 상황이 되었고 이에 따라 지금은 조그만 발언 하나까지도 민감한 이슈가 되고 있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해나갈 것인지는 갈수록 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신범철

지금까지의 한·미동맹은 세 가지 차원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대응 문제, 지역 균형을 유지하는 문제, 그리고 글로벌 역할에 대한 문제가 그것이죠.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미국과 어떤 글로벌 파트너십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자원화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핵·안보정상회의나 사이버총회 등 미국이 주도권을 잡고 먼저 시작한 회의체를 한국이 이어받아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왔던 부분도 결국 한·미동맹의 긍정적인 역할과 순기능이었다고 생각해요.

향후 정부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소하는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억제가 중심이 되었는데, 앞으로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한·미가 공조하면서 핵위협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윤

군사·안보적 차원에서 한·미동맹의 가장 큰 의미는 결국 역내 안정화의 대체불가 역할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중국에 맡길 수도 없고요. 다자적 협력 질서가 대체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죠. 역내 미군의 역할이 결국은 지역 안정화의 핵심이며 한·미동맹의 의미도 당분간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역내의 불안정 요인들을 살펴보면 결국 군사적 불균형, 국내 정치의 과도한 민족주의의 표출 같은 것이잖아요? 이것을 억제하는 데 한·미동맹이 순기능을 해왔다고 보고요. 앞으로도 당분간 이 기능이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 부대에 근무하는 한·미 장병 및 군무원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며 ‘WE GO TOGETHER!’를 함께 외치고 있다. ⓒ연합

문재인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지난 6월 13일 서울 용산구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 부대에 근무하는 한·미 장병 및 군무원들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하며 ‘WE GO TOGETHER!’를 함께 외치고 있다. ⓒ연합

새정부 출범 후 첫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이슈 견인 및 논의 공간 융통성 확보 의미신범철

사려 깊은 동맹국 관리로 신뢰 확보해야정성윤

성과 놓고 미·일정상회담과 비교될 수도박재적

신범철

한·미정상회담을 함으로써 한국의 외교적 행보에 융통성이 생긴다는 측면은 분명 좋은 현상인 것 같습니다. G20정상회의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이를 앞두고 우리가 선제적으로 미국과 정상회담을 진행해 놓음으로써 향후 한·중관계라든가 한·중정상회담에 있어서 일정한 논의 공간의 융통성이 생기게 된다고 봅니다.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이 있을 때 한·미가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 우려하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실제로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 이후의 후속조치일 것 같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었다고 해서 트럼프와 문재인 정부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확신해서도 안 될 것이고, 약간 어색한 장면이 표출된다고 해서 그것이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단정 지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을 기반으로 한 후속조치들을 하나씩 차분하게 이행해 나가면서 동맹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쌓아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성윤

이번 정부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한·미동맹을 상당히 사려 깊게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고요. 국내 일각에서 ‘한·미동맹의 역사와 신뢰, 가치가 여전하기 때문에 서로 조금 불편하게 한다고 동맹이 훼손되겠느냐’는 식의 안일한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동맹이라는 것은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적절하게 상호 간에 거래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동맹국 간의 신뢰는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고요. 어떤 선험적인 신뢰가 있고 거기에 따라서 가치가 배분되며 거래 양식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저하되거나, 가치에 대한 접근이 달라지거나, 거래 방식에 이견이 도출되거나, 거래 결과에 대해 일방의 불만도가 높아지면 언제든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역사적 교훈입니다. 한·미동맹이 한국의 외교·안보에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고 현 정부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에 대한 기본적 개념을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인지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뒤에 미국에서는 이번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과 일전에 진행된 아베 총리와의 미·일정상회담을 놓고 비교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아요. 그동안은 두 동맹의 주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우선이냐, 미·일동맹이 우선이냐’는 논의가 크게 의미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미·일정상회담과 비교가 된다면 미국 우선주의라는 이해타산에 입각해 외교정책을 판단하는 경향이 큰 트럼프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 미·일동맹에 대해 상당한 강조점을 둘 수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국의 입장에서는 동북아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 있어 과거에 비해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이고요.

현안사드 문제, 어떻게 해야?

