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특집 | 냉정한 역량평가, 촉진자 역할로 주도권 발휘해야 2017년 8월호

print

특집 | 레드라인 넘는 북한, 대북정책 ‘주도권’은?

냉정한 역량평가, 촉진자 역할로 주도권 발휘해야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주요 국정과제 ⓒ평화문제연구소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및 남북관계 주요 국정과제 ⓒ평화문제연구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국무회의에서 “뼈저리게 느껴야 할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스스로 이를 해결할 힘이 없고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는 고백을 했다. 사실이며 타당한 지적이다. 북핵문제, 남북관계의 주도권 이야기를 탈냉전 이후에 지속해 왔지만, 우리의 상황은 주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상황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북한의 핵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이번 특집의 주제도 어김없이 ‘주도권’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지만, 사실 핵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이라면 굳이 필요한 말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핵 문제를 돌이켜 보면 우리는 진실을 외면해 온 것 같다. 어찌 보면 현실 인식보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앞선 듯하다.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고 대북제재가 잘 작동하면, 또는 북한에 대해 체제 보장을 해주고 너른 아량의 포용을 해주면 그들을 대화의 장으로 데리고 올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감 말이다. 그 탓에 주변의 진짜 환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검토해 보자.

기대만 앞선 중국의 역할, 계산에 실패한 미국의 전략

첫째, 중국은 처음부터 북한을 궁지로 몰 생각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벌써 5차례의 핵실험과 그 이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태껏 중국이 제대로 된 대북제재를 시도했던 것은 지난 2003년 대북 원유공급을 중단했던 ‘송유관 수리’ 단 한 번 뿐이었던 것 같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에 미·중 경쟁 문제를 투영했고, 북한을 자기편으로 놔두는 전략적 선택을 하였다. 우리가 기대했던 ‘중국역할론’은 사실 중국에 대한 직접적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미국의 계산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면서 미국 주도의 동맹 네트워크를 강화하려 했던 것으로 판단되는데, 북핵의 시급성 인식에 실패했고 동맹 이익과 자국 이익 간의 분명한 차이를 노출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이 북한에 통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 아니며 북한의 핵개발 야욕은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을 신속하게 했었다면 빠르게는 1990년대, 늦어도 2005년 정도의 시점에는 이를 ‘동결’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했다. 핵실험을 맛본 북한에게는 달콤한 설득이나 만만한 협박으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더 일찍 깨달아야 했다.

셋째, 북한 김정은 정권은 자신도 모르게 ‘성공의 피해자(victim of own success)’가 되려고 한다. 국제사회의 무수한 압박 속에서도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고 핵실험이나 중장거리미사일 실험이 성공할 때마다 김정은은 만족스러운 모습을 내비치지만 실제로 북한이 그러한 능력을 갖춰나가려고 시도할 때마다 역설적으로 김정은 자신에 대한 위협은 더 커지게 된다. 김정은은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등소평’이 될 수도 있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몰락한 ‘스탈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이제 한국은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대북정책을 중장기적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현 한국의 정치 체제 속에서는 5년 단위가 한계다. 그렇다고 한국이 북한을 당장에 무너뜨릴 물리력은 제한되어 있고 곧바로 전쟁이 일어나도 미국과의 굳건한 동맹 구조가 없으면 압도하기 어렵다.

북핵 해결할 수 있다면 북·미대화 반대할 필요 없어

당장 해법이 보이지 않는 지금은 상황을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책이다. 이후 현실에 부합하는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할 단호한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몇 가지 제언이 있다.

첫째, 대북정책의 주도권을 재정의 해야 한다. ‘형식’에서 ‘실질’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난 두 달 동안 무슨 명분을 얻었고 무슨 실리를 내주었는지 파악하여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앞에 나서지 않더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촉진자 역할을 하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셈법과 준비가 필요하다. 만일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북·미대화를 반대할 필요가 없다. 한·미 간에 사전 공조만 잘 되면 수용할 수도 있는 일이다.

둘째, 목표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우리는 늘 통일을 입에 달고 살지만 통일은 그냥 오지 않는다. 남북의 체제가 서로 다르고 군을 따로 보유하고 있는 한 괜한 통일 지상주의로 일관하다가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통일은 우리의 중장기적 비전이자 목표고, 현실에서의 목표는 평화공존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철저하게 평화만 생각해야 한다. 이것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셋째,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막혀 있는 현 상황에서의 해법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주변국이 수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핵문제를 해결한다는 접근이 실현가능한지 자문해야 한다. 이런 인식 하에서 먼저 핵문제의 출구로서 대화를 통한 북핵 해법을 계속 제시하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강력한 제재를 통한 압박은 계속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 문제에 대한 상쇄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력을 과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면서 서서히 압박을 키워나가는 것이 제1의 상쇄전략이 될 것이며, 동시에 북핵 위협에 대응할 한국군의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 제2의 상쇄전략이 될 것이다.

신범철 / 국립외교원 교수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