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7월 2일

특집좌담 | “세계사적 의미에도 난제 산적 … 비핵화 프로세스 본격 시험대”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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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좌담 | ·, 신뢰구축 첫발 떼기 성공?

세계사적 의미에도 난제 산적

비핵화 프로세스 본격 시험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다. 양 정상은 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합의문을 통해 △ 새로운 양국관계 수립 △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 △ ‘판문점 선언’ 재확인 및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노력 △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송환과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발굴을 약속했다.

일각에서는 비핵화와 관련, 원론적인 수준의 합의만 이뤘다는 평가 아래 비핵화 방법이나 조치 내용 등 핵심 쟁점에 대한 구체적 해법이 결여된 합의라는 지적이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 측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북·미관계 정상화의 첫발을 뗀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등 이번 회담의 결과를 두고 각계의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북·미 양국 정상의 사상 첫 만남과 회담 결과를 총체적으로 분석해보고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평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전략 방향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 2018 ·미정상회담, 총체적 평가?

마지막 냉전 현장 해소 합의 수준은 기대 이하김현욱

세기의 담판? ‘세기는 맞지만 담판은 없어김재천

공동합의문, 구속 강제성 없어 향후 난제 산적박원곤

20180702_175247 박인휘 북·미정상회담의 총체적인 평가부터 해보겠습니다. 현재까지 나오고 있는 평가를 들어보면 만족과 불만족 등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일단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의의를 짚어보고 핵심적인 사항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를 들어보겠습니다.

김현욱 이번 북·미정상회담 직후 청와대에서도 평가가 나왔지만 역시 이번 회담의 의의라면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의 현장을 해소했다는 것이겠죠. 저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특히 두 정상의 만남에 대한 평가는 90점 정도로 봅니다. 하지만 회담 이후 나온 양국의 공동합의문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해 70점 정도로 생각해요. 공동성명에 담겨야 할 것이 충분히 담기지 않아서 매우 아쉬웠는데요. 이를테면 북핵문제의 주요 쟁점이었던 CVID를 반영하는 부분에서도 양측은 만족스러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죠.

관찰자의 시점에서 추측해보자면 북·미 간에 CVID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과 제재를 해제해주면 담겠다는 주장이 부딪히는 식으로, 즉 CVID와 제재 해제를 두고 양측이 끝까지 긴장국면을 유지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재 해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미국 입장으로는 반영할 수 없었던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공동합의문에는 CVID와 체제 안정보장을 위한 적극적인 표현 모두 담기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대신 기존에 말해왔던 원칙적인 내용들을 포함한 수준이기 때문에 70점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요.

결론적으로 지금부터 북·미 간에 진행될 실무협상이 더욱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회담은 전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냉전 지역의 해체라는 의의를 가지고 있고 또한 향후 동북아 정세의 변화 측면에서 상당히 가시적인 상황이 일어나게 되는 출발선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김재천 구체적인 점수를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청산해 동북아 안보 지형을 새롭게 구성하고,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해나가는 것은 지금 시대의 소명인 것 같은데요. 한반도 정세가 이러한 순방향을 향해 가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 상황에서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히려 북·미가 서로 말폭탄을 주고받았던 지난해,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정상 간 만남을 통해 더욱 좋은 대안을 찾아보자는 합의에 따라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고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적극 표명하고 있는 올해 초부터 시작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는데요. 이 자리에서 비핵화 관련 논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에 대해서 상당히 모호하게 나왔습니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은 개최와 취소 그리고 재개라는 결정이 매우 즉흥적으로 이루어졌죠. 그 사이 양측 간에는 굉장히 치열한 물밑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핵화 부분에 있어서 미국이 얻으려고 했던 것은 분명합니다. 리비아 모델이 대두되기는 했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 미국 쪽에서는 ‘트럼프 모델’을 말하기 시작했고요. 결국 트럼프 모델의 핵심은 신고, 검증, 폐기의 과정 속에서 신고한 다음에는 지켜본다는 전략, 즉 핵 관련 시설이나 인력, 기술을 해체하는 것은 오래 걸릴 수 있으니 이 부분이 가장 마지막 단계에 위치하는 것은 괜찮지만 북한이 일단 만들어 놓은 핵탄두와 추출한 핵물질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었죠. 그래서 이를 초동적으로 해체하는 북한의 조치를 트럼프 쪽에서는 무척 얻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따라서 트럼프는 북한 핵폐기 로드맵과 시한을 분명히 받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매우 빠른 시기에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협상 테이블을 흔든 것 같은데요.

20180702_175202결과적으로 보면 이번에 양측이 치열한 협상을 했는데 타결을 짓지 못한 것이거든요. 이번 회담이 특히 기대를 모은 것은 결국 캐릭터상 통 큰 지도자들이 풀기 어려운 난제를 놓고 한 번에 해결하는, 즉 ‘빅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없었고요. 언론에서는 ‘세기의 담판’이라고 하여 관심이 컸는데 ‘세기’는 맞는데 ‘담판’은 없었다는 것이죠. 현재는 모든 것을 추후 협상으로 미뤄놓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정상회담 개최의 압박감 속에서 치열하게 진행된 양측의 협상 과정에서도 좁히지 못한 간극을 향후 실무 수준의 협상에서 얼마나 전향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리 긍정적인 전망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차후 북·미 간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어렵고요.

정리하면, 평화체제 구축은 역사의 순방향이고 이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바로 북한의 비핵화 문제였는데, 이번 회담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의 로드맵이나 시간 계획이 나왔어야 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반드시 북·미 간 공동합의를 통한 문서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에 양측은 구두로도 비핵화의 세부적 쟁점 사항에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비핵화에 초점을 두고 봤을 때는 이번 회담에 좋은 평가를 하기 어렵다고 봐요.

