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1월 1일

글로벌포커스 WHY? | 중동 화약고, 또 다시 일촉즉발 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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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중동 화약고, 또 다시 일촉즉발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준수 불인증’ 관련 발표 내용이 보도된 신문을 읽고 있다. ⓒ연합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 협정 준수 불인증’ 관련 발표 내용이 보도된 신문을 읽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협정 준수를 인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자칫하면 향후 이란 핵 협정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과 함께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하면서 포괄적인 대(對)이란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운동 기간 중 “이란과의 핵 합의는 재앙이자 최악의 거래”라면서 “대통령이 되면 이란과의 핵 합의 폐기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가 지난 10월 13일 이란의 핵 협정 준수를 불인증하겠다는 결정을 밝힌 것은 후보 시절 내세운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기껏해야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잠시 지연시키는 협정을 미국 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란은 협정을 여러 번 위반했으며, 원심분리기 가동에 대한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핵 위기, 재발 가능성 높아진다

트럼프가 이란과의 핵 협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란의 핵 개발을 완전히 무력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와 독일을 포함한 주요 6개국은 이란과 팽팽한 협상 끝에 2015년 7월 14일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JCPOA)’이라는 핵 협정에 합의한 바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이란은 가동 중인 1만900개의 원심분리기를 감축해 6,104개만 남기기로 했다. 이 가운데 5,060기는 나탄즈에서 10년간 상업용 연료봉 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 1,044기는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연구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이란은 또 향후 15년간 우라늄 농축 목적의 신규 시설도 건설하지 않기로 했으며, 아라크 중수로를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재설계하고 사용후 핵연료를 국외로 반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엔과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특히 이란의 원유, 천연가스 등에 대한 금수조치가 해제됐다.

문제는 JCPOA에 따라 이란이 원심분리기 등 기본적인 핵시설을 보유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농축 우라늄도 생산하고 있다. 게다가 협정의 시한을 10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후 이란이 핵 개발을 재개할 수도 있다. 트럼프의 이런 주장에 공화당 의원들 중 상당수도 동조해왔다. 또 이란과 오랜 기간 적대 관계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 이집트 등 아랍 국가들도 같은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준수 불인증 조치는 미국 행정부가 90일마다 이란의 핵 협정 준수 여부를 평가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한 이란 핵합의 검증법(INARA)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의 불인증 결정에 따라 의회가 60일 내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할지, 아니면 기존 협정을 그대로 유지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 의회의 의견은 제재를 재개해야 한다는 측과 현재대로 제재 중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절충안으로 INARA를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톰 코튼 상원의원과 함께 이란 INARA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INARA를 개정하면 이란 핵 협정을 사실상 수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INARA 개정안에는 이란의 테러 세력 지원 등이 발각되면 즉시 제재를 발동하는 이른바 ‘트리거 조항’과 2030년에 자동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한 주요 제한을 해제하는 일몰 조항을 영구히 삭제해 핵개발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계획이다. 트리거 조항에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계획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이란 핵 협정 준수 불인정이란, 강력 반발

미국의 의도는 주요 5개국과 이란이 핵 협정 파기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미국 국내법을 통해 이란 핵 협정 내용을 사실상 수정하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란 핵 협정의 결함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협정은 종료될 것”이라며 INARA 개정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트럼프는 또 이란의 테러 지원 활동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국들과의 공조, 이란의 테러 지원을 막기 위한 추가 제재, 이란의 미사일 및 무기 확산 대응, 이란의 핵무기 획득으로 가는 모든 경로 차단 등 4개의 포괄적 대이란 전략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재무부는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IRGC)를 추가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란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방송을 통해 “이란의 국익이 존중받는 한 우리는 핵 합의를 계속 이행하겠다”면서도 “이란은 어느 외국 정부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란 국가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미국이 핵합의를 찢는 쪽을 택한다면 이란도 이를 산산조각 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만약 미국 의회가 INARA를 개정한다면 향후 이란의 선택은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란이 미국에 핵합의 파기의 책임을 돌리면서, 핵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것이다. 이 경우 중동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핵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유럽연합,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미국을 고립시키는 전략이다. 현재로선 이란이 두 번째 방안을 구사하면서 첫째 방안도 물밑에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트럼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초강경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무엇보다 이란이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이 약화되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그동안 IS를 격퇴하기 위해 같은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와 이라크 정부를 지원해왔다. 이란은 또 시아파 무장 정파인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앞세워 IS 소탕 작전에 적극 참여해왔다. 특히 이란 혁명수비대는 상당수의 병력을 전투에 투입하기도 했다.

