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3월 2일

Zoom In |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무슨 노래를 불렀나?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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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관현악단 공연, 무슨 노래를 불렀나?

강동완 /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지난 2월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지난 2월 8일과 11일 각각 강릉과 서울에서 삼지연관현악단의 특별공연이 열렸다. ‘삼지연관현악단’은 모란봉악단 단장으로 잘 알려진 현송월을 단장으로 하고, 기존 ‘삼지연악단’ 연주자들과 ‘청봉악단’의 가수들, 공훈국가합창단 소속의 대표 지휘자 등 140여 명으로 구성되었다. 청봉악단은 모란봉악단과 함께 “또 하나의 국보급 예술단체”라며 지난 2015년 7월에 창단된 예술단으로, 같은 해 8월에는 공훈국가합창단과 함께 러시아 순회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대표 가수로는 지난 2000년 평양학생소년예술단 서울 공연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 금성학원 출신의 김주향으로, 이번 공연에서 총 5명이 <달려가자 미래로>라는 곡을 부르며 춤을 출 때 맨 앞줄에서 리더 역할을 한 가수다. 나머지 4명의 가수들이 모두 숏커트인데 반해 김주향만 긴 머리 스타일을 해 구별되었다. 이번 강릉 공연에서 남한 노래 <J에게>를 부른 듀엣은 김옥주와 송영이다. 김옥주는 청봉악단의 대표가수지만 2017년 모란봉악단 신년축하공연에서 독창을 부르기도 했다.

한편 송영은 서울 공연에서 남한 가수 서현과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른 가수다. 청봉악단의 대표가수가 이번 공연단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다. 공연의 주축이 된 ‘삼지연악단’과 ‘청봉악단’은 지난 2015년 당 창건 70돌을 맞아 합동공연을 개최한 바 있다.

한 곡의 노래가 천만 군대를 대신한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의 남한 공연에서는 북한 노래 <반갑습니다>, <달려가자 미래로>,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백두와 한나(한라)는 내조국>을 비롯해 남한 노래와 클래식 등이 연주되었다. 배경화면과 화려한 전자조명 등은 최근 북한에서 공연되는 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북한은 “한 곡의 노래가 천만 군대를 대신한다”며 음악을 통한 사상전을 강조한다. 일각에서는 남한 가요와 클래식을 연주한 삼지연관현악단의 공연에 대해 정치색이 없는 감동적인 무대라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전문가의 시각으로 볼 때 이번 공연은 교묘한 장치가 숨어있었다. 김정은 시대 성과와 선전이 담긴 곡을 가사 없이 연주하는 등 절묘하고 교묘하게 의도된 곡 선정은 ‘신의 한 수’였다. 나아가 지난 2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이번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시연회까지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한 곡씩 그 의미를 살펴보자.

이번 공연의 가장 대표적인 곡은 <달려가자 미래로>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예술단이 핫팬츠를 입고 마치 한국의 걸그룹과 같은 춤을 추며 개방된 이미지를 보여주었다고 평가했지만, 사실 이 곡이야말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선전곡이다. 이 곡은 지난 2012년 8월 25일 김정은이 부인 이설주와 함께 동부전선 시찰 길에서 8·25 경축 52년을 기념하며 개최한 모란봉악단 화선공연에서 처음 소개되었다.

또한 광명성 발사 축하공연, 노동당 창건 70년 축하공연,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 기념공연 등에서도 부른 곡이다. 모란봉악단 가수인 박미경, 정수향, 이명희, 박선향이 여성 4중창으로 부른 이 노래는 “내 나라 부강조국 낙원으로 꾸미자”가 핵심내용이다. 지난 2014년 3월 28일 <노동신문>은 이 노래에 대해 “천출위인을 높이 모신 사회주의 내 조국의 밝은 앞날에 대한 확신을 생기발랄한 음악 형상에 담은 곡”이라고 표현한 선전의 대표격이다.

논란되는 곡 뺐다지만 정치색도 빠졌나?

