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0월 1일

북한法 통일LAW | 북한에 남은 자녀 … 남한 간 아버지 유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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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남은 자녀 … 남한 간 아버지 유산은?

 

대법원은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이 상속권을 침해받아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연장돼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대법원 청사

대법원은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이 상속권을 침해받아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연장돼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에 위치한 대법원 청사

1·4후퇴 때 남하한 ‘갑’은 1918일 2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이하 ‘북한’이라 함)에서 출생하여 1938년 3월 ‘을’과 혼인, 장녀 A1와 A2(1996년 북에서 사망), A3·A4·A5·A6 등 2남

4녀를 두었다. 갑은 한국전쟁 발발 후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이하 ‘남한’이라 함)으로 장녀 A1만을 데리고 피난하였고 나머지 가족들은 그대로 남게 되어 이산가족이 되었다.

갑은 1957년 1월 북한에 남아 있던 처 을과 함께 월남한 장녀 A1에 대하여 취적허가를 받아 자신의 가호적에 등재하였으나, 북한에 거주하는 나머지 자녀들은 호적에 등재하지 않았다. 갑은 남한에서 동거하던 ‘병’이 자녀를 출산하자, 을이 1952년 7월 8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6가 1번지에서 사망한 것으로 하여 1959년 10월 19일 사망신고를 했고 다음 날 병과 혼인신고를 하였다. 이후 갑은 병 사이에서 C1·C2·C3·C4 등 2남 2녀를 낳아 호적에 등재하였다.

100억대 유산 분쟁 에 사는 친자들이 소송 걸었다

갑은 남하해 서울 영등포에서 개인의원을 운영하면서 100억 원 대에 달하는 재산을 축적했으나 1981년 뇌출혈로 쓰러져 투병생활을 하다 1987년 사망했다. 실제로 북에 거주하던 부인 을은 1997년 4월 사망했다. 갑은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사망 후 약 20년간 명의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가, 2008년 12월에 남한의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되어 있는 상속인들에 대해서만 상속등기가 이루어졌는데, 이로 인해 장녀인 A1과 후처인 병의 가족들 간에 상속재산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다.

갑의 사망 후 A1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찾기 위해 2000년 9월경 남북이산가족찾기 신청을 하였으나 찾지 못하고 있다가 2005년경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외삼촌을 통해 북한에서 모친 을과 동생 A2가 사망했고 나머지 4명의 동생인 A3·A4·A5·A6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A1은

2008년 2월경 서울에서 미국 국적의 선교사로서 북한을 자주 왕래하는 인사를 만나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들의 소재를 파악, 이들에게 자신(A1)을 수임인으로 하여 갑의 사망소식과 함께 상속재산에 대한 소송수행 및 재산관리를 위임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해 달라고 의뢰하였다.

그 후 A3 등은 위 자료들을 가지고 궁극적으로 부친인 갑의 재산을 상속받고자 남한의 소송대리인을 통해 2009년 2월부터 일련의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먼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창설허가를 신청했고, 다음으로 서울가정법원에 검사를 상대로 갑과의 친자관계 존재의 확인을 구하는 소(訴)를 제기하였으며, 마지막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병과 그 자녀 C1·C2·C3·C4를 상대로 상속회복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한편 A1은 이와 별개로 2009년 2월 서울가정법원에 병을 상대로 제2혼인이 중혼임을 이유로 중혼취소의 소를 제기하였다.

위 사안은 북한 주민의 상속권 회복에 관한 소송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법조와 언론의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으며, 한편으로 북한 주민과 관련된 친족·상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크게 촉발시킴으로써 2012년 2월 10일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남북가족특례법’이라 함)이 제정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남북가족특례법은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유증 등에 관련된 내용을 규정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남북가족특례법은 남한 주민인 아버지나 어머니의 혼인 중의 자 또는 혼인 외의 자로 출생한 북한 주민이 친생자관계 존재 확인의 소나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할 경우에 우리 민법의 관련 규정에서 정한 제척기간에 대한 특례를 인정하여 분단의 종료, 자유로운 왕래, 그 밖의 사유로 인하여 소의 제기에 장애 사유가 없어진 날부터 2년 내에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A1 등이 제기한 상속회복 청구의 소는 결과적으로 민사조정이 성립되어 종결되었으나, 이들 소송은 북한 주민의 친족·상속관계에 관한 중요한 법적 쟁점을 망라하고 있어 학술적으로는 물론 실무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6.10.19. 선고 2014다46648)에서 쟁점이 된 사항은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의 경우 상속권이 침해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우리 민법 제999조 제2항(상속회복청구권)에 따라 상속회복 청구권이 소멸하는지의 여부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에 행사기간에 관한 특례가 없다고 하여 반드시 민법 제999조 제2항이 북한 주민의 상속회복 청구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고 보았으며, 남북가족특례법 제11조 제1항의 해석상 남북 이산으로 인하여 피상속인인 남한 주민으로부터 상속을 받지 못한 북한 주민이었던 사람은 남한의 참칭상속인에 의하여 상속권이 침해되어 10년이 경과한 경우에도 민법상 상속회복 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연장, 남한에 입국한 때부터 3년 내에 상속회복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갑의 자녀인 A1과 A3에게 상속회복 청구권을 인정한 판례라 할 것이다.

대법원, 북한 주민 특례 적용 상속회복 청구권 인정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12년 제정된 남북가족특례법은 남북한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 및 상속 등에 관한 법률관계에 관해 특례를 인정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제척기간을 연장함으로서 북한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한편, 그 권리 행사로 인하여 남한 주민 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최소화함으로써 남북한 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려고 하였다.

그렇지만 대법원은 남북한 주민 사이의 상속과 관련된 분쟁에서 북한 주민을 배려할 필요가 있더라도, 이는 민법상 상속회복 청구권의 행사에 제척기간을 둔 입법 취지나 남북가족특례법의 입법 목적 및 관련 규정들을 감안해 해당 규정에 관한 합리적 법률 해석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았다. 상속의 회복은 해당 상속인들 사이뿐 아니라 그 상속재산을 전득한 제3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우리 민법에서 정한 제척기간이 상당히 지났음에도 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법률관계의 안정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대법원은 이는 법률해석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입법에 의한 통일적인 처리가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위 중혼취소 관련 사안에서 A1은 2009년 2월 병을 상대로 제2혼인이 중혼임을 이유로 그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으나, 당시 시행되던 민법(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27호

로 개정 전) 제818조는 ‘당사자 및 그 배우자, 직계존속, 8촌 이내의 방계혈족 또는 검사’만을 취소권자로 규정하고 있어 직계비속인 A1에게는 취소권이 인정되지 않았다. 이에 A1은 소송 계속 중이던 2009년 6월 민법 제818조에 대하여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으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위헌취지로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이후 2012년 2월 10일 민법 개정에 의해 직계비속도 취소권자의 범위에 포함되었다. 따라서 갑의 장녀 A1의 중혼취소 청구의 적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A1에게 취소권이 인정됨을 전제로 판단했다.

판결들을 통해 남북 주민 간 분쟁을 해결하는 법원리를 도출하거나 사법부의 시각에 시사점을 얻기에는 아직 사례가 많이 부족하나 이러한 법적 판단이 남북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이산가족으로 인해 발생되는 법적 문제는 분단 이후 한국 사회의 중요한 현안이었고, 남북회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대북정책의 최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는 새정부는 이산가족들이 하루빨리 가족을 만나고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추석 계기 생사 확인과 상봉 정례화 등 근본적 해결 방안도 강구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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