배치 입장 명확히 하고 대안적 출구전략 필요박재적

일정 부분 중국 제안 수용하며 명분 줘야우정엽

배치 자체를 놓고 중국과 타협해선 안돼신범철

·야 협의 후 국방위 검증절차 고려해볼만정성윤

정성윤

사드 문제는 아시다시피 지난 2014년 6월에 촉발된 것이죠.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3년 동안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사드 문제의 핵심은 북핵 문제에 대응하는 안보 문제가 정치·외교적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최근의 추세는 해결의 방향이 아닌 부정적 파급효과가 국내적·국제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한국의 딜레마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드 문제의 부정적 파급효과와 관련해서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핵심적 사안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사드가 기본적으로 군사적 방어체계, 즉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그 필요성과 유용성 문제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고, 두 번째는 필요성과 유용성 평가에 따른 부작용이나 역효과가 없는지에 대한 검증의 문제입니다. 부작용과 역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은 없었는지에 대한 또 다른 정책적 접근이 바로 세 번째 논쟁의 핵심인 것 같아요.

현재 우리 정부는 이 각각의 사안을 한 번 정확히 들여다보자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필요성과 유용성 문제에 있어서 북핵 위협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한 번 해봄으로써 사드 체계가 정말 시급한지에 대한 문제를 논해보자는 것이죠. 부작용과 역효과에 관련해서는 두 가지 측면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책결정 과정을 들여다보자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제적 파급 효과와 관련하여 중국 변수를 다뤄보자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대체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현 정부가 미사일방어 체계에 있어서 자주국방과 연계한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사드 문제가 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미·중 간의 전략적 게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국의 딜레마가 심화되고 있다는 부분 때문인데요. 결국 미·중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단 중국은 사드 문제에 관련해서 중대한 주권 침해이며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이라고 인식하고 있죠. 미국은 사드 문제를 한·미동맹에 대한 중국의 개입으로 인식하고 있고, 조야에서는 한국 정부가 동맹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시금석으로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이 처한 딜레마의 핵심은 결국 한 가지인데, 사드 문제를 안보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미·중 사이에서의 외교 접근을 중시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박재적

현 상황에서 한국과 중국이 어떻게 출구전략을 찾느냐가 가장 큰 변수인 것 같아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는 어느 정도 중국을 고려한 측면도 있는 것 같고요. 제가 만나는 중국의 학자들은 이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향후 대안적 출구전략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습니다만 우리가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을 건드렸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그런데 자칫하다가는 우리가 도리어 미국의 체면을 손상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거든요. 미국이 이 문제로 자신들의 체면이 손상됐다고 판단해버리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사드는 배치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그 안에서 환경영향평가 등을 시행해서 중국을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드 배치가 북한에 의해 초래된 문제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북한도 실질적으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해 나간다면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일정 부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엽

한국 사회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논의를 들여다보면 ‘우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는 정도의 논의 수준 안에 아직 머물러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더욱 쉽게 정치화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필요성에 대해서는 설사 KAMD로 운용하더라도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기 위해서 한국, 미국, 일본의 모든 자산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만 독립적으로 외부의 미사일 위협을 감시한다거나 방어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한계를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드 배치로 인해 반발하고 있는 중국을 설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북한 위협이 해소되지 않는 한 사실상 지금 당장 해결은 어렵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중국이 제안하는 틀을 수용함으로써 그들에게 명분을 주는 것이 현실적인 출구전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범철

문재인 정부의 생각은 ‘사드 배치의 의사결정 과정 측면에서 중국이 상당히 서운해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최근 한·중관계에 문제가 있으니, 적어도 올 가을로 예정되어 있는 중국의 당 대회 이후로 이 문제를 연기하고 그 과정에서 중국의 체면을 존중해주는 모습을 취한 다음 한·미동맹 차원에서 사드를 운용하면 되지 않겠나.’ 라고 추정해 봅니다. 사드 문제에 대한 해법은 결국 한·미정상회담과 같은 과정을 통해서 미국 측에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사드의 안정적 배치는 약속하지만 국내절차 문제, 즉 환경영향평가 등에 대한 부분은 대통령이 직접 밝힌 상황적 측면을 고려하여 절차를 밟을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중국을 설득하는 문제인데요. 일단 저는 사드 배치를 가지고 중국과 타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한국의 주요한 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매 건마다 중국으로 인한 부정적인 상황이 예견되기 때문에 사드 배치 자체가 아닌, 배치의 시간적 측면이라든가 중국의 요구 사항, 즉 추가 배치를 하지 않고 사드 레이더를 요격모드로 고정하는 문제나 북한 위협 문제가 해소될 시 사드를 철수하는 문제 등의 몇 가지 부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사드는 절차대로 일관성 있게 배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성윤