두 번째로 <내 나라 제일로 좋아>라는 곡을 살펴보자. 이 곡은 ‘광명성-4호’ 발사 성공에 기여한 과학자, 기술자, 일꾼들을 위한 모란봉악단 축하공연(2016년 2월 13일)에서 <빛나는 조국>이라는 곡과 함께 공연 시작을 알린 곡이다. 이 곡은 김정은 시대 또 하나의 대표악단이라 불리는 청봉악단이 러시아 순회공연 때 직접 부른 곡이다. 2018년 1월 신년 축하공연에서도 이 노래는 <설눈아 내려라>와 함께 공연의 시작을 장식한 곡이었다.

세 번째, <빛나는 조국>이라는 곡은 가사 없이 연주만 되었다. 이 곡은 김정은 시대의 성과를 선전하는 대표곡이다. 지난 2016년 2월 ‘광명성-4호’ 발사 때 김정은이 직접 발사 지시문에 사인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바로 그때 배경음악으로 나온 곡이다. 그런데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에서는 교묘하게 선곡이 이루어졌다. <빛나는 조국>은 관현악 메들리 제일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었다. 우리 귀에 익숙한 <오페라의 유령>, <백조의 호수> 등 20여 곡의 세계명곡을 연주한 후 제일 마지막에 <빛나는 조국>을 ‘끼워 넣기’로 메들리의 마무리를 했다.

네 번째로 <통일은 우리민족끼리>라는 곡을 살펴보자. 필자는 삼지연관현악단 공연 전에 북한이 어떤 곡을 선보일지 예상하여 SNS에 그 목록을 게시한 적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 논란이 된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우리의 소원은 통일> 등의 노래는 반드시 공연 곡으로 선정될 것이라 예상했다. 역시나 이번 공연에서 위의 노래들은 매우 절묘한 순서로 배열되었다. 공연 막바지에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기 직전 가수들이 “통일은 통일은 우리민족끼리”라고 반복해서 외친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이 정치색을 배제하기 위해 사전에 우리 측과 협의하여 <통일은 우리민족끼리>를 뺐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곡의 핵심 메시지는 후렴구에 나오는 “통일은 통일은 우리민족끼리”라는 가사다. 결국 노래는 뺐다지만 “우리민족끼리”라는 핵심 메시지는 그대로 전달한 것이다. 이 메시지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바로 직전에 강조되었다는 점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다섯 번째, 서울 공연에서 현송월이 독창으로 부른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이라는 곡은 북한이 이번 공연에서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난 2013년 1월 모란봉악단 신년 축하공연은 이전의 공연에서는 한 번도 부르지 않던 새로운 곡들을 선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이다. 북한은 이 공연을 “위대한 음악정치의 새로운 경지를 빛내어 가는 김정은의 손길 아래 펼쳐진 사회주의 문명국가의 자랑스러운 화폭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공연은 이전 공연과는 달리 ‘통일’이 핵심주제였다. 백두와 한라가 손을 잡으면 하나가 되는 통일을 말하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까지 불렀다.

무엇보다 배경화면으로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악수 장면이 등장했다. 이 공연에서 유독 강조된 것이 바로 ‘우리민족끼리’의 ‘자주통일’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공연이 개최된 시기가 ‘광명성 3호 2호기’ 위성발사를 한 직후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 공연에서는 무대 설치로 ‘은하 3호’ 모형이 등장했다.

외세배격우리민족끼리등 핵심 메시지는 그대로

지난 2013년 김정은의 육성으로 공개된 신년사에서도 최대의 성과와 업적은 단연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공연의 무대 배경화면 중에는 통일을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가 등장하는데 그 중심에는 평양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다. 바로 그 공연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곡이 바로 <백두와 한나는 내조국>이라는 곡이었다. 이번 삼지연관현악단 서울 공연에서도 그때와 똑같이 한반도기가 무대 배경화면에 등장했다. 원래 가사인 “태양조선 하나되는”을

“우리민족 하나되는”으로 바꾸었다고 해서 정치색이 배제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민족끼리라는 메시지가 더 강조된 셈이다.

김여정 노동장 제1부부장은 마지막 일정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것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남한의 경제지원과 국면전환이다. 앞으로 남북 당국 간 협의가 이루어지면서 지난 2007년 10·4선언 때 합의했던 경제 부문 협력사업이 추진될 것이다. 백두산 관광, 서해지구 경제특구 개발 등이 그 대표적인 사업이다. 현송월이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으로 연출한 통일의 감동적인 분위기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자본의 흐름 역시 숨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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