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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 아베의 일본, 전쟁 가능 국가로 한 걸음 더!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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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아베의 일본, 전쟁 가능 국가로 한 걸음 더!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지난 2015년 10월 18일 도쿄만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승선한 호위함 ‘구라마’호(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상자위대 관함식이 거행되고 있다. ⓒ연합

지난 2015년 10월 18일 도쿄만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승선한 호위함 ‘구라마’호(가운데)를 중심으로 해상자위대 관함식이 거행되고 있다. ⓒ연합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장 존경한다고 말하는 인물은 요시다 쇼인(1830~1859)이다. 요시다는 정한론과 대동아공영론 등을 주창한 메이지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사상가다. 하급 사무라이의 아들로 태어난 요시다는 해외 열강들의 개항 압박을 목격하면서 제국주의에 눈을 떴다. 요시다는 1854년 미국 함대의 압박으로 미·일 화친조약이 체결되자 해외 유학을 위해 미국 군함을 타고 밀항하려다 붙잡혀 옥살이를 했다. 요시다는 감옥에서 집필한 저서 <유수록>을 통해 조선과 만주, 대만, 오키나와, 캄차카 등 주변 지역을 점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요시다는 조슈번(야마구치현의 옛 이름)에 있는 사설 학원인 쇼카손주쿠에서 3년간 90여 명의 후학들을 양성했다.

메이지유신은 1868년 도쿠가와 막부체제를 무너뜨리고 국왕 친정 형태의 통일국가를 형성시킨 근대 일본의 정치·사회적 변혁을 말한다. 막부체제는 12세기에서 19세기까지 쇼군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사무라이 정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후 일본은 중앙집권체제 강화와 산업 육성, 군비 확충을 위한 부국강병 정책을 폈으며, 헌법이 제정되고 의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제정된 헌법은 국왕을 신성불가침으로 규정해 의회는 왕권을 견제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의 근대화는 국수주의, 군국주의, 제국주의로 치달았다. 내년 11월 3일은 메이지유신 150년 기념일이다.

아베의 정치적 신념, A급 전범 외조부와 판박이

아베 총리의 정치적 뿌리이자 롤 모델은 기시 노부스케(1896~1987) 전 총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수차관과 상공장관을 지냈던 기시 전 총리는 A급 전범으로 복역하다 불기소 처분으로 석방됐다. 이후 기시 전 총리는 1955년 자민당 초대 간사장을 거쳐 1957년부터 1960년까지 총리를 역임하는 등 전후 일본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극우 정치인이다. 일본의 침략 전쟁을 인정하지 않았던 기시 전 총리의 목표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후 체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기시 전 총리는 1956년 총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당시 야당인 사회당의 약진으로 자민당은 개헌 발의 정족수인 2/3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시 전 총리는 1960년 집단자위권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미·일 안보조약 개정안을 중의원에서 통과시켰다. 개헌 대신 집단자위권 행사라는 편법을 미·일 안보조약에 넣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전역에서 반대 시위가 이어지며 정국이 마비되자 기시 전 총리는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아버지(아베 신타로)가 외무상까지 올랐던 인물이지만 정치인으로서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외조부를 꼽아왔다. 아베는 그동안 제2차 세계대전을 제국주의에 대항해서 싸운 정의의 전쟁이었고, A급 전범은 범죄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등 전후 체제를 부인해왔다. 기시 전 총리의 정치적 DNA를 그대로 계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아베는 개헌을 가장 실현하고 싶은 정치적 목표라고 말해왔다. 아베는 1993년 38세의 나이에 중의원 의원으로 첫 당선됐을 당시에도 “국회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헌법 개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베는 2006년 발간한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연합군이 일본을 두 번 다시 열강이 되지 못하도록 평화헌법을 통해 손발을 묶어 놓았다”면서 “일본이 스스로 헌법을 제정해야 진짜로 독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손의 신념이 판박이인 셈이다.

중의원 선거 압승 개헌 가능 발판 마련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0월 22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연립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의 압승으로 개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자민당은 284석으로 단독과반을, 공명당도 29석을 확보했다. 연립 여당은 단독으로 개헌을 발의할 수 있는 전체 의석 2/3(310석)보다 많은 313석을 차지했다. 개헌에 찬성하는 신생 정당인 희망의당은 50석을, 극우정당인 일본유신회는 11석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개헌을 지지하는 중의원 의원들은 무려 80%에 달한다.

