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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 돈만 된다면…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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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동네 리얼스토리 90

돈만 된다면

이지명 / 국제펜(PEN)망명북한작가센터 이사장

개혁·개방은 썩 오래전부터 북한주민들 속에서 화제로 떠올라 서로 마주 앉으면 구구절절 논의되던 문제다. 한때 북한보다 못 살았던 이웃나라 중국인들이 개혁·개방을 한 덕에 먹을 것이 풀려 어려움을 벗고 나타난 그때부터였다. 그것이 아마 1978년 말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후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도 중국처럼 개방해야만 산다’는 말은 북한 당국의 혹독한 단속과 통제 때문에 끼리끼리 쑥덕일 뿐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러나 주는 대로 먹고 시키는 대로 일하는 것보다 국가배급 중단과 함께 자력으로 돈을 벌어 사는 20여 년의 오랜 과정을 거쳐 이제는 주민들이 스스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와해시키고 있다. 일명 개혁·개방된 현실이 주민들 속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는 말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충성’보다는 ‘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당에 충성하자’란 말은 주민들 속에서 사라졌거니와 간혹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제정신인가?’라는 의아한 눈빛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며칠 전 북한에 있는 지인과 전화통화를 했다. 요즘 들어 북한에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는데 특히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창이라고 했다. 무슨 내용인지 이야기를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아버지, 이게 뭐예요?”

지인의 인근 마을에 12세 학생이 있는데 밤이면 어두운 창고에 들어가 무엇인가 뒤져보는 것을 반복하는 아버지를 보고 왜 그러는지 몹시 궁금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느 날 이 학생이 아버지 몰래 대낮에 창고로 들어가 여기저기 들췄는데 나무로 짠 큰 궤짝이 김장독 뒤에 숨겨져 있었다고 했다. 여러 잡동사니로 덮어놓아 얼른 눈에 띄지 않은 채 놓여 있어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수상해 주변을 치우고 궤짝 뚜껑을 여는 순간 어떻게 알았는지 헐레벌떡 아버지가 들어와 “너 거기서 뭐해!” 하고 소리를 쳤다고 한다. 깜짝 놀란 학생이 궤짝 뚜껑을 열다 던져버렸는데 그 안에 든 것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바로 사람의 유골이었던 것이다.

한참 후 아들을 정신 차리게 한 아버지의 말은 실로 엄청났다. 말하자면 그것은 단지 유골이 아니라 지난 전쟁 당시 인민군의 총에 맞아 죽은 미군 병사 유해의 일부분이라는 설명이었다. 어린 학생은 더욱 놀라 그것을 왜 아버지가 보관하고 있는지 물었다. 아버지는 최근 휴전선을 넘는 미군 유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가며 뒷거래로 팔아보려고 한다면서 비밀을 지키라 했다고 한다.

요즘 북한에서 미군 유해 발굴은 정부 차원을 넘어 개별 사람들까지 최대의 관심사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북한의 지인은 군번만 확인되면 중국을 통해 얼마든지 한국으로 유해를 넘겨주는 중개상들이 판을 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렇게 개인이 외국과 연결되어 그것이 사람의 유해든 무엇이든 돈만 된다고 하면 목숨을 걸고 진행시킨다. 항간에서는 수령밖에 모르던 주민들이 이러한 거래에 목숨을 거는 현상을 가리켜 이미 주민들은 벌써 개방된 사회에 들어서서 살고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간부든 일반주민이든 심지어 아이들이라도 상관없다. 돈 되는 일을 두고 원리를 따지고 경우를 따지거나 법을 중심에 두고 사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체제 속에서 이윤을 모르고 충성만을 부르짖으며 땀 흘리고 애를 쓰는 따위의 말들은 저 멀리 사라졌다는 소리다.

유해도 거래 대상?

아마 1980년대나 1990년대에 이와 같이 미군 유해를 암거래하고자 하는 시도를 했다면 그것은 정말이지 죽기를 자초한 정신 나간 사람의 행동으로 치부되었을 것이고 주민들 입장에서도 감히 생각도 못할 일일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어떤 정치세력이 집권했든지 절대 다수의 주민들 속에서 번지는 이 같은 풍조를 도외시한다면 그 세력은 이미 사멸이 결정된 세력이라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북한 정부도 개별적인 사람들이 유해 발굴을 하면 확인하고 일정한 액수의 돈을 주고 회수에 나선다고 한다. 지인의 말에 의하면 그렇게 회수해 간 유해를 다시 담당기관의 눈을 피해 밀수자들에게 암거래한 간부들도 최근 발각되었다고 전했다.

북한의 민심이 달라져도 정말 많이 달라졌다. 상황이 이러한데 지금 북한에 필요한 국가적 정책은 무엇일까? 기존의 모든 것을 초월한, 말하자면 국가 전반에 걸친 전면적인 개혁·개방정책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까?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급변하는 최근 정세를 바라보며 북한 당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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