박인휘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평화로 가는 방향성에는 동의하지만 비핵화가 평화체제 구축의 중요한 부분이니 이러한 관점에서는 만족할 만한 성과가 아니었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박원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보셨나요?

박원곤 저는 사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공동합의문을 보고 상당히 실망했습니다. 좋은 선물을 기대하면서 몇 달을 기다렸다가 근사한 포장의 선물상자를 열어봤는데 그 안에 달랑 종이 한 장 들어있고 거기에 ‘To be continued’라고 쓰여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과연 이것이 진정 ‘협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는 점이에요.

협상에는 주고받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의 내용을 보면 양측이 주고받은 것이 거의 없어요. 회담 하루 전인 6월 11일 <노동신문>에서 조(북)·미수뇌회담의 목표 3가지를 게재했는데요. 여기에 보면, 첫 번째는 달라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새로운 조(북)·미관계를 수립하고 두 번째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며 세 번째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문제들을 비롯하여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이 교환될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이것이 순서도 안 바뀌고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 1, 2, 3항으로, 그것도 표현까지 똑같이 들어갔습니다. 협상한 내용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북한이 말한 1, 2, 3항 그대로 들어갔어요. 물론 제4항에 유해발굴 및 송환이 포함됐습니다만 사실 이 부분은 정상 간에 할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고요.

그래서 저는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크게 볼 내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울러 공동합의문 이외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계속 여러 이야기를 했고, 폼페이오 국무장관 역시 북한과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는 식으로 피력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일단 모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 2005년 9·19공동성명을 보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하여 ‘검증 가능한’이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었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이번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은 이전 성명보다도 훨씬 후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9·19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난 직후 북한과 미국이 따로따로 기자회견을 하는 상황에서 그 안에 포함된 표현을 두고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바람에 합의와 동시에 균열의 분위기가 감지된 장면을 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번 공동합의문처럼 이렇게 모호한 표현의 내용을 두고 앞으로 과연 산적한 난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갈 수 있을지 걱정과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밖에도 북·미 정상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했는데 저는 이것도 이해되지 않아요. 공동합의문을 미국 의회에 가지고 가더라도 그 안에 합의를 강제할 구속력 있는 내용은 전혀 없거든요. 예를 들어 북한이 합의를 위반했다면 무엇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언급할만한 기준이 전혀 없는 내용인데 이것으로 공동합의문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북·미 양국 지도자의 만남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세계사적 의미에 대해서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매우 중요하고, 역사의 한 페이지를 기록할만한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래도 이번 만남이 단순히 북·미 정상 간의 만남에만 의미를 부여할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비핵화 담판, 정상 간 빅딜 등 끊임없이 화제를 모았기 때문에 핵심은 비핵화의 돌파구와 합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들이 조금이나마 도출되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해 대단히 실망스러운 회담이었다고 평가합니다.

박인휘 세 분 모두 북·미정상회담을 바라보는 평가의 방향과 내용은 대체로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 만남이었기 때문에 정치적 성과는 인정할 수 있지만 내용적 측면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는 것에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세 분이 평가하는 정도의 차이는 있는 것 같고요.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하여 활발하게 논의되었던 것이 바로 비핵화 문제였는데요. 공동합의문을 보면 비핵화에 대한 부분이 세 번째 합의 사항으로 나와 있죠. 전문과 네 개의 합의사항 그리고 마지막 성명 부분이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보자면, 북·미 간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한 답으로 미국은 평화체제를 향해 노력하고 북한은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 그 다음에 마지막이 유해발굴 및 송환 등을 통한 과거 청산의 내용입니다. 결국 핵심은 한국전쟁을 극복하자는 것이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

. 비핵화 프로세스, 향후 과정은?

국내정치 상황 낙관 어려워 동력 상실 우려김재천

치열한 협상 김정은 비핵화 의지 높다는 의견도박인휘

명확한 로드맵 도출 관건 두세 달 내 그림 나와박원곤

핵능력 선반출 국면, 비핵화 프로세스 분수령 될 것김현욱

박인휘 어쨌든 비핵화 관련한 세 번째 항목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비핵화 문제로 범위를 조금 좁혀서 향후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의견을 묻겠습니다. 북한이 과거처럼 비핵화 논의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지 아니면 이번에는 프로세스를 계속적으로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죠.

김재천 정상회담의 압박 아래에서 이뤄진 치열한 협상에서도 이루어내지 못한 양측의 간극 조절입니다. 추후 협상에서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봐요. 왜냐하면 일단 북·미 간의 정상회담이 이미 개최되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큰 성과라고 평가하는 주변국들이 있잖아요. 특히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이 정도 수준에서 빨리 대북제재를 해제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고요. 실제로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제재가 일정 부분 풀리고 있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편 중요한 변수인 트럼프의 정치적 미래가 어떻게 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저는 중간선거에서 하원의 경우 민주당의 승리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거든요. 그렇다면 과연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것인지 등을 비롯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힘이 빠질 수도 있는 위험성이 향후 2년 사이에 충분히 있다고 보이고요. 따라서 이러한 국면이 현실화되면 북한이 트럼프 정부를 진지한 협상의 대상으로 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조금씩 잃어가는 측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실제로 비핵화 로드맵을 구축하기보다는 북한에서 이것저것 조금씩 보여주면서 ‘우리는 지금 노력하고 있다’는 식의 대외적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이에 상응하는 보상은 많이 챙기려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나가지 않을까 우려되고요. 따라서 비핵화의 경우 조금은 선행적으로 진행되어야 평화체제 구축이 동력을 받아서 두 가지가 함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 상황을 보면 예전에도 사용했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던 방법이 재동원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오판의 여지는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비핵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요인은 북한의 의지를 바꿀만한 인센티브가 적었기 때문이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최대의 압박과 같은 역(逆)유인 조치가 북한의 의지와 셈법을 바꿀 수 있는 레버리지가 아니었을지 판단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러한 레버리지가 조금 더 줄어들게 되면서 비핵화의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됩니다.

