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6월 4일

특집 | 북·미 비핵화 협상, CVID 아닌 CVFD가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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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의 담판 …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 있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를 공식화 한 이후 북·미는 상대의 발언과 진의를 놓고 회담 재검토와 취소 그리고 다시 추진하겠다는 줄다리기를 벌이면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양측의 진지한 실무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무엇보다 두 정상의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회담 성사의 동력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정대로 북·미정상회담이 진행된다면 앞으로 남은 2주의 시간은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지를 결정할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북·미 양측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아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낙관은 이른 상황이다.

북·미 정상이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관련하여 범위와 시한은 물론, 체제보장과 대북 정치·경제적 혜택 제공 등을 두고 수많은 난제를 헤치며 합의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중재외교를 표방하며 지금까지의 결과를 만들어온 노력과 역할을 다시 한 번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할 시점이다. 당면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지원하고 동시에 중국 등 주변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임박한 북·미정상회담의 주요의제별 핵심내용과 쟁점을 분석해보고 향후 국면에서 우리 정부의 전략적 행보에 대한 제언을 담아본다. ※편집자주

특집 | 세기의 담판 … 북·미정상회담 관전포인트!

·미 비핵화 협상 

CVID 아닌 CVFD가 대안

정욱식 / 평화네트워크 대표

북한이 지난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

북한이 지난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기했다. 사진은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가 폭파되는 모습 ⓒ연합

6월 12일로 예정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벌일 ‘세기의 담판’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미국은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를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이는 최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의 담화에서도 거듭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북·미정상회담은 그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성과가 나와도 추후 각론을 둘러싼 협상 및 이행 과정에서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 대안과 관련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CVID 대신 CVFD를 추구했으면 한다. CVFD에서 ‘F’는 ‘빠른(fast)’를 의미한다.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빠른 비핵화’를 핵문제 해법의 모델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CVFD가 대안이 될 수 있는 이유는 후술하기로 하고 먼저 비핵화 협상의 핵심 쟁점부터 살펴보자.

비핵화 협상,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핵심적인 쟁점들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북한의 핵발전을 비롯한 ‘평화적 핵이용’ 문제다. 과거에 미국 네오콘이 CVID를 내세웠던 배경에는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도 불허하겠다는 의도가 있었고, 북한이 격렬히 반대한 핵심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건 간단하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를 없애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판문점 선언에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겼다. “완전한 비핵화”가 1992년에 채택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의미한다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는 보장하고 대신 북한은 핵무기와 핵물질은 물론이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는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평화적 핵이용을 불허하겠다는 CVID의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북한은 자체적으로 실험용 경수로도 만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CVID가 북한의 경수로 폐기를 비롯한 평화적 핵이용 권리의 부정까지 포함한다면, 비핵화 협상은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핵전략자산 문제다. “완전한 비핵화”에 미국의 핵투발 수단의 재배치와 전개 불허도 포함되는지가 관건이다. 이와 관련해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4월 29일 미국의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비핵화와 미군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연계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분명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나는 판문점 선언을 일련의 남북 간 이전 합의의 맥락에서 검토하고 있다. 1992년 남북한 공동선언을 보면 북한이 비핵화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남북한에 대한 것을 의미했다”라고 답했다. 같은 날 랜달 슈라이버 미국 국방부 차관보 역시 “향후 북·미 협의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포함한 확장 억제는 논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그는 “확장 억제는 강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완전한 비핵화”는 남북한에 국한된 것이지 미국의 의무 사항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비핵화의 조건으로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종결과 함께 미국 핵위협의 근원적인 해소도 요구하고 있다.

셋째는 핵 신고와 검증 문제다. 북핵 폐기의 1차적인 선행 절차는 핵 신고다. 그런데 핵 신고 대상을 놓고도 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9·19 공동성명의 2단계 이행조치로 채택된 2007년 10·3 합의에서는 핵 신고를 둘러싸고 큰 마찰이 있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및 플루토늄으로 한정하려고 했었고 결국 이를 관철시켰다. 그러자 한·미·일 일각에서는 우라늄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로의 핵확산 전력 등이 빠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10·3 합의에 따른 신고 대상에는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은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자 딕 체니 당시 미국 부통령과 그의 최측근인 에릭 에델만 국방부 차관은 이를 강력히 문제 삼기도 했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핵프로그램은 이전보다 훨씬 고도화·다양화되었다. 자체적으로 우라늄농축 시설과 실험용 경수로를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15~60개의 핵무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핵무기 운반수단으로 이용되는 탄도미사일의 종류도 다양화되었고, 증폭 핵분열탄이나 수소탄 생산에 필요한 시설과 핵탄두 연구 및 제조 시설도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일각에선 북한이 비밀 우라늄농축 시설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북한이 핵 신고 대상에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그리고 이와 관련된 연구·제조 시설을 포함시킬 것인가의 여부로 모아진다. 10·3 합의의 전례와 ‘핵무력’을 최후의 보루로 간주하는 입장에 비춰볼 때, 북한은 핵 신고 대상도 나누어서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핵 신고에서부터 폐기 완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관통하는 문제가 바로 검증이다. 과거 사례를 복기하더라도 검증은 합의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자 가장 큰 갈등 유발 요인이었다. 1990년 초반에는 미국이 미신고 시설에 대한 검증 방안으로 특별사찰을 요구했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한 2008년에는 6자회담이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한·미·일이 3단계에서 다루기로 했던 검증 문제를 2단계로 가져온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신고 시설에 대한 사찰을 포함한 대단히 강도 높은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검증 대상과 방식, 그리고 시기를 둘러싸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시료 채취와 같은 강도 높은 사찰에 대해서는 “가택 수사”라고 거부했고, 북한 전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사찰은 “패전국에게나 적용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북한은 핵폐기의 핵심 대상인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한 검증은 마지막 단계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대신 빠른비핵화 모델의 대안

