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2월 2일

통일 커튼콜 | ‘우리’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가?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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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커튼콜 | 연극 <약속>

우리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가?

  조두림 / 본지기자

연극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연극 <약속>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다문화가정 100만 명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하는 다문화가정 규모는 2008년 34만 명에서 2011년 55만 명으로 급증했고 지금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이처럼 결혼이민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이제 다문화가정이 당면하는 언어 장벽, 사회적 편견, 문화적 차이, 경제적 어려움 등의 문제가 비단 개인만의 것이 아닌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빈국에 속하는 국가에서 결혼이민을 온 여성들은 국가적 위상의 편견에 갇혀 또 다른 소외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낯선 개념처럼 낯선 이방인인 결혼이민여성들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필리핀 여성 샤리나의 잔혹한 결혼이민기

극단 휘파람의 연극 <약속>이 지난 1월 16~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됐다. <약속>(연출 위명우)은 필리핀 여성 샤리나가 한국 남자 성준과 만나 한국으로 결혼이민을 온 후 가정과 사회에서 겪은 갈등의 내용을 담았다.

한국 청년 성준은 어머니의 다정한 배웅을 받으며 필리핀으로 장기출장을 떠난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화기애애한 작별과는 달리 필리핀에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언어 문제와 낯선 환경,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성준은 점점 무기력해진다. 그나마 하루의 삶에서 기운을 차리는 때는 전화 영어 선생님 샤리나와의 대화 시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삶에 지친 성준은 샤리나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샤리나는 필리핀의 유명 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녀의 삶은 일로 가득 찼다. 하루 종일 전화 영어를 비롯해 관광 안내 등 “원달러”를 외치며 돈을 버는 것에 열심이다.

자신을 돌볼 수 없는 일상의 이유는 “가족을 위해 잘 해내고 싶었다”라는 샤리나의 대사에서 알 수 있다.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샤리나가 살아가는 삶이다.

그렇지만 지칠 대로 지친 샤리나에게도 쉼은 필요했다. 성준의 만남 제안은 샤리나에게 해방구였다.

연극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연극 <약속>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다름을 인정받지 못한 현실은 냉대만이

그렇게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다 지친 두 사람이 만났다. 서로에게 이성적 호감을 느낀 둘은 만남을 지속해간다. 두 사람은 점점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부모의 결혼 반대에 부딪힌 성준은 우선 허락을 받고 필리핀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나서지만 샤리나는 필사적으로 성준을 붙잡는다.

결국 샤리나는 성준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리게 되고 둘은 함께 한국으로 향한다. 연극의 제목처럼 둘은 끝까지 함께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들을 가장 먼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성준 부모의 냉대였다.

샤리나는 성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도 내쫓긴다. 성준은 샤리나를 지켜주고 돌봐주려 하지만 무엇보다 가족들로부터의 거절감은 그의 마음을 힘들게 한다.

그러던 중 샤리나는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구직에 나서게 되는데, 잘못 알고선 밤업소에 찾아간다. 뒤늦게 사실을 알고 샤리나를 구해온 성준. 지금껏 겨우 버티는 삶을 지속하던 그는 이성을 잃고 급기야 샤리나에게 손찌검하기 직전에 이르고, 둘의 신뢰는 빠르게 무너진다.

이후 성준이 선택한 삶은 가족과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서 샤리나를 차단하는 것이었다. 샤리나를 집에만 있도록 가두고 감추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드는 삶으로 내몰았다.

성준의 어머니는 한탄한다. “내가 어떻게 저 아이를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가 있겠어?” 성준 어머니에게는 언어도 음식도 통하지 않고, 생김새도 익숙하지 않은 샤리나는 며느리로 인정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 사회에서 ‘필리핀 여자’를 바라보는 시각은 성준 어머니가 가장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그녀에게도 꿈이 있었다. 아들이 참한 아가씨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 그 꿈이 한국 사회에서는 ‘다른’ 모습의 며느리 때문에 다 깨진 것만 같아서 속상하다.

몇 번의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려 하지만 아직은 ‘필리핀 며느리’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듯 또다시 샤리나에게 상처를 준다.

연극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연극 <약속> 中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토론 연극의 신선한 시도, 관객들의 해결책이 바로 무대에

이 연극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져서 결혼했으나 현실은 냉담했다는 식의 상투적 이야기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실화를 배경으로 한 연출에 있다. 현재 다문화가정의 만남과 결혼의 과정, 가정을 이룬 후 갈등의 내용들을 생생하게 그렸다.

또한 배우들의 실감 나는 연기와 ‘토론 연극(Debate Play)’ 형식으로 관객과 즉석에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대목은 연극에 힘을 더했다.

사랑하는 사람 둘이 끝까지 함께하기로 한 약속. 이를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사회의 차별적 인식이다.

외국인 여성 샤리나를 중심으로 한 소통의 어려움은 비단 언어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문화적 배경이 주는 오해와 편견은 이민자를 향한 차별과 냉대를 심화시킨다.

하지만 ‘다문화’, ‘결혼이민여성’ 등 갑작스레 등장한 낯선 개념과 존재에 적응해 갈 시간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 ‘다름’은 원인 모를 막연한 두려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필리핀 며느리’에게 다가가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펼쳤던 성준의 어머니처럼 결국 필요한 것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시간과 끊임없는 대화의 노력이다.

연극의 말미에 성준과 샤리나 가정의 갈등 극복을 위해 관객들은 각자의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성준과 샤리나, 어머니는 현장에서 관객들의 제안을 실천하는 모습을 그려냈다. 사회의 편견이 증폭시킨 개인의 갈등과 상처를 사회가 함께 풀어가는, 결자해지의 과정과도 같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처럼 한국 사회와 다문화가정을 포함하는 지금의 ‘우리’는 계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을 인정하는 과정 속에서 다름을 조율해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우리’가 지금의 갈등을 함께 극복해 나아간다면 성준과 샤리나가 끝까지 함께 하기로 한 ‘약속’은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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