박인휘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비핵화 합의 수준이 매우 불만스럽다는 의견이 있기는 합니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태껏 북한 지도자들과 비교하여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밝히는 등 입장이 과거와는 조금 다르다는 상황적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미국 언론에도 많이 나온 이야기지만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만났을 때 미국은 CVID라는 표현, 북한은 제재 해제의 표현을 놓고 대립하다가 결국 합의한 것이 ‘완전한(C)’만 남은 것이라는 등의 분석도 있습니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 때 만약 북한이 스스로 비핵화 의지를 강하게 가지고 있지 않다면 협상을 굳이 그렇게 질기게 할 이유도 없을텐데요.

박원곤 북·미 간 핵심 쟁점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이번 공동합의문에 넣을 수 있는 부분이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에 저는 계속 아쉽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우선 비핵화의 ‘정의’입니다. CVID 중에서 설사 북한이 ‘불가역적인(I)’,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합의문에 이를 풀어서 쓸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는 것이죠. 평상시 거론되는 수준, 즉 단순히 한반도의 비핵화 정도가 아니라 그것보다는 명확하게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의 단어는 나오도록 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협상 아닙니까?

성 김과 최선희 라인, 폼페이오와 김영철 라인에서도 치열한 협상의 과정이 있었겠지만 결국 조율이 되지 않으니 정상회담에서 타결되도록 둔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두 정상이 만나서 빅딜을 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비핵화 정의가 모호하면 앞으로 비핵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요. 따라서 앞으로 이 부분에서 어느 정도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그 다음으로 비핵화의 ‘방법’입니다. 비핵화 논의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부분인데요. 방법에 대해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 전날인 6월 11일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통해 ‘V’, 즉 검증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공동합의문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방법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북·미 정상이 만났을 때 어떤 형태로든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검증 방법에 대해서도 사전에 많은 안(案)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안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과연 어느 정도 수준까지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입장 정리는 되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비핵화의 ‘시기’죠. 이것이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한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본인의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해 이전 행정부와 차별화된 점이 바로 ‘시기’라고 수십 번 언급한 바 있어요. 이전 정부는 시기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모두 비핵화에 실패한 것이라며 시기를 명확히 해야 된다고 거듭 역설했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국에 왔을 때 북한이 비핵화를 2020년 말, 즉 2년 6개월만에 하겠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합의를 성명에 왜 넣지 못했는지에 대해서도 우리가 문제를 제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은 결국 비핵화의 ‘조건’일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다면 반대급부로 체제안전 보장안을 줘야 하는데요.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트럼프가 행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줄 수 있는 체제안전 보장안은 사실 제한적입니다. 군사적 조치로써 한·미연합군사훈련, 전략자산 전개, 주한미군 등을 둘러싼 문제가 있죠. 여기서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입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위 김정은 위원장과 빅딜을 하게 될 경우 이 문제를 카드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말해왔습니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이 부분과 관련하여 미국과 사전협의를 해야 하고, 어쩌면 미리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요.

여기에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 바로 ‘종전선언’입니다. 과연 북한이 이 정도 체제보장안 수준에 만족하는지, 만족하지 못한다면 차후에 이뤄질 북·미수교 등은 결국 의회랑 상의해야 하는데 트럼프로서는 손에 쥔 협상카드가 많이 남아있지 않게 되거든요. 제가 보기에는 북·미 간의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고 한다면, 현재 국면을 전향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합의를 바탕으로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에서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 같고요. 조만간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폼페이오-김영철 라인의 논의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4가지 결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시 북·미 정상이 만나서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겠죠.

비핵화 이슈는 일단 제가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했지만 그래도 약간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빠르면 한 달, 최소한 두세 달 내에 조금 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여요. 양측이 새로운 실무라인으로 나설지 혹은 기존의 실무라인을 다시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의 공동합의문 가치는 재평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휘 김재천 교수님은 비핵화의 의미 있는 선행조치 다음에 평화체제 등으로 이어져 선순환 될 수 있으면 좋은데, 과거의 실패 경험도 있기 때문에 이것에 비춰 여러 아쉬움을 표현해주셨고요. 박원곤 교수님은 최근 북·미 간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서 무엇을 원하는지 명백히 드러나 있고 서로 알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마지막 절차인 정상회담에서 그 부분을 말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아쉬움을 표현해 주셨습니다. 김현욱 교수님께서는 비핵화의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떻게 보세요? 지금의 국면에서 양측의 합의가 잘 이어질 것인지, 혹은 북한의 이탈 가능성과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현욱 저는 북·미정상회담 이전과 당시, 그리고 이후인 지금 단계를 봤을 때 미국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목표와 기준이 점점 내려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는 2020년까지 CVID를 하겠다면서 2년 내라는 시간표까지 말했죠. 그런데 정상회담을 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로 바뀌었고요. 그 다음 기자회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래 걸리는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대한 진전이 있으면 제재 해제를 해주겠다고도 했고요. 언제쯤 비핵화의 중대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20% 정도면 ‘되돌릴 수 없는(I)’이라 볼 수 있다고 하고 있죠. 기자회견이 끝나고서는 2020년까지 이제는 CVID의 중대한 진전만 이루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요.

