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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속 북한 | 우주에서 북한 보기, 끝날까? 2018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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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속 북한4

우주에서 북한 보기,

끝날까?

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태양절) 당시 평양 인민군 열병식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연합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 (태양절) 당시 평양 인민군 열병식 장면을 찍은 위성사진 ⓒ연합

하늘 위의 카메라를 생각해보자. 지표면에서 약 500km 떨어진 상공을 떠다니는 인공위성에 달린 카메라가 땅을 찍는다. 이 카메라가 찍은 사진에서는 약 70cm 정도 크기만 넘으면 그 물체가 사람인지 자전거인지를 판별할 수 있다. 또한 요즘 상업용 위성에 장착된 카메라는 25cm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고해상도 사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은 지도를 만들거나 광범위한 지역의 개발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문명의 이기다. 그러나 때로는 비인간적인 사진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인공위성에서 바라보는 지표면의 모습은 우리가 맨눈으로 세상을 보는 정상적인 시각과는 다른 느낌이다. 특히 구체적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은 점으로 표시되고 건물은 공격 타깃(target)으로 인식될 위험성이 있다.

지난 4월 미군이 시리아의 화학무기 기지를 공습했을 때 미 국방부는 두 종류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공습 전후(Before and After) 사진이었다. 미군의 군사력을 홍보하기에 이만한 사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진 안에 단지 몇 개의 점으로 찍힌 건물에서 누군가의 생명은 죽어가고 있었을 수도 있다.

수십 년간 북한 위성사진 분석 감시 또 감시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수백, 수천 장의 위성사진으로 북한을 봐왔다. 감시일 수도 있고 공격을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 우리는 어느 정도 북한을 감시하고 있었을까?

2012년 4월 15일 평양에서 김일성의 100번째 생일 기념 축하 퍼레이드가 열렸다. 연단 위에는 김정일을 비롯한 당 간부들이 서 있었고, 거리에 도열한 수만 명의 주민들은 북한을 건국한 김일성의 이름을 연호하며 “영광”이라는 글자를 몸으로 만들었다. <노동신문>은 다음 날 지면에 이 광경을 찍은 사진을 보도했다. 땅 위의 카메라가 찍은 사진이었다.

우리는 그 다음날 미국의 상업위성업체 디지털 글로브가 우주에서 촬영한 평양 시내 모습의 사진을 보았다. 자신들의 경축행사를 미국의 인공위성이 촬영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평양의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적대적인 관계에서 ‘본다(see)’는 행위는 ‘쏠 수도 있다(shoot)’는 것을 의미한다. 맨눈에 의한 정찰이든 인공위성에 의한 감시든 전쟁 상황에서 본다는 것은 ‘쏘기 위한 준비’다. 입장을 바꿔서 내가 볼 수 없는 위치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건 분명 위협으로 인식되는 행위다.

북한은 지난 수십 년간 이렇게 감시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때로는 위성을 속이기 위해 핵실험장과 미사일 발사장에 위장막을 치거나 가짜 움직임을 만들기도 했다. 인공위성이 지나가는 시간에 대형 트럭이 이동하거나 철로 위에 대형 장비를 설치하는 장면이 노출되면 미사일 부속 교체나 발사체 조립 여부의 분석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땅에서 일어나는 작업의 규모를 촬영할 수 없도록 소형 트럭을 이용해 천천히 조금씩 부품을 실어 나르는 방법을 택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위성의 특성상 한 장의 사진 속에는 소형 트럭 몇 대만이 찍히는 데 그친다.

그렇다면 왜 북한은 외부 세계로부터 정찰과 감시의 대상이었을까? 투명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위협을 주는 행동을 많이 한 이유일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감행은 한·미·일이 인공위성 사진으로라도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겠다는 결심을 강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지난 5월까지 국무총리 직속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한미연구원 산하에 있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직간접적으로 후원해 왔다. ‘38노스’는 2012년부터 북한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을 본격 분석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김정은 체제가 시작된 후 북한이 각종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연쇄적으로 실시한 시기와 겹친다.

비핵화 첫걸음 인간적인 북한 사진볼 수 있을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해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고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상에 나섰다. 4·27 남북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 그리고 언제 개최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북·미정상회담 등 일련의 빅 이벤트들은 축제처럼 화려한 이미지를 역사에 남긴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 중국 시진핑 주석 등과 함께 세계의 카메라와 시청자 앞에서 포즈를 취했고 격렬한 포옹을 했다. 축제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시설을 모니터링(monitoring) 하자고 할 것이다.

이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차례 핵실험이 모두 이뤄진 장소인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번 호가 발행되었을 때는 이미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카메라 기자들이 하늘에서만 보던 풍계리 핵실험장 앞에 직접 가서 폐쇄 이벤트를 봤을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의 첫걸음이 시작되고 있는 것일까? 위성에 달린 카메라가 아닌 지표면에 내려와 사람이 직접 작동하는 카메라가 북한의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인간적인 사진’이 가능한 시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는 북한을 위성사진으로 보는 시대가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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