사드 문제 해결의 접근 방법과 관련해서 몇 가지 말씀드리면, 첫 번째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정은 체제로 들어선 최근 5년 동안 미사일 발사가 60여 차례 있었는데요. 그 중 80%가 한국을 직접 겨냥한 미사일이었습니다. 북핵이 최근 고도화되면서 한국에 대한 안보 위협 수준을 급격히 높였는데 우리의 자체적인 방어체계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사드 배치는 불가피하다고 봐야 합니다. 외교적 차원에서 한·미동맹 균열의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되며 중국이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개입하는 계기가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정부가 현실에 기초한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일각에서는 중국을 만족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 방법은 사드 철회밖에 없거든요.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의 불만족을 완화하거나 중국의 불만족을 감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구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약속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국내적 절차에 관련해서 핵심은 두 가지라고 봅니다. 국회 투표를 통한 비준 이외의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봐요. 투표를 통한 비준으로 가면 결국 한·미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여야 간의 협의체에 따라서 합의하고 국방위원회에서 검증절차를 밟는 정도의 다른 창의적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고요. 환경영향평가도 관련법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면 1년이 아닌 6개월 이내에도 시행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으니 이와 같은 제안도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엽

국내절차와 관련하여 일부 언론에서 착각하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환경영향평가는 사드가 들어오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부지를 공여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죠. 만약 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온다고 해도 미국 측에서 현재의 성주 골프장 부지를 공여하지 않고 원래 배치하기로 했던 공군 기지에 사드를 가져다 놓겠다고 하면 환경영향평가는 고려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부지 공여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를 따른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미국이 부대에 배치하겠다고 나오면 환경영향평가를 할 필요성 자체가 없어지죠.

신범철

사드 문제와 관련하여 해법을 찾는 과정을 조금 더 매끄럽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에 부담 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필요한 부분일 것 같고요. 물론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 기간 중에 공약으로 내놓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것을 이행하는 모습도 보여야하는 측면이 있으니 앞으로 현명하게 조율해 나가야 할 것으로 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적절한 출구전략 모색도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사안이죠. 정리해보면 국내 절차적 측면을 고려한 환경영향평가를 추진하면서도 올해 안에 안정적으로 사드를 배치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우리 안보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방향으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현안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어떻게?

한국의 정량 아닌 정성적 기여분 각인시켜야박재적

동맹자원 배분 기여도, 공공외교로 설득해야정성윤

정치쟁점화 경계 정책결정 역할분담 긴요신범철

방어 수단 충분 지나친 우려 경계해야우정엽

박재적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 요구는 현실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 트럼프 정부가 탄생한 결과로 빚어진 현상이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힐러리가 당선되었더라도 종국에는 다뤄질 문제였다는 것이죠. 미국은 지역 안보에 대해서는 지역 동맹국들이 1차적 책임을 지고, 미국은 2차적으로 지역 동맹국들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을 한 상태입니다. 외부의 위협이 지역 동맹국들의 역할을 넘어설 때만 미국이 개입하겠다는 입장이죠. 그런 의미에서 지역 동맹국들은 국방력을 길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돈을 더 많이 내야한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은 미국의 동맹 전략, 군사 전략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주한미군 분담금 인상은 당연히 요구할만한 사안입니다. 그것이 일본과의 현안이기도 하고 심지어 호주 북부 다윈 지역에서 미국 해병대를 순환배치하는 것에 대한 비용분담을 둘러싼 호주와의 문제이기도 하거든요. 현재 한국에는 2만8천 명의 미군이 들어와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요구한다면 쉽게 거절할 수 없다는 것 역시 현재 한국이 당면한 현실입니다.

