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9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일촉즉발 8월, 태평양 넘나든 북·미 설전(舌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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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일촉즉발 8월, 태평양 넘나든 북·미 설전(舌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이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연합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로 끓어올랐다. 긴장 고조의 원인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 때문이었다. 지난 8월 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름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본인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은) 정상 상태를 넘어 매우 위협적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도 이날 대변인 성명으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해 미국을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있는 앤더슨 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島)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북한은 한 술 더 떠서 ‘화성-12’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4발로 괌 주변을 포위사격하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밝혔다. 김락겸 전략군 사령관은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는 일본의 시마네현, 히로시마현, 고치현 상공을 통과하게 되며,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10일 트위터에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명령은 우리의 핵무기를 개조하고 현대화하는 것이었다”며 “(이를 통해)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썼다. 그는 이어 “바라건대 우리가 이 힘을 사용할 필요는 결코 없겠지만,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아닐 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메시지는 북한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괌 주변 포위사격 할 것용납하지 않겠다

북한과 미국의 이러한 말폭탄 전쟁이 위기감으로 이어진 것은 최근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와 이에 대응한 미국 내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 언급 때문이기도 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MS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질문 받고 “북한이 핵무기로 미국을 위협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쟁, 예방전쟁을 말하느냐?”고 확인한 뒤 “물론이다. 우리는 그것을 위한 모든 옵션을 제공해야만 한다. 거기에는 군사옵션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 즉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참을 수 없다고 말해왔다”며 “만에 하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들을 가진다면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예방전쟁’이란 적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판단될 때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전면전을 막는 개념의 전쟁으로 ‘이라크 전쟁’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미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지난 8월 1일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을 내버려두느니 북한과 전쟁을 하겠다고 내 얼굴에 대고 말했다”고 주장하면서 ‘예방전쟁’ 개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끓어오르던 한반도 위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으로 잠시 수그러들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8월 14일 전략군 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제의 군사적 대결 망동은 제 손으로 제 목에 올가미를 거는 셈이 되고 말았다”면서 “비참한 운명의 분초를 다투는 고달픈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놈들의 행태를 조금 더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를 최악의 폭발계선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에 충고하건대 과연 지금의 상황이 어느 쪽에 더 불리한지 명석한 두뇌로 득실관계를 잘 따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놈들 행태 조금 더 지켜볼 것현명한 결정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 8월 16일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의 대화에 도달하는 방법을 찾는 데 대한 관심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것은 그(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매우 현명하고 상당히 합리적인 결정을 했다”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재앙적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8월 21일부터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됐다. 비교적 조심하는 분위기다. 미국도 이번 훈련에 투입하는 병력을 7,500명 줄이고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23일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 집회에서 “그(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가 우리를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나는 존중 한다”며 “아마도 긍정적인 무엇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무엇’이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꽉 막혔던 북·미 간의 대화가 다시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8월 10일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과의 협상은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UFG 연습 중인 지난 8월 26일과 29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다시 도발에 나섰다. 한반도에서 위기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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