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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제재 대상 아닌 구호물품도 몇 달씩 전달되지 않아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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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현장에서 본 북한, 대북제재 속 북한주민의 삶은?

제재 대상 아닌 구호물품도 몇 달씩 전달되지 않아

손종도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부장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미국과 일본 등 개별 국가들의 제재도 확대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삶은 어떻게 이어지고 있을까? 현재 직접적인 방문이 제한되어 있는 상황에서 몇 가지 자료로 북한 주민들의 삶과 인도주의적 상황을 유추해 보고자 한다.

우선 북한의 최근 식량 상황이다.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지고, 특히 2017년 봄의 가뭄으로 북한의 식량 상황이 위험에 처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북한 시장에서의 식량 가격은 평상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경제 시스템에서 시장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식량의 시장 가격으로 북한의 식량 안보에 대한 의미 있는 추정을 할 수 있다. 올해 발간된 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주민의 약 60%는 장마당에서 식량을 구입하고 있으며, 14%는 대부분의 식량을 자급하며 단지 22.6%만이 배급제나 공식 채널을 식량 공급원으로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분석 기간을 올해에 한정하여 살펴보면 북한 내 쌀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는데 이러한 추세는 지난 2016년에 비해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 10월 이후의 가격 하락세는 추수 후 식량 공급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쌀 가격 상승세 2016년에 비해 높은 수준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발표한 ‘식량전망보고서(Food Outlook)’에서 북한의 올해 쌀 수확량이 지난해보다 30만t 감소한 140만t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생산된 평균 160만t보다도 20만t 줄어든 규모다. FAO 관계자는 2017년 봄 심했던 가뭄의 영향으로 쌀 수확량의 감소폭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의 옥수수 생산량이 240만t으로 2016년과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통해서 보면 북한이 2018년까지 확보할 쌀과 옥수수 양이 약 400만t 정도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 주민 한 사람이 1년 동안 소비할 쌀과 옥수수를 합쳐 약 136kg에 해당하는 양으로, 일 단위로 환산하면 주민 한 사람이 하루 374g의 곡물 소비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유엔의 일일 권장량 600g의 62%에 불과한 수준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유엔과 개별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제재는 유엔 기구와 유럽 NGO들의 대북 인도주의 사업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은 제재 조치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 개선에 역행하는 것을 의도하지 않으며,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인도 지원과 구호 활동을 하는 국제 및 비정부 기구들의 사업은 제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엔 및 유럽 NGO 관계자들은 제재 조치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활동에서 심각한 위축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타판 미시라(Tapan Mishra) 유엔 기구 상주조정관(RC)은 지난 10월 말 유엔의 인도주의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에 서한을 발송하며 현재의 대북제재 조치가 크게 5가지 측면에서 인도주의 업무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측 물자공급 업체, 북한 내 운송 꺼리고 있어

우선 의료기구와 의약품 등 핵심적인 구호물품이 제재 목록에 있는 물품이 아니라는 서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달씩 전달이 되지 않고 있고, 많은 운송 업체들이 북한과의 무역에 관여한 결과로 야기되는 금융 및 평판의 비용을 우려하여 북한으로의 물자 운송을 꺼리고 있다. 게다가 많은 수의 중국 측 물자공급 업체들이 인도주의 기관과의 협력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인도주의 활동에 필요한 금융 채널이 심각한 장애에 봉착해 있어 대금 결제 등에 필요한 은행 간 송금이 거의 중단된 상황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석유 수입이 엄격히 제한된 가운데 휘발유와 디젤 연료의 가격 상승은 유엔 기구들의 예산과 현장 업무에 심각한 부담이 되고 있음을 밝혔다.

유엔 및 유럽 NGO들의 활동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유엔과 개별 국가들의 대북제재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또 다른 NGO의 한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이 거의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이미 살고 있기 때문에 생활이 더 악화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언급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시작된지 22년이 지났다. 지금까지의 경험은 한반도에서 평화적 프로세스의 진전 없이 북한의 인도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비단 북한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최근 국제사회는 분쟁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 및 개발협력 사업의 효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전지구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 비용의 약 37%가 분쟁국가를 대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결산한 2015년 현재 이들 지역의 목표 달성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인도적 지원이 진행되더라도, 지역의 분쟁 및 국내외 정치적 상황이 지원의 효과성을 저해하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점에서 국내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개발지원 방식의 대북지원과 한반도 평화구축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임을 절실히 인식하고 있다. 어느 하나만 추구하거나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에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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