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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 | ‘매의 눈, 도로 위 안전지킴이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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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3 <네거리 초병> | 교통보안원

‘매의 눈’ 

도로 위 안전지킴이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교통보안원과 인민 모두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中

교통보안원과 인민 모두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네거리 초병> 中

<네거리 초병>은 조선2·8예술영화촬영소 월미도창작단에서 1986년에 제작한 60분 길이의 예술영화다. 주인공 은숙의 직업은 네거리 교통초소를 지키는 ‘교통보안원’이다. 교통보안원이 배치된 북한의 거리는 가장 이국적인 풍경 가운데 하나다. 평양을 비롯한 도시에는 신호등 대신 도로 위의 지휘자 교통보안원들이 배치되어 있고 여름에는 흰색, 봄과 가을에는 파란색의 정장을 입고 수신호로 교통을 통제한다.

또한 도로순찰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교통법규 해설이나 홍보사업 등 도로교통 제반 업무를 담당한다. 교통원의 덕목이라면 ‘매의 눈’으로 교통법규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관찰력과 법규 준수의 단호함, 도로에서 어려움에 직면한 운전자를 도울 수 있는 봉사정신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네거리 초병>에서는 모범적인 인물 은숙을 내세워 교통원이 가져야 할 정신을 교육하는 동시에 인민들에게는 ‘교통질서를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홍보하고 있다.

도로 안전은 사고와 직결 인민의 안전 지키겠다

주인공 은숙은 길거리 교통대 15호 초소를 책임지고 있는 초소장으로 거리 교통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모범적인 교통보안원이다. 하지만 은숙이 직업정신에 투철할수록 인민들의 불만은 커졌다. 교통법규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동료 교통원들도 은숙은 융통성이 없다며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동료들의 이야기를 듣던 은숙은 자신의 경험담을 나누며 교통보안원으로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은숙이 처음 교통원으로 나섰을 때의 일이다. 한 어린 운전수가 교통법규를 자주 위반하였지만 ‘어려서 그러려니’ 하고 봐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수는 엄중한 사고를 저질러 운전자격을 박탈당하게 되었다. 사고 당일 밤 그의 어머니가 은숙을 찾아와 사과하며 말했다. “운전대를 잡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지를 알려주지 못하고 그저 응석받이로 키웠더니 결국 큰 사고를 내게 되었다”면서 아들을 철저히 교육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다.

이 모습을 본 은숙은 오히려 교통보안원인 자신이 ‘운전수가 어리다고 봐주지 않았다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그때부터 은숙은 도로 안전관리는 ‘사고 및 인명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교통보안원으로서 냉철하게 법대로 처리해 인민들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은숙의 이야기를 들은 교통원들은 이내 책임감을 가지고 교통법규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고 ‘교통법규를 엄격히 지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로 합심하였다.

교통보안원의 역할과 임무는 교통이 혼잡한 지역에 수신호로 차량의 교통을 인도하고 보행자의 통행을 도우며, 교통안전을 홍보하는 것이다. 교통보안원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도로 위로 교통통제뿐만 아니라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을 필요로 한다. 영화에서도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교통원 은숙은 고장난 트럭을 발견하고 외면하지 않는다. 운전자를 돕는 동시에 교통 원활을 위해 어렵사리 부품을 구해와 열심히 트럭을 고친다.

교통보안원과 인민 모두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中

교통보안원과 인민 모두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주제를 전달하는 <네거리 초병> 中

교통보안원, 인민보안성 소속 26세에 은퇴해

또한 북한에서 교통보안원은 우리의 경찰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 소속으로 중학교 졸업생 가운데 선발하여 정치대학에서 3년의 특별반 교육을 거쳐 배치된다. 교통보안원을 선발하는 기준의 하나는 ‘외모’와 ‘체격’이다. 정장을 하고 거리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모습은 언뜻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도로 가운데 서있어야 하는 쉽지 않은 직업이다. 보통 17세를 전후로 선발하여 26세에 은퇴한다.

한편 북한의 교통법규는 규제도 많고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교통법규 위반 횟수가 누적되면 운전자격이 취소되기도 한다. 도로운영과 관련한 법규는 남한과 비슷하고 주요 법령으로는 「도로법」, 「도로교통법」, 「차량운수법」 등이 있다.

평양 시내로 들어오는 차량에 대해서는 청결상태도 검사한다. 운전 중에는 담배를 피워서도 안 된다. 물론 음주운전도 금지된다. 음주운전은 음주측정기를 사용하지 않고 교통보안원이 냄새로 판단하는데, 술 냄새만 풍겨도 1~3개월의 면허정지에다 노동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음주사고로 이어질 경우에는 면허가 취소된다. 운전자들은 운전면허증 이외에도 통행증을 비롯하여 ‘운전강습증명서’, ‘자동차기술확인서’ 등의 여러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운전면허 취득과정이 어렵고 복잡하며 정비교육까지 받아야 하므로 북한에서 면허취소는 상당한 벌칙이다.

<네거리 초병>에서 은숙과 교통원들은 교통법규를 엄격히 적용해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다. 전자 시스템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으로 교통법규를 적용하기에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도 있는데 야속하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북한의 일상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논쟁이다. 하지만 영화와 실제의 차이점이 있다면 <네거리 초병>에서는 교통원과 운전수 사이의 갈등만 설정되어 있지만 실상에서는 잘못을 보고도 눈 감아 주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자동차가 많지 않아 운전수와 교통보안원이 서로 아는 경우가 있고, 교통위반 여부도 교통보안원이 눈으로 확인하고 판단하기 때문에 뒤에서 은밀한 거래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네거리 초병> 같은 영화를 만든 것도 교통법규에 대한 엄격한 적용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결국 은숙과 같은 모범 인물을 내세워 교통보안원들을 교육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현재 당면과제로 선택이 아닌 필수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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