문제는 협상인데요. 상당량을 요구하며 나섰을 때 얼마나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이죠. 일단은 우리가 정량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정성적으로도 한·미동맹에 기여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미국에 각인시켜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으로부터 받는 경제적 보복과 같은 문제도 정량적으로 따질 수 없는, 정성적으로 한국이 분담하는 부분이잖습니까? 또한 주한미군 분담금만 보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 방위비를 내고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주입시켜야 합니다. 일본은 예산의 1% 수준으로 내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2.3%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기여도에 대한 재평가를 이뤄낼 수 있도록 협상 프레임을 선점해야 할 것 같고요.

어차피 우리가 증액하여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하게 된다면, 미국의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과 연계하여 특히 ISR(정보·감시·정찰) 자산을 구매하는 쪽으로 접근해 분담금 증액분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협상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이 국외로 판매하지 않는 자산들을 이번 기회에 우리에게 팔 수 있게 하고, 이로써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자체 국방력을 강화하는 데 투자한다는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정성윤

방위비 분담금은 기본적으로 동맹 관리에 대한 자원 투자 문제잖아요? 한·미동맹 가치의 엄중함에 비추어본다면 돈 문제가 동맹과 연계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가능하면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이 분담하는 방위비가 9천6백억 원 남짓한 예산인데요. 한국 경제 규모로 볼 때 미국이 요구하는 인상률로 증액하는 것이 가능하긴 합니다만 이것이 20%라는 비율로 제시되면 과도한 부담으로 인식되어서 또 다시 정치적 쟁점화가 될 소지가 있거든요. 가급적이면 액수나 비율 등은 정책 라인을 포함해 어떠한 경우에도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올해 11월 전후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동맹에 대한 자원 배분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왔는지를 미리 공공외교 차원에서 설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신범철

방위비는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니 올려주자’라고 단정 지어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우선 원칙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상 요인이 있다면 우리는 무엇을 더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복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확장억제에 대한 보다 확실한 약속들이 정책적으로 연계되면서 방위비 분담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미국이 지향하는 방위비 분담 목표액이 있죠. 2000년대 중반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동맹국이 현지에 주둔하는 미군의 인건비를 제외한 주둔 비용의 75%를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의 이러한 방향에 대해 속도 조절을 하면서 가능한 한 적은 부담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앞서 이야기 나온 것처럼 미국 군수 물자를 구매한다든가 우리가 스스로 국방비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 미국 동맹국들 중에서 1위라는 부분, 즉 다른 기여 부분이 많다는 것을 잘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중요한 것은 방위비 분담이 지나치게 정치적 쟁점으로 발전하게 되면 국익 차원에서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각 수준별로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정상 수준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실무선에서는 이 부분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방향이 합리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정엽

사실 우리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문제에 대해서 지나치게 움츠러드는 경향이 있는데요. 돌아가는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일각에서 제기된 사드 배치 비용의 한국 부담과 같은 문제는 사실 미국 사람들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는 그 비용까지 포함하여 방위비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보도가 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오히려 우리가 문제를 키우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사드 배치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려면 현재 방위비 분담 체계를 아예 바꿔야 합니다. 앞서 지적하신대로 전임 오바마 정부 때라고 해서 미국이 우리에게 방위비 부담을 줄여주겠다고 한 것은 아니에요. 미국은 항상 더 부담하라고 하고 우리는 덜 부담하려고 하면서 협상 과정을 거쳐 온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해서 갑자기 생긴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관해서는 우리도 방어 수단이 충분합니다. 방위비의 집행 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요구하는 동시에 간접 지원의 규모도 함께 고려하여 기여도를 산정하게 된다면 협상 과정에서 큰 힘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우리 해군 함정과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가운데 앞) 전단이 지난 5월 3일 서태평양을 항행하며 합동 훈련을 벌이고 있다. ⓒ연합

우리 해군 함정과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가운데 앞) 전단이 지난 5월 3일 서태평양을 항행하며 합동 훈련을 벌이고 있다. ⓒ연합

현안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어떻게?

