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2월 1일

Uni – Movie | “사랑하지만 서로 겨눠야 했다”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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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쉬리>

“사랑하지만 서로 겨눠야 했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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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분단 영화의 시대별 구분은 크게 영화 <쉬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서태지의 등장과 함께 ‘신세대’라는 용어가 생겨나면서 대중문화는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갔고, 한국 대중문화는 서태지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영화 <쉬리> 이후 분단 영화는 기존의 반공영화 틀을 넘어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었다. 당시 <쉬리>가 몰고 온 파장은 대단했다. 영화의 주제곡인 ‘When I dream’은 각종 라디오 차트를 석권 했고, 출연했던 배우들은 모두 인기스타로 급부상했다. 아직도 <쉬리>가 분단 영화의 가장 큰 성공사례로 회자되는 이유는 영화의 흥행 요소인 액션, 로맨스 등 재미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남북 분단 상황을 주인공 남녀 간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으로 잘 보듬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이 영화에는 현재 대형급 스타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해서 눈길을 모았다. 영화에서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배우 김수로는 북한군 특수부대원으로 나와 대사 한마디 없이 총격전 중 사망하는 역할로 출연했고, 톱스타 황정민은 한석규를 조사하는 특별조사관 역할로 출연해 단 두 문장의 대사만을 남겼다.

스토리

영화 <쉬리>는 크게 남한의 특수비밀기관 OP 요원인 유중원(한석규 분), 이장길(송강호 분)과 북한군 특수 8군단 소속의 박무영(최민식 분), 이방희(김윤진 분) 간의 대결 구도로 그려진다. 주연배우들의 포진을 보면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단출하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 특유의 선 굵은 복선과 재미가 더해지면서 영화는 맛깔스러워졌다. 특히 남북한 특수요원들 사이에 러브라인을 형성시키면서 멜로적 재미까지 더한 부분은 당시로서는 매우 독창적인 접근이었다.

주인공인 유중원의 연인 이명현(이방희)은 천생 여자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드러운 여성이다. 유중원은 그런 이명현의 매력에 빠져 결혼까지 약속했지만, 사실 우연 같던 이들의 만남에는 계략이 숨겨져 있었다. 이명현의 정체는 바로 유중원과 OP가 그토록 체포하려 노력했던 북한의 특수공작원 이방희였던 것이다. 이명현은 평상시에는 신분을 숨기고 생활하지만 밤에는 ‘전사’ 이방희로 북한의 특수 8군단 소속 박무영과 PC 채팅을 통해 수시로 작전명령을 하달 받는 암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OP의 작전은 번번이 노출되어 실패했고 OP 대원들은 내부에 첩자가 있는 것으로 판단해 점검에 들어간다. 이때 특별조사관 황정민이 잠깐 등장한다.

현지 작전요원인 이방희와의 접촉을 통해 남한 땅을 밟는 박무영. 북한 최고의 특수부대인 특수 8군단 소속 박무영의 일행은 남한군 특전사 복장을 하고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신소재 액체폭탄 CTX를 탈취한다. 이때 유중원은 리비아 대사관 진압 작전 시 맞닥뜨린 박무영이 침투해 왔다는 사실을 직감한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본부로부터 지원 명령을 받은 이방희가 유중원과 대면하면서부터다. 연인에 대한 마음이 커진 이방희는 유중원에게 작전 장소에 나오지 말 것을 메시지로 남겼지만 비극적이게도 결국 둘은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에 직면한다. 조국의 명령과 연인과의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던 이방희. 결국 그녀는 비극을 직감한 듯 자신의 손으로 유중원을 죽이는 대신 자신이 죽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제주도 해안가에서 ‘전사’ 이방희가 아닌 ‘애인’ 이명현에 대해 이야기하며 죄책감과 허전함에 자조적 웃음을 짓는 유중원의 모습이 그려지며 영화는 서글픈 피날레를 장식한다.

감상포인트

영화 <쉬리>는 개봉 당시 <장군의 아들>, <서편제> 등 이전의 흥행 기록을 가볍게 갱신했다. 남북 관계를 배경으로 한 소재의 힘과 멜로의 결합이 제대로 어필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강제규 감독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쉬리>의 성공과 관련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다소 반어법적인 대답을 내놓은 적이 있다. 영화 <쉬리>는 강제규 감독의 말처럼 분단 문제를 그다지 무겁지 않게 다루려 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편안하게 받아들여졌다. 분단 영화는 으레 힘이 잔뜩 들어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힘 빼고 만든 영화 <쉬리>는 제36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6개 부문, 제35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비롯한 4개 부문, 제20회 청룡영화상 2개 부문, 제1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3개 부문을 휩쓸었다.

<쉬리> 이후 많은 분단 영화에서 남북 커플을 다뤘지만 아직도 영화에서 연인끼리 총부리를 겨누며 갈등하던 장면과 주제곡의 서글픔이 잊히지 않는다. 개봉 당시에는 대다수 국민들이 영화를 봤겠지만, 현재 젊은 세대들 중에서는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 많을 듯싶다. <쉬리>는 한 번 쯤은 꼭 봐야 할 영화다. 아직 분단 영화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지만 앞으로 <강철비> 등 블록버스터급 분단 영화의 개봉이 예정되어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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