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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 | 언제나 곁에서! 주민 실생활 돕는 파수꾼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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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1 <인민이 너를 아는가> | 행정일꾼

언제나 곁에서주민 실생활 돕는 파수꾼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행정일꾼들은 사회주의 제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인민 노동자들을 성심껏 돕고 지원해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中

행정일꾼들은 사회주의 제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인민 노동자들을 성심껏 돕고 지원해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인민이 너를 아는가> 中

<인민이 너를 아는가>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2011년에 제작한 80분 길이의 예술영화다. 영화는 명천군 인민위원장 유진옥이 능력은 있지만 민심보다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행정일꾼(행정관리) 허선화를 진정한 사회주의 인재로 키워낸다는 이야기로, ‘인민위원회’에서 일하는 행정일꾼들의 직업윤리와 마음가짐, 자세를 주제로 전달한다.

영화 속 허선화의 직업은 ‘행정일꾼’이다. ‘행정일꾼’은 북한에서 ‘인민위원회 사업’을 진행하는 이들로 사회주의 제도를 성실히 이행하는 인민 노동자들을 성심껏 돕고 지원해야 한다. 우리식으로 생각해보면 지자체 공무원이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 이들의 역할은 사회주의 제도 운용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제도를 실질적으로 떠받치고 있는 인민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동조할 수 있도록 민심을 잃지 않으면서 사업을 관리·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민들의 생활을 세심히 살피며 필요를 충족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행정일꾼들에게는 인민들에 대한 관심과 세심함, 배려, 경청 등의 덕목이 요구된다.

편의봉사망 행정일꾼, 무슨 일을 하는가?

영화 <인민이 너를 아는가>는 행정일꾼들이 일하는 인민위원회가 주축이 되어 내용이 전개된다. 북한에서 ‘인민위원회’는 시나 군 등의 행정 단위에 있고, 인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사업을 주로 담당한다. 우리로 치면 상하수도 문제, 이용업, 신발 수리, 먹거리, 장난감, 식음료점 관리, 식당, 거리 매대, 공공시설물 등의 편의봉사 문제를 처리한다.

영화에는 도시 곳곳의 새로운 건설이 한창 진행 중인 모습을 보여주는 등 인민위원회 사업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민위원회 사업이 사회주의 문명국 건설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현재 북한은 이른바 ‘인민대중 제일주의’가 사회·문화 분야의 새로운 정치적 업적으로 부상하였다. 그 일환으로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민들에게 식료품과 각종 일용품들을 판매하는 ‘연쇄점(Chain store)’의 형태를 갖춘 ‘편의봉사망’이 생겨났고, 인민을 대상으로 한 위락시설의 건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문제는 가격이다. 사회주의라고 해도 편의봉사망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돈’이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는 이 돈을 ‘편의봉사가격’이라 부르는데, 미용 요금이나 신발 수리비용 등과 같은 서비스 가격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도 서비스 분야의 기본적인 봉사가격 책정에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허용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이 너무 높은 가격을 받으면 제로섬 게임이 되므로 자본주의와 차별점이 흐려지기 때문에 인민들은 사회주의의 이점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체제유지를 위해 편의봉사가격을 적절한 선에서 책정할 것을 강조하고 제한적인 자율성만을 허용한다. 편의봉사요금을 책정할 때는 봉사 원가를 보상하고 일정한 순소득만 형성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노동자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봉사요금은 낮게, 고급봉사요금은 높게 정해서 수요를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격에 탄력을 두면서도 사회주의 제도의 장점을 살리는 것에 방향성을 둔 것이다.

<인민이 너를 아는가>에서 강조하는 것도 ‘편의봉사가격’이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위생, 가공, 수리, 이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군마다 ‘편의봉사관리소’를 두고 있다. 종합서비스 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편의봉사관리소는 1대 사업소 당 약 150명 정도의 봉사원으로 구성된다. 이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데, 독립채산제란 북한의 공장·기업소를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경영관리방법이다. 생산수단은 국가의 소유지만 그 관리나 이용은 위임을 통해 기업활동을 독자적으로 하게 하는 기업관리 방법이기 때문에 편의봉사관리소에서는 동일 직종에서 일해도 임금에 차이가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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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봉사관리소, 동일직종에도 임금은 달라

영화의 한 장면으로 행정일꾼 유진옥이 신발수리공 노동자 함철봉에게 감격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유는 ‘사회주의 편의봉사가격’을 민심에 맞게 책정하는 동시에 성심껏 서비스를 제공하는 함철봉의 ‘편의봉사정신’ 때문이었다. 함철봉의 부인 미용사 차윤금은 “정으로 나가면 사회주의로 나가는 것이고, 돈으로 나가면 자본주의로 나가는 것”이라며 사회주의 노동자의 모범으로 그려진다.

영화에서 유진옥은 민심 대신 실리를 앞세우는 엘리트 행정일꾼 허선화를 신발수리공으로 좌천시키고, ‘편의봉사가격’을 인민의 형편에 맞게 책정하고, 사회주의 노동자로서 자부심이 높은 미용사 차윤금을 행정일꾼인 ‘편의봉사사업소 지배인’으로 승격시키며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고로 인민위원회 사업 행정일꾼은 이처럼 묵묵히 사회주의 제도가 주는 좋은 점을 잘 실천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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