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돈만 밝히면 이렇게 된다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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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사람과 재물>

돈만 밝히면 이렇게 된다

<사람과 재물>은 옛날이야기 형식을 빌린 만화영화로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1997년에 제작한 인형영화다. 북한에서는 아동을 위한 사상교양 사업의 하나로 봉건지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북한 아동영화에 등장하는 지주의 이미지는 한결같다. 사람보다는 돈을 더 좋아하며 가난한 사람들을 쥐어짜고 온갖 행패를 부린다. 결과도 뻔하다. 늘 이길 것만 같았던 지주들은 결국 자기 꾀에 빠져서 패가망신한다.

북한은 이런 구도를 통해 지주의 부정적인 면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그 이미지를 그대로 자본주의에 투영한다. 아동영화의 여러 주제 가운데 하나인 계급교양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람과 재물>도 재물만 탐하다 천벌을 받게 되는 변 부자를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옛날 어느 마을에 탐욕스럽고 괴팍한 변 부자가 살았다. 어느 날 변 부자의 아들 만복이의 돌날이 되었다. 만복이가 돌잡이에서 떡을 집어 들려고 하자 변 부자는 못마땅한 듯 돌아선다. 그때 그의 부인이 만복이 손에 돈을 쥐어 주면서, “여보, 만복이가 돈을 쥐었어요”라고 말하자 변 부자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변 부자는 돈 꾸러미를 만복이 목에 걸어주면서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제일이지”라며 흡족해 한다.

 中

<사람과 재물> 中

둑 무너져도 우리 집은 명당이라 무사하지

세월이 흘러 만복이가 10살이 된 해 여름이었다. 많은 비가 내려 마을의 둑이 위태로워졌다. 저마다 지게를 지고 나와서 둑을 지키던 마을 사람들은 힘을 덜고자 변 부자를 찾아가 소와 달구지를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변 부자는 소와 달구지는 빌려 줄 수 있지만 값을 치르라며 “가을에 추수를 하거든 쌀 열가마니를 내라”고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황당했다. “둑이 무너지면 이 집인들 무사할 줄 아시오?” 하지만 변 부자는 욕심을 버릴 생각이 없었다. “우리 집은 명당에 자리 잡았으니 난 걱정이 없지” 마을 사람들은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변 부자를 원망하며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때 “닭 좀 잡아주세요”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돌이네 씨암탉이 도망치다가 변 부자 집 마당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변 부자는 몸이 아픈 할머니를 위해 닭을 잡으려던 순돌이를 불러세우고는 “내가 좋은 약을 줄테니 닭은 여기 놓고 가라”며 강제로 씨암탉을 빼앗았다.

하지만 변 부자는 순돌이에게 줄 약이 아까웠다. 무엇을 줄지 고민하다가 만복이의 말을 듣고 곰팡이 핀 약을 특효약이라며 건넸다. 집으로 돌아온 순돌이는 할머니에게 약을 건네고는 봇둑을 쌓는 곳으로 나갔다. 변 부자가 준 약을 본 할머니는 기가 막혔다. 곰팡이가 피어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변 부자가 순돌이에게서 빼앗은 씨암탉을 잡아 먹으려 하는 데 “피하라!”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마을의 둑이 무너진 것이었다. 큰물이 마을로 밀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변 부자가 소와 달구지만 빌려주었어도 둑이 무너지는 걸 막을 수 있었는데…”라면서 분통해 했다.

 中

<사람과 재물> 中

아버지는 나부터 먼저 건져주지 않고

홍수가 났다는 소리를 듣고 집 밖으로 나온 변 부자는 담장너머로 돼지와 닭이 떠내려가는 것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홍수를 막기 위해 정신이 없는데도 변 부자는 떠내려가는 물건과 가축들을 주우려고 하였다. 만복이도 떠내려 오는 물건을 더 많이 잡으려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밧줄을 던지다가 균형을 잃고 물에 빠졌다.

한편 마을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물에 떠내려가는 사람들을 구하였다. 변 부자는 사람부터 건지자는 마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물건 건지는 일을 계속하였다. 그때 “살려주세요!”하는 소리를 들은 순돌이는 가까이에 있던 변 부자에게 가서 사람을 먼저 구하자고 부탁하였다. 하지만 변 부자는 “사람을 건지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재물들이 떠내려가겠느냐”며 순돌이를 밀쳐냈다. 변 부자의 아들 만복이도 떠내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변 부자의 눈에는 돈궤만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순돌이가 강물로 뛰어 들었다.

그렇게 떠내려가는 강물에서 건진 재물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변 부자는 부인과 함께 넘쳐나는 재물을 보며 깔깔거리며 기뻐했다. 만복이 생일상을 더 잘 차릴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그때 “만복이가 죽게 됐다”며 마을 사람들이 만복이를 업고 변 부자 집으로 들어왔다. 순돌이가 그렇게 구하자고 했던 사람이 바로 만복이었던 것이다. 변 부자는 “그럴 리가 없다”면서 부정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만복이는 죽어가면서 변 부자에게 “아버지는 나부터 먼저 건져주지 않고…”라는 말을 남기고는 숨을 거둔다. 변 부자는 뒤늦게 가슴을 치며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다. 승철이와 친구들은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교통질서를 잘 지키기로 다짐했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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