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12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美,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 한반도 ‘시계제로’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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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 한반도 시계제로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1월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일단 멈춘 북한의 군사적 행동과 중국의 외교 행보는 한반도 상황의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북한이 지난 9월 15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발사한 이후 2개월째 무력 도발을 멈춘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경제 관련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월 21일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덕천에 있는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를 찾아 자동차 공장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경제현장 방문은 지난 15일 금성트랙터공장 시찰 보도 이후 6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군사적 행동을 멈춘 2개월 넘는 기간에 류원신발공장, 평양화장품공장, 트럭 생산시설인 ‘3월16일공장’ 등 경제 산업시설을 집중적으로 돌아봤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국제사회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민생 챙기기’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이 분석에 입각해 북한이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이어졌다.

, 국제 테러리즘 지원 행동 되풀이해와

이런 상황에서 쑹타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특사 자격으로 방북했다. 지난 11월 17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진 3박4일간의 일정이었다. 쑹 부장은 방북 첫날 북한의 핵심 실세인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만났고, 이튿날에는 북한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이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나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김정은 위원장과 쑹 부장의 면담은 이뤄지지 않은 채 특사 방북이 마무리됐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 20일 북한을 2008년 이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각료 회의를 주재하면서 “북한은 핵 초토화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것에 더해 외국 영토에서의 암살 등을 포함한 국제적인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행동을 되풀이해왔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대북 조치에 대해 “오래전에 했어야 했고 수년 전에 했어야 했다”면서 “이 지정은 북한과 관련자들에 대한 추가적 제재와 불이익을 가할 것이며, 살인정권을 고립화하려는 우리의 최대 압박 작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무부가 북한에 대해 매우 거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할 것이며 2주에 걸쳐 마련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북한에 갔던 중국의 특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사실상 ‘빈손’으로 귀국한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국면 전환의 기대가 제기됐던 한반도 정세는 다시 ‘시계제로’ 상태로 돌아간 양상이다.

우선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치는 결국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2개월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의도를 알 수 없을뿐더러 비핵화를 위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최대의 제재와 압박’ 국면을 더 끌고 가겠다는 미국의 의중이 드러난 셈이다.

이제 다시 눈길은 북한으로 모아지고 있다. 과연 어떤 대응방안을 취할 것인가.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월 미국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움직임을 보이자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존엄 높은 우리 공화국을 마구 걸고 드는 대가가 얼마나 가혹한가를 통절하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요구는 “궤변”이라며 “테러와 아무런 인연이 없는 우리에게 ‘테러지원국’ 딱지를 붙이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체질적인 거부감과 적대적 태도의 표현이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라고 강변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명분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에서 찾고 있으며, 이 부분이 달라지지 않는 한 비핵화는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빌미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이 다시 확인됐다며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는 것과 별개로 미사일 관련 활동은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1월 21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미사일 연구시설에서 차량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엔진 실험도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연내 대미 위협을 제고하기 위해 ‘미사일 성능 개량과 평화적 우주개발’을 목적이라고 하며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연말 북핵 관련국 연쇄 협의, 외교 불씨 살려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한 북한의 반발 수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11월 2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엄중한 도발이며 난폭한 침해”라고 규정하며 “미국은 감히 우리를 건드린 저들의 행위가 초래할 후과(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것에 대해 북한 외무성 대변인 문답으로 반응한 것은 예상보다 수위가 낮은 대응으로 평가된다. 이번 반응은 미국이 재지정 발표를 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북한 외무성의 반응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반발하며 억제력 강화 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 위협 없이 원칙적인 수준에 그쳐 내용상으로도 반발 수위가 낮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연말까지 이뤄질 북핵 관련국들의 연쇄 협의가 북핵 외교의 불씨를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지난 11월 21∼23일 방중에 따른 한·중 외교장관회담, 11월 27일 서울에서 개최된 한·러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이후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의 방미, 한·중 정상회담 등 연말까지 북핵 문제를 주 의제로 다룰 외교 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각국은 일차적으로 상황 관리를 목표로 하며 비핵화 협상 재개의 단초를 찾아 나서겠지만 북·미가 ‘강 대 강’의 갈등으로 내달릴 경우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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