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8월 2일

통통인터뷰 | “탈북학생들의 건강한 정착기, 함께 써내려갑니다”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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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인터뷰 | 김두연 한꿈학교장

탈북학생들의 건강한 정착기

함께 써내려갑니다

조두림 / 본지기자

김두연 한꿈학교장

김두연 한꿈학교장

Q. 한꿈학교는 2004년 설립한 이래 15년째를 맞았고, 김두연 선생님께서는 20153대 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학교의 설립 취지와 변화상, 교육방향이 궁금합니다.

A. 한꿈학교는 태국에서 탈북자 구출사역을 하셨던 분들이 어린 아이들을 우리나라에 데려와 돌본 것이 모태가 되어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초기에는 말 그대로 위기 상황에서 구출해온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는 게 최우선적 과제였어요. 저는 취임 전 일반 고등학교에서 30년을 국어교사로 재직한 바 있고 현재까지 28년째 아프리카 개발 NGO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일전에는 UN의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차원에서 국내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단체를 만들어서 교육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연세대 총장과 김대중 정부 부총리 겸 과학기술처장관을 역임하신 한꿈학교 재단이사장 김우식 박사님이 지인을 통해서 이 학교로 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주셔서 제가 교장으로 오게 됐어요. 제가 3대 교장으로 취임하고는 기본적인 생활 보장에서 나아가 탈북민 및 중국 출생 학생들에게 남한 정착의 기반을 마련해주는 총체적 역할을 하는 것에 목표를 두게 됐는데요. 그래서 우선 남한 정착은 당연하되 어떻게 하면 각 탈북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 연구해보니 개별에 맞는 교육과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개별화 교육과정이라는 건 학생 한 명이 교육과정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교육과정인데요. 1:1 맞춤형 교육이다보니 탈북 학생들의 실력 향상에 보다 효과적이죠. 상근 및 전임·시간 강사를 포함해 총 36분의 선생님이 계십니다. 또한 각 학생에 대한 플랜이 따로 있는데요. 선생님들의 학생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관찰, 피드백을 통해 플랜을 시시각각 조정해가고 있어요. 아울러 탈북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영어를 위해서 원어민 선생님과 정서지원을 위한 음악, 미술, 체육 등의 필요에 따른 수업들을 MOU 체결 등으로 마련했어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꿈학교는 특수화에서 시작한 탈북 학생들의 보편화를 교육목표로 향후 남한 사회에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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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 탈북학생 지원 프로그램이 교육비 지원에 그치고 실생활을 보조해주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보여 온 반면, 한꿈학교에서는 학비, 식비, 기숙사비, 교통비, 생활장학금 등을 전액지원 하고 있습니다. 입학 연령도 제한하지 않는데요. 경제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계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이렇게 하는 이유는 오직 한 가지에요. 탈북민의 생존력과 생활력이 취약하기 때문이죠. 탈북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은 꼭 알아야 하는 게 바로 무소식이 희소식이 아니라는 거예요. 무소식으로 잠적하면 당장 살리러 가야 합니다.

저는 28년 동안 아프리카 개발 NGO의 일원으로 참여하면서 난민구호 활동도 많이 했는데요. 시리아, 이란, 이라크, 우간다, 르완다, 남수단 등의 난민들하고 탈북민의 생존력이 달라요. 다른 난민들은 자본주의 경쟁사회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당장 나라에 혼란이 있어 이주하게 됐지만, 어느 땅이든 올려만 주면 스스로 취직해서 생존해가야 한다는 걸 잘 알아요. 그래서 대부분 기본 생존력이 있고 정착한 나라 언어도 금방 배우는 편이죠.

그런데 탈북민은 그렇지가 않아요. 탈북민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살아온 사회체제가 다르잖아요. 그 틀을 깨고 나오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당에서 모든 것을 해줬고, 취업도 노력과 경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당의 지시에 따라 하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고 와닿지 않는 거죠. 종종 탈북민이 정성 어린 도움에도 당연한 듯 받기만 하고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아 속상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그럴 때는 탈북민이 ‘도움을 구하고 받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사회구조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는 걸 염두에 두는 게 좋아요.

