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7월 2일

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 | ‘경단녀’ 설계사의 화려한 복귀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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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5 <행복의 수레바퀴> | 건축설계사

경단녀설계사의

화려한 복귀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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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라는 말이 있다. ‘경력 단절 여성’의 줄임말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 두고 다시 직장에 복귀한 여성을 의미한다. <행복의 수레바퀴>는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2010년에 창작한 72분 길이의 예술영화로 북한판 경단녀의 이야기다. 건설현장에서 책임설계사로 근무했던 전도유망한 설계기사 ‘지향’이 결혼하면서 직장을 포기하였다가 7년 만에 직장으로 돌아와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복귀한다는 줄거리다.

북한에서 설계기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직업 중 하나다. 2000년 이후 초고층 살림집 건설 사업은 또한 새로운 세기의 상징물로 부각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설계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북한에서는 건설을 하려면 건설종합허가 문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건설종합허가 문건은 토지승인서, 설계예산서, 시공도면 등을 의미하는데, 도시설계사업소에서 처리해야 한다. 설계는 곧 북한에서 모든 건축의 출발이자 토대라고 할 수 있다.

부푼 꿈 안고 돌아왔지만 현실은

지금은 직장을 그만 두고 가정생활에 충실한 가정주부로 있지만 지향은 미래가 기대되는 촉망받는 설계기사였다. 가정생활이 안정되면서 지향은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였다.

7년 만의 복귀였다. 지향은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이 일하던 설계사업소로 복귀하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직장동료들은 지향의 복귀를 진심으로 환영하였지만 환경은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손으로 하던 설계는 더 이상 없었고, 모든 설계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향은 달라진 환경에 놀라고 주눅이 들었다. 사무실 환경만 바뀐 것이 아니었다. 7년 전 신입으로 들어왔던 후배 ‘선초’는 어느새 설계실 실장이 되어 있었다. 지향에게 설계를 물어보고 배우던 선초는 국가프로젝트에 참여해서 큰 성과를 올리는 주목받는 설계사가 되어 있었다. 지향은 지나간 시간이 야속했다. 지향은 7년 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다른 설계사들에 뒤쳐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며 후회하였다. 설계실에서 다른 설계사들이 컴퓨터로 설계를 하는데도 혼자만 손으로 설계하는 자신이 얼마나 뒤쳐져 있는지를 실감했다.

하지만 설계실의 동료들은 지향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설계실장 선초는 옛 선배인 지향의 능력을 믿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겼고, 지향도 용기를 내 밤새워 가면서 열심히 설계를 하였고, 마감시간에 맞추어 설계도를 제출하였다. 설계실 사람들은 지향이 설계과제를 제 시간에 제출하는 것을 보고는 칭찬해 주었다. 지향도 중요 프로젝트를 완성하였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공사현장에 나갔던 지향은 실망에 빠진다. 공사현장에서는 지향의 설계도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았다. 공사현장 사람들이 실수를 한 것이 아니었다. 현장에서는 지향이 설계한 설계도와는 다른 설계도대로 공사를 하고 있었다. 현장의 설계도는 지향의 원본 설계도가 아니라 설계실장인 선초가 수정한 설계도였다. 선초는 지향의 설계도를 보고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설계도를 수정하여 제출하였던 것이었다. 자신의 설계도가 부족해 선초가 수정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 지향은 낙담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밤새 고민하던 지향은 마침내 설계사의 꿈을 포기한다. 다음날 아침 설계사업소장을 찾아간 지향은 설계실에서 자료문헌실로 자리를 옮겨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던 설계소장은 지향의 뜻을 받아들였다. 지향의 뜻이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하였다.

지향이 이직을 신청한 일로 설계사업소에서 회의가 열렸다. 설계실장 선초는 지향이 예전처럼 훌륭한 설계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기하였다. 당 비서는 “사람과의 사업은 감정과의 사업”이라고 하면서, 지향이 설계실을 그만 두게 된 데에는 선초의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 당 비서의 말을 들은 선초는 지향을 찾아가 ‘허락 없이 설계도를 수정한 것’에 대해 사과하였다.

이 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지향은 자신의 한참 후배인 선초의 사과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는 사실에 더욱 자책을 하였다. 선초는 예전에 지향이 자신에게 주었던 그림을 돌려주었다. 선초가 지향에게 준 그림에는 바퀴 하나가 빠져 있는 수레가 그려져 있었다. 한쪽 바퀴가 빠져 있는 수레는 여성은 가정에도 성실해야 하지만 사회에서도 자신의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향은 남편에게 설계사업소에 있었던 모든 일을 털어놓았다. 지향의 남편은 이야기를 듣고 예전에 꿈꾸었던 설계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남편의 말에 힘을 얻은 지향은 설계사로서의 꿈을 다시 키운다. 그렇게 새로운 마음으로 설계사업소로 돌아온 지향은 시대적 상황에 맞는 설계사로 새롭게 출발한다. 직장 동료들의 도움으로 컴퓨터로 설계하는 방법과 새로운 기술을 배워나갔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지향은 국가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다!’ 재기에 성공하는 지향

선초 실장의 도움을 받으면서 새롭게 시작한 국가프로젝트에서 지향의 설계도가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었다. 마침내 능력을 인정받은 지향은 설계사업소 제1설계실장으로 복귀하였다. 지향은 수레바퀴가 모두 끼워져 있는 수레를 보면서, 행복의 수레바퀴는 가정과 사회가 함께 갈 때 이루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2012년 김정은 시대가 본격 출발하면서부터 건축은 김정은 시대의 키워드인 ‘과학’, ‘민족’과 결합하면서 가장 대표적인 성과물로 선전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건설은 매년 새로운 지구에 새로운 형식으로 추진되면서, 김정은 시대의 정치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6월 만수대지구 창전거리에 45층짜리 초고층 아파트 단지를 건설하였고 2013년 은하과학자거리, 김일성종합대학 과학자아파트를 건설했다. 2014년에는 위성과학자거리와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육자살림집을, 2015년에는 미래과학자거리, 2016년부터 2017년까지는 여명거리아파트 사업을 추진하였다. 2012년 이후 생겨난 거리만 해도 5개에 달할 정도로 도시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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