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7월 2일

Uni – Movie | 1979년, DMZ에선…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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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DMZ, 비무장지대>

1979

DMZ에선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uni최근 DMZ 비무장지대가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시작은 4·27 남북정상회담으로 판문점이 부각되면서부터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부푼 희망으로 먼저 DMZ 접경지역의 부동산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심지어 민통선 지역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열기가 거세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와 분단의 상징인 DMZ가 졸지에 재테크의 핫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이렇듯 DMZ가 오랜만에 우리 사회의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번 호에서는 비무장지대와 관련된 영화 한 편을 소개해보려 한다.

DMZ를 배경으로 한 분단영화 계보는 다음과 같다.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는 단연 이병헌 주연의 <공동경비구역 JSA>다. 하지만 훨씬 이전인 1965년에는 원로배우 남궁원 등이 출연한 <비무장지대>가 있었다. 1960년대는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반공영화가 우후죽순으로 제작되었지만 실제 비무장지대에서 촬영이 진행될 정도로 사실성에 중점을 두었고, 우거진 잡초 사이로 녹슨 탱크와 기차가 DMZ의 스산함을 서정적으로 표현했다.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어린아이와 슬픈 모정을 분단의 아픔으로 표현한 이 영화는 제13회 아시아영화제 비극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2004년, 동명의 영화 <DMZ, 비무장지대>가 개봉됐다.

줄거리

땅굴 탐지 임무를 맡고 있던 민기의 초소는 일명 ‘호텔 코코넛’으로 불린다. 민기의 넉넉한 낭만이 만들어낸 장소다. 그래서 원래 이 영화의 제목이 <호텔 코코넛>이었다가 현재 이름으로 바뀐 것이라는 후일담도 있다.

한편 민기와 지훈의 알콩달콩한(?) 군 생활이 지속되는 동안 북한에서는 남침계획이 한창이다. 그리고 북은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서거하는 10·26사태가 발생하자 남침계획을 보다 대담한 형태로 전환하고, ‘호텔 코코넛’에서는 더 이상 낭만적인 기타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신호탄으로 북한군 이상호 상위(정채경 분)를 팀장으로 한 대남침투조가 파견되어 DMZ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남측 사상자가 늘면서 전방 수색부대에는 반격을 위해 긴급 소탕령이 전달되고 고참 대원들로 구성된 수색조가 편성된다. 이 수색조에는 전역을 며칠 남겨두고 있던 민기가 차출된다. 그렇게 ‘호텔 코코넛’의 낭만이 사라진 전방 진지는 다시 교전이 지속되는 삭막한 장소로 변한다. 민기와 지훈은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북한군에게 포로가 되어 북송될 위기에 처하고, 북의 대남침투조 조장 이상호는 생포되어 ‘죽음’을 애원하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간다.

감상포인트

영화 <DMZ, 비무장지대>는 1987년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로 유명세를 떨친 이규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하고 198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이 감독은 차기작마다 흥행에 고배를 마시면서 일본 연예계로 넘어가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가며 야심찬 재기작으로 선보인 것이 <DMZ, 비무장지대>였다. 이 감독은 개봉 당시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수색대에서 본인이 경험한 군 생활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의 무대는 전방 DMZ 지역으로 시대적으로는 1979년 10·26사태를 전후로 한 47일간의 사건을 그리고 있다. 당시의 군대는 지금 군대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혹행위와 구타가 난무하던 시절이다. 감독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당시 수색대의 군복이나 막사 등 영화 소품에 대한 고증은 뛰어난 편이다.

<DMZ, 비무장지대>는 감독의 군대 경험을 기반으로 군 생활의 낭만과 전방 지대의 냉혹한 현실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그려내고 있다. 극 중 김지훈 일병은 그의 아바타고 민기는 낭만적인 군 생활의 상징적인 멘토다. 그런 민기가 마지막으로 북한군에게 애원하듯 부탁하는 말이 “그냥 가주라…, 제발 부탁이다”였다. 서로 원한이 있어서, 그리고 원해서 온 군대가 아닌 만큼 분단현실을 벗어나 자연인 민기의 바람이 다분히 묻어난 멘트다.

민기의 죽음 이후 ‘호텔 코코넛’엔 온기가 사라졌다. 대신 삶과 죽음이 오가는 전장의 냉기만 남았다. ‘살아서 가면 역적이요, 죽어야 가족들이 산다’는 말은 당시 남북한 군인 간에 통용되던 금칙이었다. 적진으로 끌려간 군인의 남은 가족들은 국가로부터 심한 불이익을 받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우리 사회에서 연좌제는 사라졌지만 북한에서는 아직도 통용되는 철칙이다. 한밤중에 ‘호텔 코코넛’에서 들려온 한 발의 총성은 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배려에 의한 총격이었다.

DMZ는 그동안 분단과 평화에서, 자연녹지의 생태보존지역으로까지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하며 70여 년의 세월을 보내왔다. 그리고 지금 DMZ는 다시 남북 대화의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분위기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제 DMZ가 분단, 갈등, 평화 그리고 부동산 투기의 장소를 넘어 어떠한 형태로 변화할지 기대가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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