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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 ‘강제동원된 형이 북한 주민’ … 위로금 받을 수 있나?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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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LAW

‘강제동원된 형이 북한 주민’ … 위로금 받을 수 있나?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남한에 거주하는 동생이 북한에 거주하던 형(사망)의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에 대해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강제동원조사법’)을 근거로 위로금 지급을 신청할 경우, 형을 대신한 동생이 그 지급 대상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지가 한 때 우리 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사건의 개요를 간략히 살펴보자. 한국전쟁 당시 월남한 B(1924년생)에게는 형 A(1921년생)가 있었는데 A는 1943년 5월 일제에 의해 일본 지역에 노무자로 강제동원되었다가 왼쪽 다리에 마비 장해를 입고 1945년 이후 북한으로 돌아왔다. 이후 한국전쟁 당시 B는 남한 지역으로 피난하였으나, A는 여전히 북한 지역에 남게 되었다. 대한적십자의 조사에 의하면 A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그 시기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다 B는 2003년 이산가족상봉 시 만난 북한 거주 여동생 C로부터 형 A가 1954년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전해 듣게 되었다.

마침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행정자치부장관에게 “망인(A)을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로 결정한 사실이 있음”을 통지하였고, 이러한 회신을 받은 B는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지원위원회에 A가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생각하여 위로금의 지급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국적자가 아니라 위로금 신청 기각?

그러나 위 위원회의 소관 사무를 승계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강제동원조사위원회’)는 「강제동원조사법」에 따라 2010년 원고에 대하여 “망인(A)은 1943년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된 사실은 인정되나, 북한에 호적을 두고 있어 위 법 제7조 제4호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로금 신청을 기각했다.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생각한 B는 강제동원조사위원회를 피고로 하여 서울행정법원에 소를 제기, 형 A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판단을 구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강제동원조사법」 제7조 제4호에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갖고 있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동법 제4조에 의한 위로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북한 지역에 거주하다 사망한 A가 대한민국 국적자인지 여부에 대해 결론적으로 A는 국적법상 대한민국 국적자라고 판단했다.

판결 요지를 보면, 「제헌헌법」 제3조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00조에서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남조선과도정부법률 제11호 국적에관한임시조례 제2조 제1호는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A는 당시 조선인을 부모로 하여 출생함으로써 임시조례의 규정에 따라 조선국적을 취득하였다가 1948년 7월 17일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현행 법령에 의하더라도 A는 대한민국의 국적자라고 본 것이다.

설사 A가 북한법의 규정에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하더라도 북한 지역 역시 대한민국의 영토에 속하는 한반도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어서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칠 뿐이고, 대한민국의 주권과 상충하는 어떠한 국가 단체나 주권을 법리상 인정할 수 없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사정은 A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이를 유지함에 있어 아무런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서, A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B의 위로금 신청을 기각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행정자치부는 특별법 제정에 앞서 ‘강제동원조사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이는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지원위원회’의 두 위원회를 폐지하고 두 조직의 역할과 기능을 통합한 위원회다. 통합 이유는 이들에 대한 피해조사와 지원 업무를 통합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었다.

「강제동원조사법」은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만료일 이틀을 앞둔 2010년 3월 22일 처음 제정되었고, 같은 날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등 긴박감이 있었다. 이후 이 특별법은 2011년 2차례, 2013년 2차례, 2014년 2차례, 2017년 1차례 개정으로 지금까지 모두 7차 개정되었다. 사할린에 강제동원되었다가 해방 이후 구소련의 억류정책으로 귀국하지 못한 채 사망 또는 행방불명된 자까지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에 포함시킴으로써 위로금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본 입법의 취지라 할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상고심 판결에서는 「강제동원조사법」은 1965년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과 관련하여 국가가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 등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의 고통을 치유하고 국민화합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해석하였다. 그리고 입법 취지와 위 법의 제정 경위, 위로금 등의 구체적인 지원 대상 및 내용, 태평양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과 유족이 입은 고통을 치유하기 위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위로금 등을 지원하려는 것일 뿐 손해를 보상 또는 배상하는 것이 아닌 점, 지원의 범위와 대상 등을 정할 때에는 입법자에게 입법 형성의 자유가 인정된다고 하였다.

또 「강제동원조사법」상 위로금의 지급 대상이 반드시 협정의 적용 대상과 일치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우리 헌법상 영토조항이 북한 지역을 포함하고 있어 북한 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되는 점, 동법이 위로금 지원 제외대상을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을 뿐 북한 주민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인 별도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점,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 등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동법의 입법 목적에 비추어 적용 범위를 남북 분단과 한국전쟁 등으로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 정권의 사실상 지배 아래 놓이게 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의 주민 또는 그의 유족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축소해석 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북한 국적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위로금 대상 인정

대법원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북한 주민은 「강제동원조사법」상 위로금 지급 제외 대상인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아니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하여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B를 형 A의 위로금 지급 대상자로 인정했다. 결국 A는 조선 국적을 취득하였다가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할 것이고, 1948년 12월 제정된 「국적법」 제2조에 의하면 출생 당시에 부(父)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는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현행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효력이 미치므로 북한 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북한 국적을 취득하였던 북한 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되어 「강제동원조사법」상 위로금 지급대상자임을 확인한 점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대상 판결은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 등의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동법의 입법 목적과 적용 범위, 법의 제정 경위, 그리고 헌법상 영토조항 등 남북관계에서 발생하거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여러 법률 문제에 적절한 이정표를 보여준 판례라고 생각한다. 분단의 현실에서 우리가 북한 주민의 법적 지위를 알아갈수록 이제 우리 인식도 점차 변해가고 통일의 길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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