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5월 8일

Zoom In |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가시권 … 미국의 눈으로 보면?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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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가시권 … 미국의 눈으로 보면?

왕선택 / <YTN> 통일외교전문기자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담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며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지난 4월 28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 주 워싱턴에서 열린 유세집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회에서 북한과의 회담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며 예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한반도 대격변을 알리는 사건들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앞선 3달간의 일지를 살펴보면 지난 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선수단 등 대표단이 참석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올림픽 개회식 날인 2월 9일 남측을 방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3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특사단을 만나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북·미정상회담 의지도 보였다. 충격은 워싱턴으로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월 8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전격 수락하고, 5월 이내에 회담을 하자면서 날짜도 제시했다. 북한은 4월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병진노선 중단과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을 결정했다. 가장 최근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했다.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의 목적지는 한반도 냉전구도 해체와 평화체제 구축이다. 문재인 정부의 4·27 남북정상회담 주제어는 ‘평화, 새로운 시작’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담장 평화의 집에 도착해 방명록에 쓴 글귀는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였다.

한반도 대격변 상황 미국의 옵션은?

한반도 대격변 드라마의 주연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정책에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별도 일정이 아니라 깊숙하게 연계된 일정이라는 점을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심지어 남북정상회담을 북·미정상회담의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일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런 한반도의 급박한 상황을 주도해가는 것이 남북 정상인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지만, 미국 정상까지 주연으로 참여하는 것은 형식논리 상 다소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국제사회의 유일한 초강대국이고, 북한과 전쟁 당사국이며, 한·미동맹의 한 축으로 남한의 보호자라는 특성이 있는 만큼 실질적인 차원에서 한반도 안보 지형의 구조적 변화에 참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에 따라 현 상황에서 한반도의 운전대를 잡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략에 대해서도 자세히 파악하고 대응해야 하겠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략의 특징과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한국과 미국의 입장 차이가 부각되고 그 결과 미국이 우리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한·미동맹의 특성상 우리의 대북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하던 대북 관여정책인 햇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고,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 해 말에 9·11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미국이 국가안보 문제와 관련해 초강경 대응태세를 취하면서 대북정책도 압박 중심으로 노선이 변경됐고, 햇볕정책은 생명력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

미국의 대(對)한반도 외교전략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국가전략 수립 원칙과 더불어 국내정치 변수 요인을 점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정치에서 가장 큰 관찰 요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도하는 미국 행정부다. 둘째로는 남북관계 개선 상황을 대하는 미국의 전통적인 엘리트 집단의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흐름 역시 존재한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난 2월 9일 개막한 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행보는 놀라울 정도다. 이를테면 우리 측 선수단과 대표단이 민간 여객기를 이용해 북한 원산 갈마공항을 오가는 상황이나 북한의 올림픽 응원단이 만경봉호를 타고 묵호항에 들어오는 상황, 북한 정부 전용기가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장면 등은 모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매번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력으로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유엔안보리의 유권해석을 얻어냈다. 이같이 한국과 미국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보여준 긴밀한 협력 상황은 외교사적으로 보기 드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더욱이 지난 3월 8일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파견한 대북특사단과의 면담 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유사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발 더 나아가 5월 이내에 회담을 할 것을 역제안했다. 아마도 김정은 위원장조차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호응에 놀랐을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관계 지지·협력 흐름은 올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2017년 5월 렉스 틸러슨 당시 국무장관이 국무부 직원을 상대로 한 대북정책 설명회에서 제시한 ‘4불 원칙’은 돌이켜 보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 체제붕괴를 원하지 않고, 북한 체제전복을 시도하지 않으며, 급속한 남북통일을 원하지도 않고,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4불 원칙’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을 북한에 알리는 신호였다는 점이 올해 드러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왜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나아가서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를 지지하는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미국 국내 정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당파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즉, 전임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은 모두 실패로 규정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하지 못한 외교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로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 스캔들이나 다양한 성추문이 이어지면서 곤란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 문제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미국 언론의 관심을 돌리려는 의도 역시 있을 수 있다. 동시에 올해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 일정, 또는 2년 6개월 정도 남은 대통령 선거 일정에 초점을 맞춰 궁극적으로 연임 가능성에 도움이 되는 프로젝트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다루고 있을 가능성도 중요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역대 대통령 강온 대북정책, 국내정치로 보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임기 초반에 적대국가에 대해 강경한 대응 태도를 보이다가, 임기 후반이 되면 온건한 정책을 선호해온 전임 미국 대통령들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예를 들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1993년 3월 대통령 취임 후 두 달 만에 북한이 결연하게 반대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1994년 10월 21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타결하는 용단을 내렸는데, 이 시기는 11월 중간 선거를 2~3주 정도 남겨놓은 선거운동 기간이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취임 이후 1년 내내 북한에 강경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러다가 대통령 임기 7년 차에 들어선 2007년 초에는 북한과의 협상에 찬성했고, 심지어 테러지원국 해제 결단도 내렸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매우 신중한 사람이지만, 지난 2009년 5월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안보리를 통한 고강도 대북제재를 선도했다. 그러나 2012년 2월에는 북한과 비핵화 문제와 관련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몇 달 후인 2012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는 것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미국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북한에 강경정책을 선호하고, 선거를 앞둔 시점이나 임기 후반이 되면 온건정책이나 타협적 자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지지 행보는 국내정치의 맥락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외교정책 성공사례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최대의 정치적 자산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호적 행보와 달리 워싱턴 엘리트 집단은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 양상이나 김정은 위원장의 전례 없이 과감한 비핵화 의지 표명 행보에 대해 유보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핵무력 건설과 경제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 내용의 ‘병진노선’을 선언한 이후 북한은 비핵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강조해왔다. 그런 북한이었기 때문에 <조선중앙통신>의 지난 4월 21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도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었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선언하면서 미국의 상응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선제적으로 발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 가운데 다수는 매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명문화하는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지만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시한이 설정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이행 방도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진정성을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은 경우가 다수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상식선을 벗어나는 언행을 멈추지 않고 있는 만큼 미국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일상적이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전직 관료, 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속임수’에 빠져 북한과의 협상이 파산할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대화 구상에 대해 “무모하고 위험한 행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부 전문가 중에서는 신뢰성이 전혀 없는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워싱턴의 엘리트는? 유보, 회의 그리고 우려

현재 워싱턴의 전통적인 엘리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지도, 영향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속았다고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남북관계 개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기존의 전문가들의 경고나 권고를 수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정책은 상당수준 ‘유동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처한 상황을 보면 대북 관여노력을 지속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느 순간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이 북·미정상회담의 위험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강조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대북정책의 동반자이자 정책 자문가 역할을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처지에서는 자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가 형성된다. 즉, 자신이 추진하는 한반도 화해와 협력정책에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인 후원자 역할을 지속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심초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위대한 외교성과를 거뒀다고 자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해결한 대통령, 한반도에 평화를 제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도 허황된 꿈만은 아닌 것이 될 것이다. 트럼프는 그런 평가를 받기 위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참여하는 종전선언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이나 북·미수교, 대북제재 해제 등의 조치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미관계 정상화는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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