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8월 1일

Uni – Movie | 할리우드의 북한활용법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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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솔트(Salt)>

할리우드의

북한 활용법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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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확신하고 있는 어떠한 현상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 부분이 허구적이다. 한·중·일 3국 국민들의 역사인식을 다룬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본인이 알고 있는 사실의 대부분이 영화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통해 습득된 사실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기도 했다. 이처럼 파급력이 큰 대중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콘텐츠는 사실에 기반해 제작되기도 하지만 허구 혹은 과장으로 재포장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가 연이어 개최되면서 북한 문제가 동북아 정치·경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간 북·미관계를 살펴보면 북한에게 미국은 “철천지 원쑤 미제침략자를 소멸하라”는 구호가 말해주듯 증오와 불신의 대상으로 점철되었던 반면, 미국인에게 인식된 북한의 이미지는 극히 단편적이다. 이를테면 전 세계적인 문화전파매체 ‘할리우드’의 영화를 보면 북한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실상 할리우드에서 북한이 제대로 다루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이는 국제정치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 상업영화의 본산인 할리우드 영화는 ‘피아(彼我), 적아(敵我)’ 구분이 명확하다. 그러한 구도를 대중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령 그동안 할리우드에 등장하는 ‘주적(主敵)’은 독일의 나치와 중동의 독재자, 구소련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를 넘어오면서 현실 세계에서의 주적들은 힘을 잃어갔고 스토리 구성에서도 피아 구분이 막연해졌다. 대신 외계인이 등장했고 CIA 내부의 적을 다룬 고도의 첩보극이 그 자리를 메워갔다.

2000년대로 들어서자 할리우드에는 서서히 새로운 대상이 등장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의 등장은 2002년부터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2002년 개봉된 007시리즈인 <007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북한군이 비교적 비중 있게 그려졌고, 2005년 영화 <스텔스>와 2006년 북한 내 핵미사일을 파괴하는 특수부대를 다룬 <에너미 라인스 2 – 악의 축>이 공개됐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영화는 미국 부시 행정부에서 북핵 위기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이라 지목하던 시기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그리고 2009년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고 2010년에는 초반 강렬한 고문 장면이 뇌리에 남는 영화 <솔트(Salt)>가 개봉했다.

줄거리

<솔트(Salt)>에서 북한은 강렬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영화는 미국 CIA 요원인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분)가 북한 군인들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는 장면으로 막을 올린다. 반라의 속옷 차림인 솔트가 피투성이가 되어 군인들에게 끌려 나온다. 간간이 ‘간나 XX야’라는 구수한 북한 사투리가 애드리브처럼 장면 사이를 채우며 고문이 자행된다.

솔트의 죄목은 북한의 핵개발을 방해하러 들어온 스파이 죄였다. 이후 몇 번의 혼절 끝에 솔트를 기다리는 것은 판문점. 미국과의 포로 인도 체결에 따라 양측 인물이 판문점을 통해 교환된다. 여담이지만 영화 속 판문점은 전혀 판문점 같지 않은 모습으로 구현되었다.

영화의 서두가 북한과의 임팩트 있는 조우를 그려낸 반면 중심 내용은 사실 북한과 관련이 없다. 주인공 솔트가 북한에 억류되었다 풀려난 일은 2년 전 사건이고 영화는 다시 현재로 회귀한다. 구소련이 미국 사회를 잠식하기 위한 비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어린아이들을 살인병기로 키워 미국 사회로 침투시키는 작업을 진행했고, 주인공 솔트가 그 프로젝트에 연루되면서 박진감 넘치는 첩보 액션극이 펼쳐진다.

미국 중앙정보국 요원인 솔트는 우연찮은 기회로 러시아 스파이로부터 이중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소속 조직인 CIA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이 영화에는 의외의 반전이 있다. 외부에도 적이 있고 내부에도 적이 있다. 이처럼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는 스토리라인과 주연으로 연기한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 이후 액션스타로의 화려한 복귀, 무엇보다 시종일관 시선을 잡아끄는 화끈한 액션신은 관객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감상포인트

할리우드에서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라는 현실의 사건과 함께 신호탄을 쐈다. 그 후 북한은 곧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이미지로 각인됐다. 2000년대 이후 할리우드라는 창(窓)을 통해 기존의 정체불명의 ‘은둔의 국가’에서 ‘핵’과 ‘미사일’이라는 이미지로 세상에 얼굴을 알린 것이다. 물론 그 이미지는 ‘Famous(유명한)’가 아니라 ‘Notorious(악명 높은)’다.

그렇게 개봉되기 시작한 북한 소재 할리우드 영화는 꾸준히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실제 사건이나 사람을 묘사하는,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 장르인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 사실(fact)과 현실(reality) 중심보다는 사실과 허구가 혼재된 것이 보통이다.

이를테면 2010년 <솔트(Salt)> 이후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2012년 <레드 던(Red Dawn)>을 필두로 다소 황당한 설정으로 이어졌다. 북한이 미국을 침공한다는 과감한 소재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양상은 2013년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Olympus Has Fallen)>에서 북한이 백악관의 주인인 미국 대통령을 인질로 잡고 주한미군 철수와 핵미사일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긴장의 수위를 높이더니, 이윽고 2014년의 문제작 <인터뷰(The Interview)>는 김정은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실제 미국 소니 영화사 해킹 사건을 유발하기도 했다. 공통점은 모두 북한의 ‘핵개발’이라는 일관된 코드의 영화들이라는 점이다.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이 현실에서 개최되었다. 향후 허구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북한은 어떤 이미지로 그려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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