전력증강으로 목표치 8할 맞추고 추진해야신범철

전환 후 미군과 관계유지의 변수 관리가 난제우정엽

철저히 효율과 비효율의 관점으로 접근해야박재적

변화된 전략환경 면밀히 분석 후 추진해야정성윤

신범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미군에서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여태껏 두 번의 연기가 있었죠. 이명박 정부 때 2015년으로 연기했다가 그 다음 박근혜 정부에서 2020년대 중반으로 연기했습니다. 두 번째 연기는 시기를 못 박지 않고 한국군의 능력 등을 포함하여 조건에 기반한 전환에 합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작권 전환 준비는 군에서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요. 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함께 전환 이후의 연합방위 시스템, 즉 한·미연합사령부(CFC)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두 가지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한국군의 능력과 관련해서는 전쟁수행을 하기 위한 군사적 능력과 함께 한국의 작전 기획 능력의 보강과 관련하여 우리 군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요. 연합사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 때까지만 해도 한·미의 독립된 두 개의 지휘부가 연합 협조체계를 구성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구상을 했다가, 이후에는 지금의 연합사령부를 축소하여 한국군에서 사령관을 맡고 미군에서 부사령관의 역할을 맡는 미래사령부 구조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공약으로 발표한 전작권의 임기 내 전환을 추진하면서 이 문제가 다시 이슈로 점화되는 양상인데요. 2020년대 중반으로 예정되어 있던 전작권 전환을 다시 앞당겨 추진하려면 실제로 엄청난 투자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만일 이러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능력이 부족해도 작전권을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작동하는 것이죠. 아마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부 능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 해도 전작권을 빨리 가져오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래사령부와 관련해서는 ‘한국군이 사령관을 맡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연합 협조체제라는 느슨한 형태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부분도 정리되어야 합니다. 이 두 과제를 새정부에서 안정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우선적으로 전력증강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전작권을 가져온다는 것은 우리가 북한의 위협을 대처하는 데 있어 허점을 노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전력증강을 이뤄내기는 어려울지라도 국방개혁이라든가 이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목표치의 8할 정도의 수준은 갖추는 상황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엽

능력의 문제는 객관적 지표로 도출되기 쉽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고려나 한국 측의 요구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오히려 전작권 전환과 관련한 의사결정보다 이 과정에서 미군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가 문제라고 보는데요. 미래사령부에서도 공군 작전권은 미군이 계속 보유한다는 입장인데, 미군에 대한 지휘권을 한국군에 주는 것에 미국이 동의할지의 여부는 사실 굉장히 민감한 문제입니다. 미국 조야에서는 그런 식의 구조가 형성되면 아예 따로 유지하고 유사 시 협조하는 방식으로 가야지 왜 연합된 사령부를 유지해야 하느냐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거든요. 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현재의 연합사 체제에서 한·미 양군이 유사 시에 공조체계를 유지한다는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미국의 의지 약화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능력 부분은 전작권 환수를 고려하는 입장에서 의사결정의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재적

능력이라는 측면에서 저는 조금 다른 접근을 하고 싶은데요. 앞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전작권 환수가 ‘과연 주권으로 논의되어야 하느냐, 아니면 한국이 북한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의 문제로 논의되어야 하느냐’가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미동맹은 전형적인 비대칭 동맹입니다. 실제로 전쟁이 일어나면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것은 비약이거든요. 사실상 전작권 논의의 프레임을 후자의 차원에서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국제전의 성격을 띠는게 불가피합니다. 여러 국가가 함께 전투에 참가하게 될 텐데 어떤 한 국가가 작전권을 통제하지 못하면 이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인 구조입니다. 한반도 전쟁에 대해서 한국군이 주도권을 잡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아직 충분한 능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효율과 비효율의 검증으로 논의의 틀이 이뤄져야 하는데 주권의 차원으로 진행되다보면 잘못하다가는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투자해서 얼마만큼의 능력을 구축할 수 있느냐로 논의가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성윤

저도 의견이 다르지 않습니다. 크게 보면 당위와 현실의 문제인데요.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다른 한·미 간 이슈에 비해서 양국의 의견이 하나로 수렴될 가능성이 큽니다. 언젠가는 가져와야 할 것이라는 당위적 차원에서 양국이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문제는 말씀하셨던 준비와 능력, 역할의 문제가 있는데 여기서 견해가 엇갈리는 것 같아요. 결국 한반도 유사시에 대한 수단과 매커니즘의 문제인데 최근에 북핵 위협 수준이나 북한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안보 전략들을 보면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시 전장은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본이나 괌, 하와이 등 최소한 미국의 서태평양사령부까지 동시다발로 투입되는 상황으로 비화된다는 것이죠.

