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이거 먹으면 건강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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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97

이거 먹으면 건강해지나요?

남한에 갓 왔을 때는 건강보조식품이 무엇인지 몰랐다. 북에서 건강보조식품이라는 말을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약이면 약이고, 식품이면 식품이지 두 가지가 합쳐진 것은 남한에 와서 처음 들었다. 얼핏 북에서 먹어 봤던 ‘대용식품’이란 이름을 떠올려 봤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대용식품은 대량아사가 발생하던 1990년대 후반에 북한 당국이 아사 방지를 위한 호구지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벼 뿌리, 옥수수 대 등을 가루로 만들고 여러 공정을 거쳐 변성시킨 말 그대로 진짜 식품이 아닌 대용식품이다.

하지만 건강보조식품이라는 용어를 몰랐을 뿐이지 그런 것이 있기는 했다. 예를 들면 어렸을 때 자주 먹던 ‘간유사탕’이다. 간유사탕은 병원에서 무료로 보급했는데 시중 약국에서 팔 때도 있었다. 필자는 어머니가 의사여서 돈 주고 사먹은 적은 없다. 어머니가 수시로 병원 약국에서 가져다주는 것을 친구들과 나눠 먹곤 했다. 특히 동생이 눈 건강에 좋다는 비타민A가 함유된 간유사탕을 많이 먹었는데, 그래도 그것을 건강식품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냥 눈에 좋은 간식이라고만 생각했다.

북한판 건강보조식품, 개엿과 닭곰

또 한 가지 건강보조식품이라고 할 만한 것은 보약으로 여기는 음식들인데 그 중 ‘개엿’과 ‘닭곰’을 들 수 있다. 개엿은 개고기에 설탕이나 꿀, 마늘, 황기, 백출, 등 한약재들을 넣고 오랜 시간 푹 달여서 엿처럼 만든 것인데 원기 회복에 특효였다.

닭곰은 남한에서 즐겨먹는 삼계탕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뱃속에 한약재를 넣은 통닭을 작은 단지에 담아 솥에 넣고 뼈가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오랜 시간 동안 쪄낸다. 이것도 원기 회복에 좋았다. 개엿을 만들 때에는 황구를, 닭곰을 할 때에는 검은 암탉이 좋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북한에서 민간요법에 속하는 보양음식들이 남한의 건강보조식품 격인 듯싶다.

건강보조식품에 속하는 것은 약국에도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비타민D-U’라는 것인데 아주 고소한 기름이었다. 중학생 때 관절염으로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갖가지 치료를 받아봤지만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런데 비타민D-U를 반년쯤 먹고 나았다. 그때 집에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아무리 감춰도 귀신같이 찾아내 먹어치우곤 해서 할머니가 ‘우리 집 생쥐’라고 부르시던 둘째 동생을 속이느라 애먹었다.

끼니마다 이 약을 국그릇에 반 숟가락씩 넣고 밥을 말아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그렇지만 맛있는 눈치를 보이면 동생이 금방 알아차리고 해치울 것이 뻔했다. 그래서 일부러 “아 쓰다. 이거 언제까지 먹어야 되나?”라며 인상을 찌푸렸는데 마지막까지 동생은 눈치를 못 챘다. 한번은 어쩌나 보려고 “이약 먹기 싫은데 네가 같이 먹어주면 안되겠니?”했더니 싫다고 머리를 내저었다. 그 때는 비타민D-U를 약이라고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바로 건강보조식품이고, 그런류의 건강보조식품은 북한에도 꽤 있었다. 다만 남한에 비해 종류가 적고 품질이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남한에 와서 제일 먼저 먹어본 건강식품은 ‘홍삼진액’이다.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는데 웬 여성이 살뜰한 말씨로 홍삼진액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체험해 보라고 공짜로 보내주겠다는 바람에 고맙다고 받아먹었다.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공짜에는 함정이 있다고 그렇게 배웠는데도 잊어버린 것이다. 홍삼진액 한 박스를 다 먹었으나 효과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했다.

한 박스 더 드셔야 해요

거의 다 먹었을 무렵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돈을 내야 한단다. 한 박스를 다 먹어도 효과가 덜 나타났다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거라며 술을 마시느냐고 물었다. 마신다고 했더니 그러면 더 먹어야 된다는 거였다. 이제 중단하면 몸이 좋아지려다 마는 셈인데 너무 아쉽지 않느냐고 꼬드기는 바람에 두 박스를 구입했다. 두 박스를 다 먹었을 때쯤 또 전화가 왔고 내친 김에 다시 한 번 사먹었지만 건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체질에 맞는 건강보조식품을 찾아 챙겨 먹고 있다. 건강보조식품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알고 살펴봤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과대광고는 조심해야겠지만 본인 체질에 맞는 것을 잘 복용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건강보조식품 구매량이 많은 것도 이유가 있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통일이 되면 한동안 북한 사람들도 나처럼 과대광고에 넘어갈 수 있겠구나 하고 우려스러운 생각도 들곤 한다.

도명학 / 자유통일문화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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