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9월 1일

통통인터뷰 | “남북의 통일 길동무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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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인터뷰 | 최태순 사단법인 길동무 이사장

 남북의 통일 길동무가 되고 싶어요

최태순 사단법인 길동무 이사장

최태순 사단법인 길동무 이사장

Q. 언제부터 북한에 관심을 가졌는지? 북한 지원 사업을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북한에 관심을 가졌던 건 1970년대 후반 대학 생활을 할 때부터 였어요. 그 시대에는 민족 자주화 문제와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었죠. 당시 만연했던 노동자, 민족, 빈민, 이데올로기 문제 등이 결국은 통일 문제로 귀결되더라고요.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과의 문제도 남북한의 단절, 분단으로부터 파생한 것이었어요.

1980년대 중후반부터 지역 교회들에서 통일교육이 활성화되어 남과 북의 단절을 넘어서서 하나된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많이 가지면서 본격적으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세월이 지나면서 목회로 바쁘다 보니 구체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던 중에 선배 목회자들의 권유로 남북장애인협력사업단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간 목회자로서 교단 차원에서 북한에 온실을 지어주거나 수해나 가뭄 때마다 인도적 지원을 하는 등의 활동은 함께 해왔지만 장애인 지원 활동을 통해서 본격적인 북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Q.  사단법인 길동무의 전신인 남북장애인협력사업단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

A.  저희는 조선장애자협회와 연결이 되어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의 장애인들을 도와오다가 지난 2010년도에 공식적으로 통일부 인가를 받은 후 ‘남북장애인협력사업단’ 이라는 단체로 출범했습니다. 북한에 휠체어, 보청기, 의족, 의수, 장애인용 리프트가 장착된 차량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죠. 하지만 아시다시피 단체가 출범된 해에 5·24조치가 발효되면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에 대한 직접 지원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단체의 방향을 고민하던 중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다시 장애인 지원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되, 그동안 주력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됐어요. 현시점에서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할까 생각하던 중 남한 사회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사업을 하기로 결정했죠.

특히 세부적으로는 앞으로 통일이 되면 남북의 통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젊은이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함으로써 경제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5월 사단법인 길동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다시 활동을 시작했어요.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 정착해 나가는 길에 우리가 ‘길동무’가 되어준다는 의미죠. 더 나아가서는 통일 이후에 남북한의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이 친구들이 우리의 길동무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습니다.

Q. 길동무로 단체 명칭을 변경한 후에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A.  단체 활동에 ‘카페’라는 수익성 사업을 추가하고 탈북민을 고용하여 운영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바리스타 교육은 물론 근로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의식을 갖도록 하기 위하여 「근로기준법」에 대한 교육도 하고 있습니다.

대학로에 오픈한 길동무 카페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벌써부터 관심도 많이 받고 반응이 좋아요. 탈북민들은 직접 배운 기술로 커피를 제조해 제공하고 손님들은 다른 카페에서 사먹는 것과 똑같이 값을 지불하며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있죠.

또한 길동무 카페는 주식회사 버즈커피와 MOU를 체결했는데요, 이곳에서 탈북민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차원으로 커피 재료를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어요. 품질과 맛이 뛰어난 좋은 재료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 가을에는 공개 바리스타 교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해도 이해해주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잘 교육받고 우리 카페 혹은 다른 곳에서 충분히 경제 활동을 해낼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저희는 북한 사람들이 남한에 정착함에 있어서 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탈북민들의 바리스타 교육 분야에 있어서는 길동무가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자 합니다.