지금까지 전작권 전환 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전시가 되면 전장은 한반도에 국한되기 때문에 한국군이 작전권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였는데, 북한의 미사일 실험을 보면 타격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북한의 전쟁 수행 방식이 시간을 끄는 장기전의 형태가 아니라 속도전인 측면도 있고, 미국과 일본까지도 전쟁에 투입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그야말로 복합적인 양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과거보다 색다른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요. 이러한 변화된 전략 환경에 기초해서 현 문재인 정부가 전작권의 전환 문제를 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안·미 간 대북() 정책 조율, 어떻게?

기초적 협상안도 미합의 조율 난항박재적

한국의 대북 대화, 정책적 여지에 의문우정엽

미국과 조율 후 한··중 공동협상안 마련신범철

지금은 원칙의 정확한 전달이 중요한 시기정성윤

정성윤

북핵 정책과 대북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능력에 기반한 북한의 전략과 그것에 맞대응하는 국가들의 대응 전략을 살펴봐야 하는 것이죠. 능력과 전략의 변화로 인해 국가 간의 관계가 바뀌는 것입니다. 관계가 바뀌는 속에서 어떤 국가는 딜레마가 심화되고, 어떤 국가는 소위 말하는 기회적 요소도 포착하게 되는 것이죠. 북한 핵 능력의 변화는 동북아 역내에서 짧은 순간에 다양하고 포괄적인 파급 효과를 양산하고 있고 여기에 놓인 한국의 도전이 급격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북핵 정책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첫 번째는 강대국들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변화를 맞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자국의 확장억제력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죠. 여기에 당연히 자원을 동원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고요. 중국의 경우 대한반도 영향력,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한 영향력에 대해 자국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실제적으로 북핵 위협에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실적 수단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죠. 그 과정에서 사드 문제와 같이 주변국과의 마찰 속에서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고요. 일본과 러시아도 각기 딜레마가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이러한 현상과 관련해서 각국이 나름대로 북핵 문제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과거와는 달리 접근 방식이 상당히 복잡해졌다는 것입니다. 1990년대 제1차 북핵 위기 때는 북·미 간의 양자 협상을 통한 틀이 있었고 이를 통해 제네바합의가 체결되기도 했죠. 2000년대 초반에는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지금은 세 가지 틀이 동시다발적으로 제시되고 있고 이들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할 수 있어요. 즉 ‘제재-비핵화’ 프레임, ‘비핵화-평화협정’ 프레임, 북한이 이야기하는 ‘평화협정-군축’ 프레임이 있습니다. 과거보다 틀이 복잡해졌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접점을 찾거나 해법을 도안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워졌어요. 시간을 많이 요하는 구조적 문제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우리 입장에서 보면 너무도 아쉽지만 북핵 문제가 한국의 주도권이 강화될 수 있는 여지를 찾기 어려운 쪽으로 점점 변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중관계와 각각의 영향력이 북핵 문제에 대해 너무나 강한 포섭력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한국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의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도권 강화 혹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서 북핵 문제를 전략적으로 해결할 여지는 과거보다 협소해졌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딜레마고요.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가 대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재와 압박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입장과 남북 대화를 재개해 북핵 문제를 통한 한국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후자는 소위 ‘코리아 패싱’이라는 외교적 딜레마를 해소하는 대안을 찾는 입장으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박재적

한·미 간에 대북정책 조율이 상당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각국의 입장 차이도 있겠지만 사용하는 표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북한의 ‘핵 동결’이라면 핵 동결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한 국가 내에서도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 중지를 선언하고 이에 미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한다고 한다면, 이 ‘축소’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논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죠. 여기에 대해서도 한·미 간은 물론 한국 내에서도 정의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대북정책을 조율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실제로 북핵의 근본적인 문제는 검증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국가들 간에 협의가 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북한이 근본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우정엽 단기적으로 향후 몇 년간의 대북정책 조율과 관련한 문제인데요.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강성이고 우리도 새정부 들어서 과거와 입장이 조금 달라졌기 때문에 양국 간에 이견이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트럼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실무진들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관련 업무를 진행하던 인사들이기 때문이죠. 힐러리가 당선됐다고 해서 지금과 다른 정책이 나왔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트럼프의 캐릭터로 인해서 강한 정책을 펼친다는 수준이 아니라 미국의 전반적인 인식 자체가 ‘대화와 협상으로 핵 문제를 풀기에는 북한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론 협상을 전제로 하지 않는 대화의 형식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대화라는 정책을 펼 공간이 과연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입니다. 아마도 한국이 지금 미국과 유지하고 있는 공조 체계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을 이야기하게 된다면 한·미 간에 이견과 갈등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신범철