물론 전문가들이 미디어를 통해 북한처럼 매우 진전된 핵능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CVID를 완전하게 이행하는 것은 실제로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줄곧 이야기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비로소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아닌지 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2020년이라는 목표는 공개적으로 설정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히려 2020년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차후 몇 년이 흘러야 CVID도 완벽하게 끝난다고 알렸어야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메시지 발신 과정에서 너무 시행착오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움과 무지함에 기인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라고 봅니다.

앞으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실무협상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소위 북한 핵능력의 선반출(Front-loading) 부분, 그리고 선반출 되지 않는 부분의 CVID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문제는 앞서 지적한대로 결국 ‘검증가능한(V)’에 대한 부분인 것 같아요. 과연 일반사찰에서 특별사찰, 그리고 임의사찰로 넘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렇다면 북한이 이를 허용할 수 있을 것인지가 큰 문제로 대두되겠죠.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어지지 않으면 비핵화 로드맵 도중에 계속 삐걱거릴 수 있는 위험성이 클 것입니다.

박인휘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 같습니다. 김현욱 교수님께서 지적해주신 것처럼 정상회담이 임박하면서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 수준을 많이 낮췄죠. 직접 ‘프로세스’라는 표현을 쓰면서 시간이 걸리는 측면을 부각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트럼프 행정부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본인만이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과거와 달라진 북한의 핵능력 완성 등을 일면 염두에 둔 것인지는 저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려운데요. 제기된 의견처럼 저도 미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 기준이 최근 낮아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앞서 지적한 반출 문제인데요. 핵무기와 미사일, 핵물질들과 관련된 선반출 문제는 대략 2~3단계 정도로 구성될텐데, 1단계로 반출이 이루어지면 그 이후 사찰 검증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충분히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선언적 의지에 비해 내용은 부족하지만 향후 후속조치들과 만남에서 내용을 보충 및 보완해 나가는 것을 기대해보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아서 비핵화의 주제는 우려 가운데서도 조금은 지켜봐야 할 상황인 것으로 정리하겠습니다.

. 평화체제 로드맵, 어떻게 추진해야?

평화체제 목표, 비핵화 로드맵 우선 설정 후 맞물려야박원곤

주한미군 둘러싼 중국 이해, 전략적으로 관리해야김현욱

남남갈등 예방할 국내 차원 정지작업 긴요한 순간김재천

박인휘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평화체제와 관련된 합의입니다. 물론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만 북·미 정상이 만나서 평화체제에 대한 의미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출발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양국이 공동으로 노력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향후 종전선언, 평화협정과 같은 일련의 과정이 과연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박원곤 이 부분도 이번 공동합의문에는 정확한 내용으로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조금 더 두고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평화체제 문제가 비핵화와 별개의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평화체제 논의 자체가 비핵화 유도를 위한 혹은 비핵화의 보상을 위해 함께 움직이는 것인데요. 그래서 저는 비핵화의 로드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물론 찬성하지만 그것이 비핵화의 전체 로드맵 안에서 움직여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종전선언 추진은 결국 전체 국면에서 동떨어진 분절된 하나의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러한 로드맵이 없는 상태에서 지금처럼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문제가 화두로 부상한다면 곤란하다고 봅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들이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써 필요하다고 주장하는데 저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봐요. 왜냐하면, 특히 종전선언까지 북한에 줄 수 있는 몇 개 남지 않은 협상 카드 중 하나거든요. 미국이 최종적으로 줄 수 있는 카드이기도 하고요. 그 카드를 북한의 전향적인 조치나 비핵화의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전부 소비해버리면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가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북한의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엔진 실험장을 파괴하겠다고 이야기했죠. 북한은 조만간 이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할 가능성이 높고요. 더불어 저는 영변 핵원자로도 폐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2006년부터 생산량이 굉장히 제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또한 안에서 폐기하든, 외부로 반출하든 일부 핵능력을 폐기하는 등의 조치도 조만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한반도 평화체제에 중요한 남북관계 측면에서 보자면 8·15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작업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이 모든 것들이 진정 최종적으로 우리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위해서 가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이 결국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받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받는 비판을 상쇄하는 식으로, 즉 단순히 대화 동력을 이어가면서 북한이 단계적, 동시적 방법으로 가려는 것의 일환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유의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비핵화 로드맵’이 명확히 구성되어야 하고 그 안에서 지금 말씀드린 조치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휘 박원곤 교수님께서 다시 한 번 강조해주셨는데요. 평화체제와 관련된 종전선언을 포함해 의미 있는 출발은 좋지만 비핵화 로드맵이 우선적으로 설정되어 있어야 하고 이것과 매우 정교하며 꼼꼼하게 맞물려야 한다는 지적을 해주셨습니다. 김현욱 교수님, 우리 정부의 입장을 보면 우선적으로 종전선언을 통해 이니셔티브를 쥐고 제도적으로는 평화협정을 향해 나아가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종전선언과 그 이후 평화협정에 중국의 참여 여부도 논란이 많았습니다만, 어쨌든 종전선언이 올해 안에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어떻게 보세요?

