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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금(金) 숨겨라, 뚝딱!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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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89

() 숨겨라, 뚝딱!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얼마 전에 만난 탈북자 A의 이야기를 아래에 그대로 적는다. “그때가 아마 김일성 탄신일 70돌을 맞는 해였죠. 정주년 탄신일을 맞아 70t의 사금을 수령께 선물한다는 당 중앙의 방침에 따라 사금 채취 전투가 전국적인 범위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내가 복무하던 군부대도 예외일 수 없었죠. 함경남도 금야군 왕장이라는 곳에서 나는 한 개 작업 조를 이끌고 매일 강에서 사금을 채취했습니다.

조 3명의 하루 금 생산량이 1g이었죠. 1g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날이 밝기 무섭게 강기슭에 나가 어두울 때까지 쉬지 않고 모래를 퍼올리며 작업해야 겨우 얻을 수 있었는데 일주일쯤 지나자 모두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때 나도 너무 힘들어 조장이긴 했지만 ‘젠장, 어디 숨어 있는 금덩이는 없나?’ 하고 한탄했습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며칠 후 생겼어요. 갓 입대한 막내 병사가 강바닥에서 진짜로 장지손가락 마디만한 금덩이를 주었던 것입니다. 무게를 달아보니 무려 35g이나 나갔어요”

손가락 마디만한 금덩이 발견! 보관은 어디에?

꽤 흥미진진했다. A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날 밤 우리 세 명은 강바닥에 쳐놓은 천막에서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금을 어떻게 처리할까 하고 의논했습니다. 무조건 바쳐야 했지만 그때 내 생각은 달랐어요. 뭐 그렇다고 그걸 몰래 팔아 돈을 쓰자고 생각한 건 아닙니다. 셋이 아는데 비밀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당장 바칠 생각은 없었죠. 과제를 했다고 한 달 닷새 쉬라고 할 것도 아니어서 나는 두 병사에게 비밀을 지키라며 이제부터 이 천막에서 한 달 간 푹 쉰 다음 금을 내놓자고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육신이 너무 고달팠으니까요.

두 병사도 찬성했습니다. 금덩이는 그것을 찾은 병사가 간수하기로 했습니다. 맨날 벌거벗다시피 속옷 바람으로 물에서 작업하는 터라 어떻게 건사할까 궁리하던 끝에 그 병사의 푸른 군인 속옷 앞부분 안쪽에 주머니를 달아 금을 넣은 다음 실로 꿰맸습니다. 늘 몸에 간수하지 않으면 혹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조금 볼록해도 타인의 의심을 받을 이유도 없었죠. 그 병사도 자신이 주은 것을 건사한다는 것이 무척 좋았는지 이후 일하면서도 또 군복을 입고 외출해서도 가끔씩 속옷에 손을 넣어 물건을 확인하고는 했습니다. 병사의 말에 의하면 금덩이가 손에 닿는 감각만 느껴도 절로 웃음이 나오더랍니다”

이때부터 A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A는 “그런데 마침내 일이 났어요. 바지춤에 손을 찌르고 히죽 웃고 속옷 바람에 일을 하면서도 때때로 손을 넣어보면서 히죽거리는 병사의 행동이 주위에 이상하게 비치기 시작하면서 주목을 받게 됐던 겁니다. 변태(?) 같기도 한 그 행동이 중대 정치지도원에게까지 보고되었다는 것을 우리 작업 조는 알 턱이 없었죠.

어느 날 나는 정치지도원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첫 마디부터 ‘너희 조가 말이야. 요즘 매일 건들건들 땡땡이만 친다는데 뭐 어디서 금덩어리라도 주은 거야?’라고 묻는 바람에 속이 섬뜩했으나 ‘아닙니다. 그렇지만 혁명적 군인정신으로 한 달 과제는 무조건 수행합니다’라고 우렁차게 대답했죠. 겨우 일주일을 땡땡이 쳤는데 비밀이 새면 다음날부터 또 고역이 시작될 것에 가슴까지 후두두 떨면서 시치미를 뗐죠. 그러나 기어이 일은 터졌습니다. 나와 달리 그 병사가 두 번째로 면담을 했는데 직접 금을 갖고 있어서인지 나처럼 비밀을 지키지 못했거든요. 에이 지금 생각해도 원, 35g이나 되는 금을 갖고 겨우 일주일밖에 놀지 못했으니, 참”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그러나 분대장인 A는 금을 주은 그 병사와 이후 원수 같은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사연인즉 이랬다. 35g이나 나가는 금덩이는 당시 중대 금 과제 수행에 큰 몫을 했고 부대로 돌아온 즉시 곧 1명의 ‘화선입당’ 표창이 사단 정치부에서 내려왔다고 한다. 정치지도원은 35g이나 되는 금을 주은 병사를 ‘화선입당’에 추천했다. 하지만 A에 의해 금을 주은 주인공이 바뀌었다. 분대장으로서 당장 제대할 나이가 된 다른 구대원 병사를 내세운 까닭이었다.

당시에는 군대에서 노동당에 입당을 못하고 제대해 사회에 나가면 사람 취급을 안 해주었기에 그리 조치한 것이었다. 금을 주은 병사는 갓 입대한 어린 병사여서 입당까지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 그랬지만 이후 그 사연을 알게 된 병사의 속마음이야 오죽했을까?

A는 “비는 하늘이 내려주고 절은 부처님이 받는다고, 내가 그때 왜 그랬던지…. 지나간 이야기지만 그 막내 병사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따금 쏘아보는 눈길엔 적의가 가득했으니까요. 지금은 뭘 하며 살고 있는지. 만날 수만 있다면 허리 굽혀 사죄하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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