이란은 바로 이런 전공을 명분으로 세력이 약화된 IS의 빈자리를 차지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게다가 이란은 핵 협정에 따른 서방의 제재 해제로 원유 등 에너지 수출을 재개함으로써 경제력을 회복하고 있다. 더구나 이란은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분열로 어부지리까지 얻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4개국은 테러 단체 지원 문제로 같은 수니파인 카타르에 대해 봉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카타르는 이에 반발해 이란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란이 최근 들어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9월 22일 이라크와의 전쟁 37년을 맞아 테헤란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벌이면서 새로운 중거리 탄도미사일인 호람샤르를 선보였다. 호람샤르 미사일은 사거리가 2천 ㎞로 다탄두(MIRV)를 탑재할 수 있다. 이란 핵 협정에 따르면 이란은 2024년까지 핵탄두를 장착할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은 IAEA가 자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검증했기 때문에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것은 핵 협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란이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군사력을 강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란은 그동안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실제로 이란은 사거리 2천 ㎞인 샤하브-3호 미사일과 사거리 1,600㎞인 가드르 미사일, 사거리 1,700㎞인 에마드 미사일 등을 개발해 실전 배치한 바 있다. 이란은 앞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이란과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에서 상호 협력하고 있는 점도 미국으로서는 매우 불편한 대목이다. 이란 반체제 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NCRI)는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란이 북한의 지원으로 탄도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제조·저장·유지를 위한 지하시설과 터널 등은 모두 북한 시설을 모델로 삼았으며, 이란에 파견된 북한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건설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란 혁명수비대와 우주·항공 부문 대표단이 북한을 자주 방문해 탄도미사일에 관한 지식과 정보, 개발 성과 등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NCRI는 또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보고서는 혁명수비대의 통제 아래 국방혁신연구기구가 비밀 군사시설에서 핵무기 개발을 해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핵 개발이 유력하게 진행 중인 군사시설 단지 4곳을 발견했다면서 IAEA가 이곳을 사찰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도 이란 핵 협정 준수 불인증을 선언하면서 북한과 이란의 거래 의혹을 거론했다. 트럼프는 “이란이 IAEA 사찰관들에게 특정 군사시설에 대한 사찰을 허용하지 않고 있어 비밀 핵무기 개발 장소로 의심된다”면서 “이란이 북한과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협력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협정을 문제 삼은 이유는 이란이 북한처럼 되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이 진행되면 제2의 북한이 된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미사일방어(MD)체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 10월 6일 미국 국무부의 승인에 따라 150억 달러(17조2천억 원)에 달하는 사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사우디가 사드를 대거 구매해 실전 배치하려는 것은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은 지난

10월 5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 자리에서 20억 달러 어치의 S-400 4개 포대분을 구매하는 데 합의했다. 사우디는 이와 함께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와도 긴밀한 군사 협력을 맺음으로써 이란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와 이스라엘, MD 체계 대폭 강화 나섰다

이로써 사우디는 미국과 러시아의 첨단 MD체계를 모두 보유하게 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그만큼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도 내년 초 미국과 공동 개발한 애로우-3 장거리 요격미사일 발사시험을 알래스카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이 알래스카에서 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로 한 것은 이란과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미국과 공동 대응하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이스라엘은 사상 처음으로 자국 내에 미군의 MD 기지 건설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 지역에 미군만 사용하는 MD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임시가 아닌 영구 상주 기지에 X-밴드 레이더를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전략 자산 배치를 통해 이란의 위협에 대한 공동 방어에 나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란 핵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자칫하면 중동 지역이 또 다시 새로운 전쟁의 무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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