20180702_175305김현욱 우선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공동합의문을 보면,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 노력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실 정말 모호한 합의라고 할 수 있죠. 평화체제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물론 관련 당사자들이 논의를 해야겠지만,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여태껏 너무 많이 해왔던 것이에요. 공동코뮈니케를 통해서도, 또 6자회담에서도 말이죠. 그래서 결국 중요한 것은 이 문건의 내용 수준이 아니라 추후 평화체제를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채우고 구성하는지에 달려있는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는 종전선언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현재 입장에서 종전선언이 되면 선언문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려워요. 그것 역시 어떠한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하는지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북·미든 남·북·미든 종전선언은 어떤 방식으로든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북·미 간에 지금 단계에서 종전선언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시간표를 지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만약 현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향한 동력이 계속 유지된다면 이를 위해서 계속 드라이브를 걸어온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보고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는 가장 적절한 기회일 것입니다. 따라서 종전선언에 담겨야 할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가 미리 심사숙고하고 전략적 그림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미 3국의 종전선언을 이야기해왔는데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현 단계에서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은 매우 빠른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겠죠. 이를 위해 중국은 일단 1차 종전선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종전선언 단계에서 중국까지 참여한다면 아마도 중국은 종전선언문에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사실 끝이 안 나는 게임이 될 수 있거든요.

주한미군 철수라는 카드를 미국 내에서 정책 영향력을 가진 그룹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미·중 간에 끝나지 않는 논쟁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고 선언의 성립 여부도 불투명하게 바뀔 수도 있죠. 평화협정은 말할 것도 없고 종전선언 단계부터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과 같은 동북아에서의 미·중관계 구도로 본다면 우선 종전선언은 남·북·미 3국이 먼저 하고, 종전선언문을 작성한 후 이를 초안으로 하여 차후에 중국을 포함하는 평화협정문으로 가는 전략이라고 봐요.

결국 평화체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미·중 간에 첨예하게 부딪히는 주한미군 문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던진 상태입니다. 사실 북한이 주한미군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2000년도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말했던 것처럼 주한미군을 인정하는 추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수세적인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주한미군의 주둔을 인정하는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약 적극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문제가 떠오른다면 저는 이 부분에서 중국의 목소리가 상당히 커질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봐요.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가 핵심 과제로 대두될 것입니다.

남·북·미 3국이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추후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 중국은 이 문제를 계속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중국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죠. 중국이 주한미군 철수 부분에 대해 강경하게 나올 때 우리가 어떤 외교력을 펼치는지가 상당히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휘 평화체제 로드맵을 전망하면서 중국 변수를 포함해 여러 가지 유의해야 할 점들을 짚어주셨습니다. 김재천 교수님, 앞서 비핵화와 관련하여 북한의 의미 있는 선조치 없이 평화체제로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밝혀주셨는데요. 그런데 평화체제를 향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일단 양국 정상이 합의했으니 어쨌든 문이 열리기는 한 것입니다. 향후 평화체제 로드맵의 진행 과정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사항 등을 포함해 말씀해주시죠.

김재천 비핵화가 조금이라도 선행된 다음에 평화협정 체결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봅니다.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체결함에 있어서 주변국과의 관계를 잘 지켜보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북관계의 변화가 미·중관계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우리가 어떠한 정책을 취하는지가 향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도 상당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주변국과의 관계를 주도면밀하게 판단하고 지켜보면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국내외적인 정지작업이 긴요한 순간이라고 봅니다. 지금 종전선언과 관련하여 나오고 있는 여러 의견들을 들어보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평화체제의 선행조치라면서 별 고민 없이 쉽게 언급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또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분도 있고요. 그러나 일단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예민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상당히 많습니다. 일례로 유엔사의 경우 존재의 근거가 굉장히 약해지게 되거든요. 또한 유엔사가 해체되는 방안과 맞물려서 연합사가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의 일련의 논의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안보적 함의에 대해 면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아요.

평화협정은 종전선언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을텐데요. 평화협정 추진이 본격화되면 이에 앞서 헌법 개정 논의를 되도록 빨리 진행해야 합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대한민국이 한반도에서 유일한 합법적 정부가 아닌 것이 되죠. 이제는 군사분계선이 아니라 국경선이 되는 문제도 있고요. 여러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법적인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울러 평화협정은 아무래도 국내적으로 논란이 많은 이슈이다보니 정치적인 측면에서 솔직하게 소통해야 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을 갈등 요소에 대해 사전에 관리하지 않으면 평화협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 남남갈등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습니다.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죠. 정리하자면 중국 변수, 미국 변수를 다 감안하면서 현재 남북 사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우리의 동북아 전략 구도 아래에서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조망해봐야 할 계기가 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박인휘 평화협정과 관련해 예상되는 문제들을 짚어주셨는데요. 지금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두고 각국 정부들과 논의되는 상황을 보면 마치 종전선언이 평화체제의 ‘입구’처럼 되어 있고 평화협정의 ‘출구’가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인식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평화체제가 완성되면 곧 북·미관계 정상화, 또 일본과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우리의 법적인 장치나 중국 변수, 한·미동맹의 근본적인 성격 변화에서 우려되는 부분 및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연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

중국을 방문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환영연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건배하고 있다. ⓒ연합

. ·미연합훈련 조정, 어떻게 봐야?