현재 미국의 분위기도 이해하고는 있습니다만,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북핵 문제로부터 비롯된 안보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동맹도 북한의 위협을 해소하는 데 활용해야 할 것 같고요. 그런 부분에서 앞서 논의한 여러 현안들에 대해 미국의 입장을 많이 들어주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의 입장을 미국이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창의적인 방법을 제안함으로써 주변국의 공감을 얻고 만약 그 대안에 북한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제재를 더 강화할 수 있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동결할 경우 한국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규모를 축소하는 것도 하나의 협상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결하면 한국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거든요. 중단보다는 축소가 훨씬 현실적인 안이 될 수 있고, 우리가 미국과 의견을 조율한 후 중국을 설득하고 이를 통해 한·미·중 공동의 협상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단, 이 때 북한이 대화로 복귀하지 않는다면 보다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합의까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죠. 이러한 과정이 한·미 정상회담과 7월 초 G20정상회의 때 진행될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성윤

지금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혹은 미국이나 중국에 대한 원칙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입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비핵화 입구 전략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한국이 구체적인 협상카드를 밝히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는데, 구체적으로 규모에 대한 부분, 즉 축소와 같은 단어를 써버리면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져 버립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관련해서도 규모를 축소하는 문제도 있겠지만 훈련 자체의 성격을 순수 방어훈련으로 한다든가 훈련 방식을 바꾸면서 북한을 유인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최근의 추세가 조금 바뀌고 있는데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지난 20여 년 동안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던 미·중의 협력체제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시기 동안 북핵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미·중 협력체제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해왔고 아직도 유효하거든요. 이 구도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협력체제를 이완하거나 이에 반대되는 전략적 구상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한·미동맹, 어디로 가야?

위협 인식에 대한 공감과 편익 증진해야신범철

동맹 지위 및 역할 합의 공감대 확산해야정성윤

상대방을 위한 기본적 투자는 지속되어야박재적

세심한 배려로 상황관리가 긴요한 상황우정엽

신범철

기본적으로 동맹의 출발은 군사동맹이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국이 위협 인식을 공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의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하고 중국이라든가 제3국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이런 것들이 앞으로 계속 논의되고 조율되면서 동맹이 발전되어야 할 것 같고요. 이 외에 국내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동맹에 투자하는 비용과 그로부터 얻는 편익입니다. 우리가 아직은 동맹으로부터 얻는 편익이 더 많다고 인식할 때 한·미동맹이 계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안을 잘 해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지만 그보다 중요한 근본적인 문제에 있어서 공개적인 토의와 인식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새정부도 한·미동맹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은 하나씩 진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믿고, 이러한 전망에 기반해서 저는 한·미동맹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자 합니다.

정성윤

저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역할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 가지 차원에서 동맹의 지위와 역할과 가치에 대해 서로 간의 합의와 공감대를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북핵 문제의 해결 방법이고 두 번째는 통일 과정에서의 동맹의 역할이며 세 번째는 통일 이후 지역과 국제사회를 위한 동맹의 가치 확립입니다. 이 세 가지에 대한 확립이 있으면 한·미동맹의 생명력과 역할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재적

근본적으로 비대칭 동맹인 한·미동맹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대칭성을 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겠죠. 이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건전성을 높여 동맹을 계속적으로 유지·지속하기 위한 좋은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 모두 동맹의 응집력을 높은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상대방을 위한 기본적인 투자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의 전략적 입장에 대해 최소한의 고려와 타협 없이는 동맹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죠. 우리도 사드에 관한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고 미국도 북·미 직접 대화에서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는 한국 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등 서로 간의 현실과 의견을 존중해야 한·미동맹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정엽

과거 사례를 보면 한·미 간의 여러 정책들은 양국의 관계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간에 신뢰가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굉장히 작은 부분까지도 쉽게 이야기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죠. 지금은 서로에 대해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부분들에 대한 관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부터)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우정엽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왼쪽부터)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우정엽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 정성윤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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