앞서 CVID 대신 CVFD를 대안으로 언급한 바 있다. 우선 트럼프는 이러한 대안에 큰 흥미를 가질 법하다. 트럼프가 가장 원하는 것은 ‘빠른 비핵화’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보면, 트럼프는 10월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과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비핵화에 관련된 획기적인 합의와 조치를, 2020년 재선 도전 이전에는 비핵화 완료를 희망한다고 할 수 있다. ‘F’는 바로 트럼프의 이러한 열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데에 안성맞춤이다. 더구나 이러한 방식이 ‘트럼프 방식’이나 ‘트럼프 모델’로 명명된다면, 트럼프는 더 큰 명예를 얻게 된다. 지금까지의 작명은 강압이든 설득이든 핵포기 대상국의 국명을 다는 방식이었던 반면에, 이 방식은 트럼프의 이름을 길이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떨까? 일단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완전한’과 ‘돌이킬 수 없는’에는 반발해 이들 표현을 뺀 반면에 ‘검증 가능한’에는 동의한 바 있다. 또한 판문점 선언과 5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는 ‘완전한 비핵화’가 담겼다. 이에 따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은 북한도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북한이 ‘빠른’에 동의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있다. 두 가지를 고려해보면 가능하다고 본다. 하나는 북한이 CVID 가운데 가장 문제 삼아왔던 것이 바로 ‘돌이킬 수 없는’이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빠른’이

‘돌이킬 수 없는’을 대신한다면 북한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패전국에게나 쓰일 법한 표현”, 즉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표현이 문제 해결 방식 및 속도로 대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근거는 5월 25일 김계관의 담화에 담겨 있다.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 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기를 은근히 기대하기도 하였다”고 했는데, ‘트럼프 방식’이 바로 빠른 문제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

물론 CVFD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려면, 중요한 조건이 있다. 빠른 비핵화에 조응하는 빠른 대북 안전보장과 대북제재 완화와 해제가 바로 그것이다. 쉽게 말해 ‘빠른 비핵화’와 ‘빠른 상응조치’ 사이의 대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가령 북한의 획기적인 비핵화 합의 및 조치와 한반도 기본(혹은 잠정) 평화협정 체결을 조속히 추진하는 것이 그 방법론 가운데 하나다.

‘빠른 비핵화’가 ‘빠른 상응조치’와 단계적·동시적으로 이뤄진다면, 김정은이 이를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빠른 상응조치’는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의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발전에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곧 북한이 4월 노동당 결정서를 통해 천명한 “새로운 전략 노선”과도 잘 부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빠른 비핵화와 빠른 상응조치의 조합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일단 목표 시한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상의 비핵화 완료 및 이에 대한 상응조치 완료 시한으로 2020년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결승점에 해당된다면 전환점을 만드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전환기적 합의는 올해 내로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 평화협정으로 직행하거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사이의 시간차를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평화협정은 북핵의 토양이 되어왔던 정전체제를 종식하고 북핵의 뿌리를 캐낼 수 있는 평화체제로 가는 중대한 전환점에 해당된다. 또한 평화협정 체결은 핵 신고에서부터 검증에 이르기까지 고르디우스 매듭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들’을 사전에 풀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북한의 이른바 ‘살라미 전술’의 명분은 ‘교전 상태’에 있다. 그런데 평화협정의 첫 머리에는 종전에 담기게 된다. 즉, 구실을 제거함으로써 비핵화에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북한 동시 행동결단 유도, 상응조치도 확실해야 가능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평화협정을 이렇게 빨리 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대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가령 2단계 평화협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로 올해 내 가능한 빠른 시기에 기본(혹은 잠정) 협정을 체결하고 2단계로 부속합의서 형태로 내년부터 하나둘씩 합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식, 상호 주권존중 및 불가침과 안전보장 등 원칙적이고 조속히 합의할 수 있는 항목들로 ‘기본협정’을 체결하고, 까다롭고 세부적인 내용은 추후 ‘부속합의서’에 담는 방식을 취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은 연내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 및 대북제재의 실질적인 해제에 대한 북한의 ‘동시 행동’으로는 크게 세 가지를 요구할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이 모든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 시한과 방식에 동의하는 것이다. 둘째는 이를 위한 획기적이고도 가시적인 조치로 ‘높은 수준의 핵동결’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핵무기 관련 시설의 일시 폐쇄 및 불능화를 넘어 완전한 폐기를 달성함으로써 북한이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셋째는 북한이 ‘과도기적 지위’로 NPT에 복귀하는 것이다. 여기서 과도기적 지위란 핵폐기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이를 명확히 공약하고 NPT에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치들은 북핵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일괄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결단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상응조치도 가장 확실해야 한다. 한반도 기본 평화협정 체결과 실질적인 대북제재 해제를 동시적인 상응조치로 제시해야 한다는 권고는 이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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