현상변경 국면 속 의 공격적 외교 성과 거둬김현욱

북한의 선행조치 확인 없이 나온 결정 아쉬워김재천

협상 활용 카드, 이른 시기 소진하는 것은 성급박원곤

박인휘 다음은 조금 민감한 문제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된 문제는 이번 북·미 정상 간 합의사항이나 공동합의문에 담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세한 이야기를 내놓는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바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관련된 부분인데요. 정확한 표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워 게임(war game)’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당시에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후 <ABC> 및 <폭스뉴스> 등 특정 언론매체와의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면서 과연 이것이 어떤 배경과 맥락 속에서 나온 말인지 굉장히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매우 폭발성 있는 사안이기도 하고요. 김현욱 교수님,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과 관련한 내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김현욱 크게 보면 결국 동북아, 특히 한반도에서 미·중 간의 영향력 다툼의 결과로 나온 조치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인 것 같습니다. 미·소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2006년 제1차 핵실험 이후부터 미·중 사이에서의 매우 교묘한 북한식 균형외교를 펼쳐왔는데요. 이번에는 북한이 핵문제를 떠나서 통 크게 미·중 간 거래를 하고 있다고 봐요. 현재 북한은 북·미정상회담과 새로운 북·미관계 구축이라는 카드를 꺼내면서 결국 중국으로부터 상당한 경제적 지원 그리고 나아가 안보적 지원까지도 약속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 그에 대한 대가로 중국은 북한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향후 주한미군 감축 부분에서 상당한 요구를 내걸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따라서 지금은 중국의 입장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국은 현재 단계에서 자국이 이미 얻고 있는 이익과 얻을 수 있는 이익 그리고 향후에 얻어야 하는 이익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고 봐요. 일련의 국면에서 ‘차이나 패싱’이라는 말들도 나오곤 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오히려 ‘제팬 패싱’이 상당히 고착화되고 있는 상태로 보이고 중국 입장에서는 ‘재팬 패싱’ 국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은 가만히 있는데 미국과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도 나쁘지 않죠. 저는 이 두 가지가 중국 입장에서 보면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상황 전개라고 봐요.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동시에 한·미동맹과 관련하여 자국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달성해 나가려는 중국의 외교력이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북한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핵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나온 내용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던 부분까지 중국은 지금 북한이라는 자산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저는 이번에 나온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가 단순히 북·미관계에 있어서 체제안전보장의 하나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닌, 크게 보면 오랜 기간 한반도 지역에서의 비핵화 실현을 위해 노력해왔던 중국의 입장이 매우 중요하게 반영된 결과라고 봅니다. 물론 북한 입장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김정은의 입장보다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자국의 영향력을 증가시키려는 미·중 사이의 노력과 갈등 속에서 나온 첫 결과라고 보고 그런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 단계에서 북·중 간 혈맹관계나 이를 파고들 수 있는 새로운 북·미관계의 수립이라는 것은 한반도 지역에서 그간 고착되어 있었던 판을 깨기 시작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고요. 또한 이러한 현상변경 상황 속에서 자국에게 유리한 것은 챙기고 또 불리한 것은 제거해 나가는, 중국의 상당히 공격적인 외교력의 첫 결과물이라고 판단됩니다. 학계의 일각에서는 단순히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 이 정도 유인책은 줘야 하지 않느냐는, 상당히 순진한 발상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북한보다는 중국이 한반도에 더 큰 위협이라고 보고 오히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그동안 북한이 막아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현 정부가 남·북·미 3자 구도를 강조하는 부분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저희가 지금 한반도의 평화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생각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큰 그림으로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는 조치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인휘 우려되는 바가 있지만 궁극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이 가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함께 짚어주셨습니다. 앞서 김재천 교수님께서 중요한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정상회담 이후에 지금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한 매우 민감한 문제가 논의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이 가지고 있는 군사적 성격이 약화되어 정치동맹의 성격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적으로 비용 문제에 초점이 있었던 것인지, 김정은과 이면 대화가 있었던 것인지 등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발언 배경을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이 논의는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한·미연합군사훈련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시나요?

김재천 저는 일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지금의 성격으로 계속 나아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한·미동맹의 성격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의 비핵화가 상당부분 진행된다면 필연적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주한미군, 한·미동맹의 성격 조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원론적이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경우 북한의 의미 있는 우선적 행동이 없었잖아요.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곧 파괴할 것이라고 한 북측의 약속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결정한 측면도 충분히 있는 것 같아요. 우선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겠다는 합의의 형식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과거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할 때는 상당한 구체적인 합의가 나왔기 때문에 중단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북한의 조치들이 문서나 구두로 나온 것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일찍 결정됐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다음으로 김현욱 교수님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중국이 지금 북한의 문단속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계속 방문하고 있는 것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확실하게 중국의 지원을 이끌어내려고 한 부분도 있겠지만,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을 불러서 속도조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요. 역사적으로도 북한이 주동적이고 독자적인 전략을 구사했을 때 중국이 문단속을 하려고 했던 패턴이 있었잖아요. 특히 중국이 한반도 정책에서 눈에 띄게 일관적이었던 점은 미국이 한반도에 구축해 놓은 전략적 안보 기득권을 물리치려고 했던 것인데요. 쌍중단을 비롯해 쌍궤병행도 그렇고요. 이러한 부분을 중국은 지속적이고 명확하게 말해왔기 때문에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중국의 전략적인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도 고려해야 합니다. 협상하고 결정을 내릴 때 브리핑 받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고 하잖아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설명도 꺼려하고, 소위 일단 질러버린 다음에 해결책 내놓으라는 식으로 접근하며, 그 다음부터 필요한 것이 생기면 질문하는 그러한 스타일이라는 것이죠. 현재 미국의 NSC의 경우도 상당히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전략적인 이익이나 일목요연한 고려 없이 자신의 정치적인 위치와 비용만을 따져 내린 결론이 아닌지 의구심이 많이 들고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집필한 <거래의 기술>을 보면, 트럼프가 거래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라 협상이 예술이기 때문에 이를 즐긴다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돈만을 위해서 협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미·중관계에서의 레버리지가 중국 쪽으로 기우는 경향은 이미 취임한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판단됩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고요. 따라서 큰 그림에서 본다면 특히 지금 시점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단되는 것은 과연 전략적인 선택일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한 의문이 남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휘 중요한 말씀 해주셨는데요. 향후 북·미 간 협상 국면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인정할 수 있으나 처음 북·미 간 협상이 시작될 때 ‘차이나 패싱’인 것처럼 보인 것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중국이 실질적으로 성취하고 있는 이익에 대해 전략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박원곤 교수님께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둘러싼 이 분위기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십니까?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나 중지를 둘러싼 논의를 포함하여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가지는 상징성, 한·미동맹 내에서의 조정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20180702_175225박원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통해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발표한 내용을 봤을 때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세 가지 큰 틀에서 살펴보면 첫 번째, 한국과 충분한 사전협의를 했는지 상당히 의심되고요. 두 번째, 물론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단순히 북한에 대한 일종의 체제안전보장으로만 거론됐다면 우리 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만 ‘비용 문제’를 같이 말했거든요. 동맹의 핵심인 연합군사훈련과 괌에서 전개되는 전략자산까지 다 포함하여 비용이 마치 큰 문제인 것처럼 말했잖아요.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는 처음부터 이를 싫어했다는 표현을 썼다는 것을 보면 지금 우리에게 미치는 심각한 함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맹이라는 것의 기본 특성도 그렇지만 특히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가치동맹 아닙니까?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따르면 가치동맹이 아니라 결국 비용편익으로 계산되는, 이익에 기반한 관계로 빛이 바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기준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해 일본, 나토 등의 동맹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현재 북한의 핵문제라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있고, 북한의 핵억지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 북한에 체제보장안으로 내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카드 중 하나를, 그것도 매우 중요하고 북한이 끊임없이 우선적으로 요구했던 카드를 너무 빨리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일종의 로드맵 구성과 암묵적 합의가 있었고 그 틀 안에서 이뤄졌다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어떠한 형태로든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쓴 것은 매우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발표했을 때 그저 ‘중단’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이것이 단순히 연합훈련의 축소인지, 중단인지, 아니면 영구중단인지 혼란을 가중시켰죠. 이 세 가지는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는데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한·미연합군사훈련 카드를 전략적으로 쓰고자 했다면 ‘축소’부터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사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6개가 있습니다. 이 6개 훈련 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의미인지도 아리송하죠. 일반적으로 ‘워 게임(war game)’이라고 부르는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8월에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3월에 실시하는 키리졸브가 있습니다. 이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만 하는 것이죠. 제 생각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두 가지 훈련을 의미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차원에서 ‘워 게임’이라고 말한 것 같아요.