한꿈학교 컴퓨터 수업 ⓒ한꿈학교

한꿈학교 컴퓨터 수업 ⓒ한꿈학교

제가 학교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게 된 학생들의 모습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마치 죽어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어요. 특히 탈북 대안학교에서 명심해야 할 게 성적만 올려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본주의 경쟁사회’의 속성을 익히고 대비해서 사회에 나가게 만들어줘야 살아나갈 수 있게 된다는 점이에요. 끊임없이 경쟁사회의 속성과 실력 및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야 하고요. 따라서 학교는 그저 불쌍하다고 주는 퍼붓기 식이 아니라 자본주의 남한 사회의 정착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학생들이 생존력과 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될 때까지 가르치고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학교는 ‘장학금’이라는 이름에 맞게 공부한 증거를 토대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는데요. 학생들은 매일 시험을 치르고, 전반적인 생활 점수를 종합하고 있어요. 기준 이상을 통과하고 상위권에 오른 학생을 중심으로 교통비 등을 차등 지급하고 있고요. 우리 학교 학생이라고 때 되면 그냥 주는 게 아닌 거죠.

한꿈학교가 처음부터 전액지원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한때는 장학금이 많은 타 탈북대안학교로 옮겨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내심 서운했던 적도 있었는데요. 남은 학생들이 “저희들도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무슨 말인지 물었더니 탈북학생들에게 지급되는 기초생활수급비 50만 원 중에 30만 원 가까이를 주택관련 비용으로 지출하면 남은 20만 원으로 교통비, 통신비, 식비를 다 충당해야 하는데 한 달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벅차다는 거였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한창 멋도 부리고 카라멜 마끼아또도 마시고 싶은 나이에 기본 생활도 어려운 상황이면 충분히 그런 선택을 할 수 있겠다 싶었고, 장학금 지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그러던 차에 감사하게도 한꿈학교 정원 40명의 전액지원을 가능하게 해주는 후원처가 생겨서 지금은 하루 세끼 따뜻한 밥은 물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죠. 한꿈학교 학생들의 90%에 육박하는 검정고시 합격률과 높은 대학 진학률의 비결은 다른 게 아니라 이런 따뜻한 밥 한 끼가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근 몇 년 사이 제3국 출생 탈북학생의 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2017년 하나재단 통계에 의하면 총 탈북청소년 2538명 중 1437명으로 56.63%의 비율을 차지한 반면, 여전히 비보호 대상이라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한꿈학교에서는 제3국 출생 탈북학생 문제를 어떻게 보시고, 지도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20180802_161612A. 제3국 출생 탈북학생은 대부분이 중국출생인데요. 한꿈학교 학생들도 현재 1/3이 중국 출생 이에요. 이 친구들은 네 가지 고통을 받습니다. 첫째는 민족적·개인적 정체성 고통인데요. 중국과 북한이 모택동, 김일성 당시 맺은 중·조협정으로 중국에서는 탈북인은 물론 탈북인이 중국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자녀에게도 호구를 주지 않아요. 그래서 중국 출생 청소년들은 국가나 가정에서 모두 중국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요. 한국에 오면 한국어를 못하고 중국어를 하니까 중국인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친구들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아이덴티티가 없어요. 또한 어머니인 탈북 여성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었기 때문에 중국에서 열등한 사회적 지위를 가질 뿐만 아니라 안전에도 위협을 받아서 한국으로 오게 되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 본 자녀들은 상처를 받게 되죠.

두 번째는 언어·문화적 고통인데요. 예를 들어 우리가 미국으로 유학이나 이민을 간다하면 미리 영어를 준비해서 가잖아요. 그런데 중국 출생 학생들은 중국에서 교육비가 4배로 뛰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쯤 갑자기 어머니가 있는 한국으로 쫓겨 오듯 와요. 언어가 달라진다는 건 산고를 겪는 것과 같은데 한창 사춘기 나이에 혼란이 가중되죠. 아울러 중국어가 서툰 엄마와 한국어를 모르는 자녀가 한국에서 재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출생 탈북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엄마와의 의사소통 어려움이에요.

