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집중분석 | 석탄 금수 조치로 김정은 셈법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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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석탄 금수 조치로 김정은 셈법 바꿀 수 없다

지난 2014년 10월 12일 북한 나선의 두만강리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철

지난 2014년 10월 12일 북한 나선의 두만강리에서 석탄을 실은 화물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철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가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압박과 대화 중 어느 노선에 더 무게를 둬야 하는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현 북한 상황을 바라보는 핵심은 제재 속에서도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요인이 무엇인지 북한 내부를 분석하는 것이다.

북한의 대외 무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북·중 무역이 불과 60억~70억 달러 수준이라는 것은 북한의 대외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고로 현재 북한 경제의 성장은 내부의 자원 동원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만약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북·중 비공식 무역이 공식 무역의 2~3배 수준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북한 내부의 자원 동원은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실제로 북한이 2012년 도입한 포전제와 독립채산제에 의한 곡물 증산과 공장기업소의 생산성에 대한 일관된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역시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증가했다는 추정치를 내놓고 있고 북한의 경제성장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기관이 없는 상황이다. 대북제재는 강화되는데 도리어 북한 경제는 회복되는 이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핵심에 ‘석탄’이 있다. 석탄은 북한의 에너지, 화학, 석탄액화 산업에 주요한 원료다.

제재 속 고속성장? 석탄의 창()으로 북한을 보다

우선 북한은 세계적인 석탄 산지이며 에너지의 70%를 석탄 자원에 의존하고 있다. 북한의 전기는 소규모 화력발전이며, 주로 석탄을 이용하고 있다. 송배전 설비가 노후화되고 낙후되어 당국은 소규모 화력발전에 의한 전기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채굴되는 석탄은 발전소에 적합한 열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북한에서 화력발전이 증가함에 따라 산업설비 가동률도 대폭 향상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저열탄으로도 발전소 가동이 가능하지만 북한은 석탄 매장량이 풍부하므로 이러한 첨단기술 발전으로의 전환은 시급한 과제도 아니며 현 상황에서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다.

또한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연간 원유 50만t을 수입하고 있다. 자원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의 1일 소비량에 불과한 원유만으로 어떻게 경제를 지탱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해답은 석탄을 석유로 액화하는 설비에 있다. 실제로 과거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은 미국의 석유금수 조치에 맞서 세계적 석탄 산지인 함경북도 아오지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하여 관동군 등에 휘발유를 공급했고, 1960년대 소련과 1980년대 중국 역시 북한에 석탄액화 설비를 건설해준 바 있다. 북한 내 석탄액화 설비의 구축 및 활용 환경의 역사성이 상당히 깊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셰일에너지 혁명으로 석유 가격이 하락해도 해외로부터 원유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석탄액화 설비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중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에 제공하는 원유 50만t을 중단해도 김정은이 근본적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 분석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또한 석탄은 재건되고 있는 비날론 등 화학산업의 주요 원료이며 난방과 취사 등 인민 경제의 기초적인 자원이기도 하다.

김정은 체제가 구축된 이후 내부적으로 공장과 발전소의 가동률을 높여 내수 경기의 회복을 꾀해야하는 상황에서 석탄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 당국은 2013년 1월 우선 석탄을 내수용으로 공급하고, 이후 그 양에 해당하는 만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는 일종의 쿼터제(와크)를 시행하였다고 알려진다. 석탄의 내수 가격을 안정화하여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석탄 수출 통제 필요성 때문이다.

한편 대부분 중국으로 수출되는 북한 석탄의 대외수출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석탄은 북한의 단일 수출품으로는 최대의 외환 수입 품목이다. 전체 대중 수출 규모에서 석탄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수출품은 발전용탄으로 회분 18~21 기준 5,200~5,600kcal이며, 가격이 비싼 제철용 고열탄(코크스)은 중국 등에서 수입을 하고 있다. 탄광 인프라의 건설과 유지를 위한 양자 간 거래 형식도 오랜 거래를 통해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대형 기관 간에 진행되는 ‘공식 무역’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반면 중국이 북한의 석탄을 수입하는 측면에서 보면 저렴한 운송비가 가장 큰 장점이다. 석탄은 가격이 매우 저렴하고 이윤률도 낮아 무역 거래 시 저렴한 선박을 통해 운송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운송거리가 짧아 화물열차나 트럭을 이용한 운송으로도 이윤을 남길 수 있는 품목이다. 따라서 국경 지방에서 영세업체가 무역에 참여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 석탄은 낮은 이윤률로 인해 실제 거래 시 최소 100t 이상의 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가 비교적 통제하기 쉬운 품목이다. 즉 북·중 간 비공식 무역의 경우 지방의 세관이나 국경경비대와의 뒷거래 없이는 밀수가 불가능한 품목이라는 점이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북한 석탄은 주로 발전용으로, 전체 석탄 수입 비중의 2.4%에 불과하다. 북·중 석탄 무역이 중단되더라도 주변국에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한 상황인 것이다. 지난 2월 21일 중국 상무부가 1년간 잠정적으로 북한 석탄 수입을 금지 조치한 것도 북한 내부의 석탄 수요 증가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제2321호가 발효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의 이익이 합치된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석탄 금수조치 이후 올해 상반기 북·중 무역 동향을 보면 북한의 대중 수출액은 오히려 계속 증가하고 있고, 석탄 무역을 대체하여 철광석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제재의 실효성, 담보할 수 있는가?

김정은 경제체제의 특징적인 조치 중 하나가 초기 경제성장 단계에서 포전제와 독립채산제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석탄 산업을 통해 화학 및 에너지, 석유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노선을 취하면서 북한 경공업 등 기초 산업 재건과 경제 발전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외환 수입도 일정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이 해외노동자를 파견해 얻는 수익도 자세히 살펴보면 사각지대가 있다. 국제사회는 해외노동자들과 해당 기관 간 체결 임금(수입)에 주목해 이 중에서 당국으로 흘러가는 액수만 감시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자들이 현지에서 ‘청부’라는 일종의 아르바이트를 통해 얻은 번외 수입을 국제금융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북한 내 가족에게 송금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임가공 분야 역시 북한 내부에서 비날론 등 화학섬유 산업이 재건되면서 중국에서 원단을 반입하지 않고 자체 생산하여 반출시키는 사례가 최근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변화가 현재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 경제의 회생을 설명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유와 석탄 금수 조치는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는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는 아니다.

 박종철 /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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