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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대북정책 운전석, 모범운전하면 길은 있다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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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북정책 운전석, 모범운전하면 길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호 운전대를 잡았다. 연합방위 주도에 필요한 군사력 획득과 남북대화 재개, 평화통일 환경 조성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을 인정받았다. 이어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남북 평화공존 의향, 남북 대화 재개와 다양한 협력 방안을 제시한 ‘베를린 구상’을 내놓은 뒤, 중국·러시아·일본과 정상 간 외교 채널을 복원하고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그러나 아직 한반도호는 제대로 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호는 평화 회복과 북핵 문제 해결을 경유해 통일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가야 한다. 이는 한국 주변 다섯 승객이 모두 탑승해야 가능하다. 현재는 운전사만 타고 있고, 승객들은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으로 편을 갈라 운행 조건 및 방법을 두고 차 밖에서 다투고 있다. 승객 중 가장 힘이 센 미국은 운전대는 맡겼지만 키는 넘기지 않고 있다. 자신이 가장 좋고 넓은 좌석을 차지해야 하고 자기 말을 들어야 타겠다고 한다. 필수 탑승객이지만 우리의 경쟁자인 불량한 북한은 차에 타기는커녕 운전석을 내놓으라고 버티면서 차를 부술 태세다. 미국은 북한이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압박하지만, 북한은 공멸불사의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미국에 자기의 존재를 인정하라며 버티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이 북한과 친하다는 이유로 북한을 통제해 차에 태우라고 종용하면서 그렇지 않으면 중국을 혼내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일본은 한반도호의 연착을 내심 즐기면서 미국에 편승하고 한국을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등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하다.

최악의 안보 상황 대비가 최우선 과제다

탑승객 모으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은 일촉즉발의 안보 위기로 번질 수 있는 북·미 간 정면 대결 상황을 수습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은 대한민국만이 결정할 수 있다 …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이다”라고 선언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또한 국가안보를 위해 정부는 북한의 핵 실전능력 보유라는 최악의 상황을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우리의 억지력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거부억지책인 사드는 부분적인 효용이 있으므로 확실한 억지책인 보복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북한이 최소 10개 이상의 핵탄두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는 막연히 미국의 확장억지 보장 구두 약속에 국민의 생명을 맡기고 있는 현실을 시정해야 한다.

먼저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해서는 현 한·미동맹 조약에 따른 ‘헌법적 절차’에 따라서가 아니라 자동적이고 즉흥적인 핵보복을 다짐하는 한·미 핵안보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핵 개발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의 전술핵을 한시적 조건부로 재배치해 핵억지력을 확보하고 핵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북한의 핵포기와 전술핵 재철수를 교환해야 한다.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해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정부는 각기 개성이 독특한 승객들을 불러 모아 차에 태우고 경유지인 평화 회복 방향으로 차를 몰아야 한다. 이를 위해 21세기 시대정신과 대의명분인 평화와 국제협력을 주창하고 그 실현 원칙으로 상호안보, 공동안보, 예방안보를 채택해야 한다. 승자 독식의 승패 게임이 아니라 모든 참여자가 승리하고 혜택을 보는 ‘win-win’ 게임을 시행해야 한다. 각국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공존할 것을 약속하며 서로의 체면과 위신을 지켜줘야 한다. 게임의 규칙은 상호교환과 동시행동이 되어야 한다. 힘이 세다고 상대에게 자기 뜻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게임은 파탄난다.

이런 맥락에서 남북한 경제력 차가 40배, 북·미 간 경제력 차가 600배, 미국이 5천 개 이상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현 시점에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없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밀어붙인다면 북한은 끝까지 버티고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과거와 달리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는 자칫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데 있다.

자율성 확대와 지혜로운 모범운전이 긴요한 시점

따라서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상응한 처벌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제재에 참여하되,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른 탄력적인 시행을 주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한국이 운전석에 앉았지만 북한이 남북대화 제안을 무시하고 있으며 한·중관계는 불편해졌고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기대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존 심화 때문일 수 있다. 한국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도력을 행사하려면 한·미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우리의 자율성을 최대한 증진해야 한다. 우리의 자율성을 남북관계에 국한시키지 말고 핵과 미사일 문제 역시 우리의 과제로 간주하여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제안을 만들고 미국 및 중국과 조율하여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평화와 공동번영의 기치 아래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제안하면서 핵을 포기한 북한이 적어도 외부요인으로 체제 위협을 받지는 않도록 해야 핵 포기 가능성이 생긴다. 북한의 붕괴는 내폭을 통해 이루어지는 게 바람직하다. 동북아 구성국 모두를 태우고 평화구축과 통일을 향해 한반도호가 나아가려면 대미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상호 안보에 입각한 평화와 공동번영을 주창하고 능동적이고 모범적으로 운전해야 한다.

홍현익 / 편집위원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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