UFG는 ‘작전계획 5015’를 테스트하는 훈련입니다. 한반도에 전면전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증원전력이 어떻게 들어오는지를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군 부대 증원전력 참모진들이 함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만약 이 훈련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유사시 어떻게 전쟁을 수행할 것인지 의문이 생깁니다. 키리졸브도 비슷한데요. ‘작전계획 5015’의 앞부분에 북핵에 대한 대비 방안이 들어있습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공격할 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하는 것인데요. 이 두 가지 훈련을 모두 하지 않는다는 것은 군사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상식을 넘어선 발언이죠. 이 말은 곧 방어막을 완전히 내리겠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거든요. 우리가 미국의 확장억제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훈련을 모두 빼버리면 안보적으로 매우 곤란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밖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야외기동훈련으로 독수리훈련과 북한이 얼마 전에 거세게 반발했던 공군훈련인 맥스선더, 여기에 비질런트 에이스, 쌍용훈련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러 전략적 측면을 고려해봤을 때 한·미해병대훈련인 쌍용훈련 중단 카드는 생각해볼만 하겠지만 비질런트 에이스, 맥스선더, 키리졸브를 모두 실시하지 않는다면 안보적 문제가 상당히 커질 것으로 봐요.

설사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이러한 6개의 훈련이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라는 데 의미가 있는데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규모를 줄일 것인지, 줄인다면 어느 정도 줄일 것인지 등을 놓고 협상 국면에서의 활용성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카드 6개를 한 번에 사용한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조치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몇 안 되는 카드입니다. 북한의 비핵화 전개 속도와 진전 상황을 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일부를 조정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에요. 특히 북한이 계속 거세게 반발하는 부분은 한반도에 미국 전략자산이 들어오는 것이었잖아요. 그러니 그 부분부터 순차적으로 조정했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성급하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 문재인 정부, 향후 전략적 방향은?

비핵화 길어질 듯 남북교류 확대하되 안보 관리해야김재천

운전대 잡고 북한 비핵화 동력 유지에 총력 다해야박원곤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균형 갖춘 중시정책 펼쳐나가야김현욱

·미 간 이견 조율할 중재자 역할 본격 추진할 시점박인휘

박인휘 한·미연합군사훈련 조정을 둘러싼 전략적 방향성을 잘 짚어주셨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북·미정상회담으로 역사적인 문은 열었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우리 정부가 역할을 잘해서 계속 성공적인 프로세스를 밟아나가자는 것이겠죠. 김재천 교수님부터 묻겠습니다. 세 가지를 엮어서 말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째, 후속 합의를 포함해 대화 동력을 계속 이어나가는 문제입니다. 어떻게 해야 북한이 지금의 대화 국면에서 이탈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 다음으로는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 등의 이슈로 일부에서는 안보적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안보 문제가 튼튼하게 유지되는 방안을 지키면서 북·미의 협상을 지속해나가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주변국에 요청할 사항들과 함께 주변국 입장은 어떻게 정리되어야 할 것인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를테면 중국 변수가 있고, 또한 북한과 일본의 논의가 시작되면 과거 배상금 문제에 대한 기대가 클 텐데요. 이런 것들을 포함해 주변국 변수는 어떻게 처리해 나가야 할지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무엇인지 종합적으로 마무리해주시죠.

