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6월 4일

Uni – Movie | 해 뜨면 고등학생, 해 지면 남파 공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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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동창생>

해 뜨면 고등학생

해 지면 남파 공작원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20180604_1423512011년 12월 17일 갑자기 날아든 외신 보도에 한반도는 한바탕 요동을 쳤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전임 수령인 김일성의 사망 이후 1994년부터 17년 동안 철권통치하던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보다도 그때까지 뚜렷하게 드러난 후계자가 없는 상태라는 사실이 세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후 2011년 12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이 김정일 사망 발표문에서 “존경하는 김정은 지도자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자”라고 표현하면서 마침내 김정은은 공식적인 후계자로 세상에 등장했다. 김일성 사망 시 김정일로의 권력 이양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졌던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떠들썩했던 분위기는 이내 가라앉았고, 북한 체제에 대한 전망은 비교적 차분하고 신중하게 김정은 체제의 안정을 점치는 쪽으로 기울었다.

영화 <동창생>은 이처럼 김정일 사망 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과정에서의 북한 국방부 직할부대 및 기관 간의 갈등을 그려냈다. 또한 학원물 틴에이저 영화라는 독특한 색채를 띠고 있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13년 무렵 분단영화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대형 상업영화가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둘째, 남북 체제 대결적인 구도보다는 남북 요원들 간의 협력을 다룬 이른바 ‘버디 무비’가 유행했다. 셋째, 북한 공작원으로 나오는 인물들이 당시대를 대표하는 꽃미남들이 주를 이루었다. 영화 <의형제>의 강동원을 필두로 <용의자>의 공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등 내로라하는 미남스타들이 북한 공작원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동창생>의 최승현도 주연으로 연기하며 그 대열에 합류했다.

줄거리

때는 2009년. 북한에서 후계자 김정은이 비공개적으로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던 시기였다. 남파공작원 아버지를 두고 있는 두 남매는 ‘아버지가 조국을 배신했다’는 죄목으로 요덕수용소(정치범수용소)에 감금된다.

곧 오빠 이명훈(최승현 분)은 정찰국 8전단 대좌 문상철(조성하 분)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게 된다. 내용인즉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남파 간첩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만이 어린 여동생을 지킬 수 있다는 협박성 말에 19세 명훈은 골치 아픈 상황에 휘말린다. 얻을 것은 동생의 생명이었고, 잃을 것은 마지막 남은 혈육이었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명훈은 결국 남파된다.

남파된 명훈은 자신의 나이에 맞게 고등학생 신분으로 위장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자신의 여동생 혜인(김유정 분)과 이름이 같은 혜인(한예리 분)을 만난다. 외로움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일까. 명훈은 학교에서 ‘왕따’인 혜인에게 유일하게 마음을 주고 남한생활을 버텨 간다.

그러던 중 여느 때처럼 낮에는 학교를 가고 밤에는 공작원 임무를 수행하던 명훈은 새로운 명령을 하달 받게 된다. 사건이 터진 것이다. 명훈이 소속된 정찰국 8전단의 공작원들이 하나둘 암살당하면서부터 영화에는 긴장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는 북한에 불기 시작한 후계자 김정은과 김정일 계파 간의 갈등을 의미했다. 김정은을 따르고 있던 노동당 35호실에서 정찰국 8전단 공작원들을 하나둘씩 제거해 나간 것이다.

반격에 나선 명훈은 노동당 35호실 ‘기술자’를 찾기 위해 35호실 소속 남파 간첩들을 차례대로 없앤다. 마침내 명훈은 35호실 기술자인 ‘북두성’을 살해하는 임무를 성공하는 데 이른다. 그러나 성공의 달콤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내 TV를 통해 김정일의 사망 소식이 발표되고 명훈은 혼란과 위기감에 휩싸인다. 김정일의 사망으로 노동당 35호실과 정찰국 8전단 사이의 내분은 결국 김정은을 따르던 노동당 35호실의 승리로 돌아가게 되었다. 명훈의 운명에 칠흑 같은 어둠이 끼는 순간이었다.

한편 베이징에서는 비밀접촉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노동당 35호실 간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35호 실장의 “공화국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대장 동지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말을 통해 국가정보원 간부들은 곧 북한이 김정은 통치체제로 전환될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몰락한 정찰국 8전단 소속의 명훈에게 가혹한 시련이 다가온다.

감상포인트

영화 <동창생>은 북한 통치자의 전환과 ‘학원물’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접합을 시도하며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동시대에 개봉한 분단영화에 비해 흥행 실적은 저조했다. 먼저 ‘학원물’은 양날의 검이었다. 흥미를 끄는 역할을 했을지는 몰라도 분단영화 특유의 긴장감과 무게감을 학원물로 풀어내는 것은 약간의 어색함을 만들었다. 아울러 허구성이 짙은 영화 속 설정은 무리가 있었다. 영화 속 갈등관계인 정찰국 8전단과 노동당 35호실은 가상 조직으로, 실제 정찰국과 특수 8군단을 합한 ‘군을 대표하는 세력’과 노동당 38호실 등 ‘당 자금 관리 기구’를 각각 그려낸 듯하다. 물론 김정은 집권 이후 정찰총국이 모두 흡수 통합하면서 대남 관련 업무가 확대되긴 했지만, 노동당 38호실 등 자금관리 기구가 대남 간첩 파견 업무를 했다는 설정은 사실과 동떨어진다. 이는 관객의 몰입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최승현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당대 분단영화의 특징 중 하나인 꽃미남 코드를 맞춘 것까지는 좋았다. 다만 이제 막 가수에서 연기자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기 때문에 타 분단영화의 주연 배우들의 ‘아우라’에 눌린 모양새는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영화가 비록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상당 부분 기존 분단영화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는 있다는 점은 여전히 볼거리를 제공한다. 나아가 개봉 이후 같은 제목으로 소설이 출간되는 등 분단현실을 상기시키는 다른 작품 활동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역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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