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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 북한에서 발생한 분쟁 … 특수성 해석, 어떻게?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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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法 통일LAW

북한에서 발생한 분쟁

특수성 해석, 어떻게?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지난 4월 27일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한결같은 뜻을 담아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역사적인 만남과 함께 선언문이 나온 날이다. 남과 북 우리 겨레와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양 정상은 한반도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를 시작하는 평화시대가 열렸음을 엄숙히 천명했다. 판문점 선언에서 냉전의 산물인 오랜 분단과 대결적 구도를 하루빨리 종식시키고 민족적 화해와 평화번영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나가며 남북관계를 보다 진전시킬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담았다. 특히 판문전 선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향후 민간교류가 확대될 것을 대비해 남북관계는 한껏 기대감이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그동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특구에서 발생한 민사사건만 보더라도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개성공단 내 공장 신축공사 계약 관련 사건과 금강산관광특구 골프 및 온천리조트 조성공사 관련 공사대금 청구 민사사건 해결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서 큰 시사점을 줄 수 있다.

개성공단 내 신축공사 대금 둘러싼 분쟁, 법원 해석은?

회사 A는 2007년 10월 개성공단 내 회사 C(피고2)로부터 공장 신축공사를 수급했다. 그러나 위 계약 당사자들은 회사 B(피고1)의 협력사업 승인을 이용하기 위해 B를 공사 수급인으로 편입시키기로 하여 C(도급인)와 B(수급인) 간 공사도급 계약을 맺었으며, B와 A는 하도급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A는 2008년 10월 공사를 완료하였으나 B는 공사대금 중 일부를 미지급하였다. A로부터 공사대금채권을 양도받은 회사 갑(甲, 원고)은 B와 C를 상대로 양수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안은 남한 기업 사이의 양수금 청구 사건으로 당사자가 명시적으로 준거법에 관한 주장을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사건에서 피고 B는 공사가 진행된 것은 북한의 개성공단 지역이므로 공사에 관해서는 국내법이 아닌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제정한 건축준칙 및 일반적인 계약해석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북한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형식적으로 C와는 도급 계약을 체결했고, A와는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여 각종 업무상 지원을 하거나 건축자재 공급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실제 공사의 진행 및 감독은 도급인인 C와 하수급인인 A 사이에서 이루어졌으므로, 이는 특수한 형태의 계약에 해당해 자신은 공사대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국제사법』 제25조 제1항은 “계약은 당사자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선택한 법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C, B, A가 이 사건 도급 계약 및 하도급 계약을 순차로 체결하면서 국내법의 적용을 배제하였거나 개성공업지구 건축준칙을 적용하기로 명시적으로 약정하지 아니한 점 등에 비추어 이들은 모두 국내법인 『상법』에 의하여 설립되어 국내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도급 계약 및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였고, 따라서 이에 반하는 B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공사가 진행된 곳이 북한의 개성공단 지역이고, B가 C와 A에게 각종 업무지원이나 건축자재 공급 등의 일만 하였을 뿐 실제 공사의 진행 및 감독은 C와 A 사이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B가 A에게 하도급 공사대금 채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재판관할권 문제는 쟁점이 되지 않았으며, 당사자 사이에 명시적인 준거법에 관한 합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실인정 여하에 따라 계약 당사자들이 묵시적으로 남한 법률을 선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금강산관광지구에서 발생한 분쟁, 증거조사 어떻게?

또한 북한 금강산관광지구 내에서 발생했던 금강산 골프 및 온천리조트 조성공사 관련 공사대금 청구사건도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다. 본 사안에서 회사 갑(甲)은 2005년 4월 22일 회사 을(乙, 피고)로부터 ‘금강산 골프장 및 온천리조트 조성공사’ 중 ‘배관공사, 스프링클러 설비공사’를 수급하여 진행하다가 2006년 7월경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남북관계 경색으로 그해 9월 30일경 공사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철수하였다. 이후 갑은 을로부터 미지급 기성금과 추가공사비를 지급받지 못했다며 약 2억9천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을은 추가공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고 다투는 한편 갑이 공사한 부분에 오시공 내지 하자가 있고 그 중 일부를 직접 보수하였다는 취지로 상계 항변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사항은 사실확정 문제로, 원고가 주장하는 추가공사 약정이 체결되었는지 여부와 피고가 주장하는 오시공, 하자가 발생하였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일반적인 건설 관련 사정 중 하나지만 공사 장소가 북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증거조사와 관련한 특수성이 있다. 본 사안에 대해 법원은 피고의 공사 담당 직원이 원고 측에 기존 내역에 없는 부분의 시공을 요청한 점과 일부 기성금이 지급된 정황 등에 비추어 추가공사 약정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그 금액은 공사 중단 무렵 피고 측 직원이 현장을 실사하여 작성한 기안서를 토대로 인정하였고, 피고의 하자 주장에 대하여는 검증이나 감정을 실시하지 아니한 채 현장 사진과 관련자 증언, 서증 등을 토대로 이를 일부 인정하였다.

이 사안은 공사가 북한 지역 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북한적 요소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남한 기업들 사이의 공사대금 채권에 관한 것이어서 특별히 재판관할권과 준거법이 문제될 여지는 없었다. 다만 북한적 요소가 소송에 미치는 영향, 특히 증거조사 절차와 관련하여 언급할 가치가 있다. 북한 지역에서의 증거조사 문제는 앞서 판결의 집행 문제와 관련하여 검토한 바와 같이 궁극적으로는 남한과 북한 사이의 사법공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해결될 문제다.

물론 남한과 북한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 특수관계이기 때문에 북한과 사법공조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 간의 사법공조는 아니고 이에 준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통일 전 서독과 동독의 경우 사법공조에 관한 명시적인 합의서를 체결하지는 않았으나 각자 관련 법령을 제정하거나 또는 법령 없이 일정 범위 내에서 민사 사법공조를 시행한 바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달라질 남과 북의 경제 질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적 합의에 의해 민주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권에 따라 정책이 조변석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남북교류 과정에서 북한 주민에게도 깊은 신뢰를 줄 수 없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법의 지배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인식과 과거의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 법치주의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 근거하여 정책이 추진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교류협력과 남북관계 발전에 혼란만 줄 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류 및 남북관계 발전 관련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법제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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