세 번째 고통은 진로탐색이 안 된다는 점이고, 마지막 네 번째가 제일 중요하지만 어려운 부분인 게 가족구성이 안돼요. 중국 출생 학생들의 어머니인 탈북 여성은 중국에서 평균 2번 결혼하고, 한국에 와서도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만 오면 엄마를 만나고 그간 모든 설움이 다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버텨왔는데 막상 엄마를 만나니 새로운 가정과 자녀들이 있는 거예요. 모성이탈이 심한 성장과정을 겪은 10대 후반의 중국 출생 탈북청소년들이 이런 상황을 접하면 없던 사춘기도 생기는 거죠.

이 밖에도 중국 출생 학생들은 탈북학생과 달리 대학특례입학 제도도 없기 때문에 언어도 안되는 상황에서 남한 학생들과 똑같이 경쟁해야 하고, 심지어 만 19세에 한국국적을 선택할 경우 군 입대도 해야 하는데요. 이런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도 마련이 시급하긴 하지만, 그동안 현재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를 찾아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한꿈학교 무지개반 한국어 수업 ⓒ한꿈학교

한꿈학교 무지개반 한국어 수업 ⓒ한꿈학교

한꿈학교에서는 우선 언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출생 탈북학생들을 위해서 무지개반(한국어반)을 운영하고 있고, 이중언어 선생님과 함께 수업하고 있어요. 진로의 경우 두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우선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중국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당장 언어가 부족한데 취업으로 나가야 하는 경우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축적되고, 혼자 일할 수 있는 자립·장인형 기술을 권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용접·설비·배관같이 건물이 현대식으로 변해도 꼭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하는 거죠.

한편 엄마와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엄마와 밥상을’과 ‘엄마와 춤을’이라는 캠프도 있는데요. 우선 엄마가 재료를 가지고 와서 자녀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는 전 과정을 아이가 옆에서 지켜봅니다, 완성된 이후에는 서로에게 먹여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엄마와 춤이든 수다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에요. 마지막 3일째 되는 날은 부모와 자식이 자연스럽게 끌어안으며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고, 엄마는 자녀에게 해주는 기쁨을 자녀는 사랑 받는 기쁨을 누리면서 조금씩 가족회복의 과정을 거치죠.

변화는 눈에 띄기도 하는데요. 한꿈학교 기숙사가 생긴지 14년이 됐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학부형 중 한 사람이 엄마들한테 연락해서 기숙사에서 아이들 주말에 먹을 수 있게 음식을 차려주자고 한 거예요. 그때 파티가 벌어지고 모두의 변화가 시작됐죠.

마지막으로 학교는 부모가 하루 한 번씩 자녀에게 전화할 것과 네 가지의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입학각서에 포함시키기도 했어요. 해야 할 말은 “너 때문에 내가 기쁘다, 사랑한다, 너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내가 너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로 학생들이 그 말을 들으면 펑펑 울기도 해요.

김두연 교장의 민주시민교육 수업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의 민주시민교육 수업 ⓒ한꿈학교

Q. 한꿈학교의 향후 비전 및 계획?

A. 우선 지하의 학교 공간을 지상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지자체나 교육당국에서 기회를 제공해주셨으면 좋겠고요. 비전은 탈북학생들이 남한 정착을 성공적으로 하는 거예요. 우리가 생각하는 남한 정착은 대학 졸업 후 취업해서, 결혼하고 아이를 잘 양육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는 건데요. 그 과정을 혼자서는 못 지나가기 때문에 한꿈학교가 유관기관과 각 단계의 전문기관과 계속 연계하면서 종합복지지원체계를 갖추도록 추진해볼 계획이에요. 그래서 탈북학생이 한꿈학교에 오면 원스톱으로 제대로 된 정착 과정을 밟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하나센터 등지에 보내드리고, 확산될 수 있게 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금 단계에서는 지역복지협의체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요. 한꿈학교는 앞으로 그와 관련해 내부에서 비전을 만들어내고 세부안을 공표해서 함께 연합 제휴하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꿈학교는 앞으로도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감어린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것들을 연계·연결해주며 탈북학생들이 남한 사회에서 정서적 지지기반이 있다고 느끼고, 누군가 자기를 위해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2018년 한반도 역사탐방 활동으로 전주에 방문한 한꿈학교 학생들 ⓒ한꿈학교

2018년 한반도 역사탐방 활동으로 전주에 방문한 한꿈학교 학생들 ⓒ한꿈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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