김재천 앞으로 문재인 정부는 남북교류를 활성화하고 중단이 되었던 대북 사업들을 빨리 재개하려고 할 것 같습니다. 국내 정치적으로 그것이 가능한 환경은 75%에 육박하는 대통령 지지율과 6·13 지방선거의 여당 압승으로 충분히 마련된 상황이죠. 물론 다양한 평가가 있습니다만 일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그 역사적인 중요성은 모두가 높게 평가하는 상황에서 기회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여태껏 정부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많이 할 것 같고, 적극적으로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에 도달했을 때 북한의 비핵화가 우리가 기대했던 것에 미치지 못하고, 진행이 더디며, 해야 할 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이 발생할 수 있어요. 이러한 경우에는 역풍도 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북한과 교류를 재개해서 평화적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고 남북통합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핵화라든지 우리가 남북 평화체제를 구축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보의 허점도 잘 메워가면서 평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주변국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비핵화는 굉장히 오래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CVID까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핵이 동결된 상황에서 오랜 기간 남북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김정은의 진정성과 트럼프의 본능이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는 상황인데요.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어떻게 알 수 있었는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었더니 김정은의 눈을 보니 수초 안에 알 수 있었다는 식으로 답했죠. 대통령 수준의 발언으로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충동적인 협상으로, 개인의 정치적인 이익을 선행하는 협상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그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비핵화의 앞길이 밝으리라고는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주변국 외교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없다는 것이 조금 안타까울 따름인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비핵화가 진행되고, 남북관계가 발전하더라도 새로운 획기적 대안이 대두되기 전에는 일단 현재의 안보 구조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래도 우리의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현실적 방안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안보 구조가 무엇이 있을까요. 중국의 세력권에 편입되는 것인가요? 궁극적으로는 물론 다자주의 안보체제가 태동하고 구축됐으면 좋겠지만 굉장히 요원한 이야기잖습니까?

아울러 현실적으로 미국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력전이가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봅니다. 물론 미국은 위선적인 부분도 있지만 인권, 자유, 민주와 같은 가치들을 보편적으로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국가들이 미국의 등에 올라탔던 것이고 아직까지도 계속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기존의 안보 구조보다 더욱 좋은 구조가 나오지 않고,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한 변화만을 외치는 것은 오히려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원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운전자론을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사람 중에 하나였는데요. 대신 내비게이션, 즉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번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 발표 이후 확실하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운전대는 우리가 잡아야 한다고 말이죠. 당연히 한·미관계를 비롯해 여타 중요한 문제들이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엄중한 위험에 처한 당사자의 입장에서 우리가 중심을 바로잡고 운전대를 잡는 것이 긴요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한국을 포함한 미국과 북한, 나아가 국제사회가 협력해 북한 비핵화 동력을 살리면서 최종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는 종전선언 문제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핵심 당사자인 중국을 잘 설득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미 사드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바 있지 않습니까? 특히 종전선언이라는 것은 정치적인 의미가 있을 뿐 구속력은 없는 선언이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중국을 포함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최근 <환구시보>를 통해 명확하게 다시 한 번 ‘중국이 책임 있는 한반도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부터 같이 해야 된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종전선언을 서둘러 남·북·미로만 추진하고자 한다면 그 이후에 비핵화 실현의 핵심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죠. 중국과의 전략적인 협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욱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화 동력을 위해서는 결국 북한의 CVID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평화의 과정과 CVID 과정은 함께 굴러가는 것이기 때문에 CVID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하면 체제안전보장도 삐걱거리게 됩니다. 아울러 CVID가 미국의 가장 우선순위이기도 하기 때문에 비핵화를 위한 대화 동력을 유지하고 평화 구축의 과정까지 끌고 가는 핵심은 CVID가 될 것입니다. 안보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한·미동맹을 다시 재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봐요. 중국은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고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철수가 아니라 재조정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매우 전략적이고 균형적이며 합리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지난해 남북관계가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위의 인사들이 미국을 무시하고 가자는 식의 제안을 했을 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었습니다. 이처럼 계속 남북관계와 한·미관계를 동시에 강조하고 중시하기 때문에 저는 지금 단계에서도 주한미군 감축보다는 주한미군 재조정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지막 주변국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중국과의 관계가 긴요하다고 봅니다. 지금 중국과의 외교가 거의 부재한 상황인데요. 따라서 현 상황에서 만나면 상당히 어색할 것이기 때문에 중국과 안보 문제, 즉 한·미동맹이나 북한 관련 이슈를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결국 우리가 평소에 다루지 못했던 문제를 풀기 시작해야 된다는 것이죠. 지금 중국과 만나서는 미세먼지, 경제협력 같은 부분들을 이야기해야 합니다. 매우 민감해서 건드리지 못하는 문제 대신 우선 협의할 수 있는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 나가면서 중국과의 외교적 지평을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서 추후에 전략적으로 때가 왔을 때 그 끈을 이용해서 우리가 중국과 외교적인 협상을 진행해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박인휘 감사합니다.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새로운 운명의 문이 열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우리 국민들에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고요. 그 간극을 우리 정부가 잘 메워야 될 텐데요.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가장 잘하고 있는 점은 과거 정부들과 달리 북한과 미국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겠죠. 향후에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의미 있는 중재자 역할을 통해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시켜 주고, 간극을 메우는 노력을 잘 해주기를 바랍니다.

실제로 중국은 손익계산이 매우 복잡할 것으로 생각이 되고, 일본은 북·미관계를 보면서 과거 70년대와 같이 데탕트 시대 모델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북·일관계도 이번에 독자적인 모델을 새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세워나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하튼 과거와는 달리, 주어진 동북아 환경을 단순히 받아들이고 대처하는 것이 아닌 동북아 질서를 선도적으로 개척해나가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왼쪽부터)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박원곤 한동대학교 국제어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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