반면 제1야당인 민진당이 해체되면서 진보계 인사들이 새롭게 만든 입헌민주당은 55석을 얻어 자민당에 이어 제2당이 됐다. 입헌민주당은 공산당(12석)과 사민당(2석)과 함께 개헌에 반대해왔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 선거 승리라는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 실시되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도전해 숙원이던 개헌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려는 아베 총리의 야심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승리한 이유는 북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 후보들은 총선 유세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비롯해 북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행복한 생활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자민당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펼쳐왔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자민당에게 힘을 실어달라고 가는 유세장마다 호소했다.

북한 문제는 사학 스캔들이나 소비세 인상 같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불리한 이슈를 집어삼켰다. 그 결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안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일본 유권자들은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힘을 실어주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북한의 도발로 안보 위기가 불거진 가운데 유권자들이 안정을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의 전략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는 앞으로 어떤 내용으로 개헌을 추진할 것인가. 아베 총리와 자민당이 구상하는 개헌안은 자위대를 헌법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그동안 평화헌법 제9조 제1항과 제2항을 수정하려는 의도를 보여 왔다. 제9조의 내용을 보면 제1항에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제2항은 ‘육·해·공군 및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화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인 미국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1946년 11월 3일 공포됐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이 연합군 최고사령부(GHQ)의 강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는 당시 일본이 패전국이라는 약자 입장에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이라면서 개헌을 통해 ‘자주헌법’을 만들어야 일본이 전후체제에서 탈피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한 반대가 만만치 않은 만큼 평화헌법 제9조 제1항과 제2항을 그대로 두고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의 제3항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평화헌법 조항에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하는 내용의 개헌안을 제시한 바 있다. 자민당도 이번 총선에서도 공약으로 ‘자위대 헌법 명기’를 내세웠다. 일본의 자위대는 현재 해외파병 임무까지 수행하는 등 사실상 군대의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아베 총리와 자민당은 자위대의 설치·운영 등에 대한 근거를 담은 조항을 헌법에 새로 추가해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압승함으로써 앞으로 장기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3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1년 9월까지 최대 3년간 총리직을 더 이어갈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고, 성공한다면 메이지유신 이후 최장수 총리가 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2007년 9월 1차 집권한 것을 비롯해 2012년 12월 총선에서 자민당이 승리함에 따라 총리가 됐고, 2015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연임해 성공해 현재까지 계속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총리 재임 기간은 사토 에이사쿠(2,798일)와 요시다 시게루(2,616일) 전 총리에 이어 역대 일본 총리들 중 3위에 해당한다. 개헌안은 하원격인 중의원과 상원격인 참의원 의원들 중 2/3 이상의 찬성과 국민투표에서 18세 이상 국민들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난해 7월 10일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을 비롯해 개헌 지지 세력은 개헌안 발의 정족수인 2/3(162석)를 확보한 바 있다. 전체 의원 242명 중 개헌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165명이다.

동북아 불안 요소, 아베 장기 집권에 날개 달아줄 것

현재로서는 아베 총리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동북아 정세가 아베 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 가속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안보 불안 요소들이 증폭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이를 빌미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자위대의 역할을 확대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아베 총리는 지난 11월 5~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골프 회동과 만찬 등에서 미·일동맹의 틀을 다시 확인받고 군사력 강화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중국을 미·일동맹 강화로 대응하되, 개헌을 통해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나아가려는 아베 총리의 행보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또 2020년 개막될 도쿄올림픽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도쿄올림픽이 활기를 잃은 경제를 부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아베 총리는 전직이 아닌 현직 총리로 개막식에 앉아 있기를 원한다. 일본은 1964년에도 도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다. 당시 도쿄올림픽은 기시 전 총리가 유치했지만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둘러싼 혼란으로 1960년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때문에 아베 총리에게 외조부가 주관하지 못한 도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독일을 제치고 미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아베 총리의 야심은 2020년 도쿄 올림픽과 개헌을 발판으로 일본을 강대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개헌에 성공할지 여부는 국민투표에 달렸다. <교도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52.6%는 개헌에 반대하고 있고, 38.2%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베 총리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한 것도 개헌을 위해 민심을 얻으려는 포석이다. 아베 총리가 자신과 외조부의 꿈인 개헌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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