Q. 길동무 카페 운영시간이 특이합니다.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요?

A.  카페 설립 자체가 탈북민들이 남한 사회에서 경제적 주체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운영시간은 직원 복지를 염두에 두고 정했어요. 현재 대학로점에는 상주하는 매니저 한 명과 탈북민 직원 두 명이 근무하고 있는데요.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주말과 공휴일은 카페 휴무일이고요. 직원들에게는 4대 보험 혜택과 동일 업종 평균 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어요. 길동무 카페 매출은 전액 탈북민 지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Q. 길동무 카페의 운영상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A.  현재로서는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매출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게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만 되는 것 같아요. 수익이 중요한 사업은 아니지만 매출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탈북민을 고용하고 더 좋은 복지도 제공할 수 있겠죠? 저희의 취지에 공감하고 마음으로 지지해주시는 주변의 회사원분들, 지역의 교회와 단체들이 많기 때문에 잘 운영되리라 믿습니다.

길동무 카페의 외부

길동무 카페의 외부

Q. 단체 설립 이후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조선장애자협회와 북한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할 당시에 우리 측 사무국장이 소아마비 장애인이었어요. 그분이 목발을 짚고 북한을 방문했는데 북한 사람들이 너무 신기하게 보는 거예요. 장애자협회 사람인데도 장애인을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평양에는 장애인이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 측 사무국장이 목발도 짚고 휠체어도 타면서 사용법을 알려주고, 남한에서 장애인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고 전하니 북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신기하게 구경을 하던 모습이 생각나요. 북한 주민들에게 장애인은 처음 본 외국인과 같이 매우 낯선 존재였어요. 목발을 짚고 다니는 게 안 돼 보였는지 옆에 와서 뭐라도 도와주려고 하고 살갑게 대화도 나누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길동무 카페를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은 직원들의 변화예요. 처음에는 직원들 자체가 커피 문화를 생소해 했었는데 이제는 커피 맛을 알뿐만 아니라 커피를 통해 남한의 문화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저희가 카페 오픈 초창기에 가격을 낮춰서 판매를 했는데 열흘 동안 커피가 2천 잔이 나갔어요. 이때 짧지만 저희 직원들은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게 됐죠. 그래서 일한 지는 두 달이지만 다른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적응을 하고 있어요. 처음의 경직된 표정은 지금은 온데간데없고 밝은 모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카페 문을 닫는 시간 때문에 손님들이 의아해하셔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종종 있었어요. 한국에서 6시에 문을 닫는 카페는 드물잖아요? 어느 날 다섯시 반에 가게에 찾아온 손님에게 영업시간을 말씀드리니 “카페가 무슨 6시에 문을 닫냐?”라며 당황해하시더라고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길동무 카페의 특성을 아신 후에는 이해하고 오히려 관심을 가져주세요. 앞으로 좋은 에피소드가 많이 생길 것 같습니다.

Q. 길동무의 향후 비전은?

A. 남북장애인협렵사업단에서 길동무로의 단체명 변경은 활동 내용이 변경된 것이 아니라 활동이 보다 확대된 것입니다. 기존의 장애인 지원 사업도 남북한 간 경색 국면이 풀리는 즉시 다시 재개할 방침이에요. 저희가 이전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은 소아마비 백신 지원 사업입니다. 다른 나라는 태어나면서부터 신생아에게 소아마비 백신을 의무적으로 맞게 하지만 북한의 경우는 그런 시스템이 안 되어 있어요.

1회만 투약하면 영구적으로 예방이 되는 것인데 굉장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북한 어린이를 300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소아마비 백신 1회에 2만 원 정도로 계산하면 약 600억 원이 듭니다. 이 정도 예산을 들이면 소아마비 장애를 예방할 수 있으니 범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저희는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기 때문에 지원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온다면 같은 뜻을 가진 단체들과 협력해서 사업을 실행할 계획입니다. 북한의 아이들이 모두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장애인이 된 분들에게도 차량 지원, 휠체어, 보청기 등을 지원하며 돌아가실 때까지 계속 돌봐드려야죠.

현재 진행하고 있는 길동무 카페 사업은 대학로점이 자리가 잡히면 수도권에 다섯 개 지점을 오픈해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려는 계획 중에 있고요. 나아가 통일 여건이 하루빨리 조성되어 이 친구들과 함께 북한에 카페를 오픈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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