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8월 2일

글로벌포커스 WHY? | 미·중 무역전쟁 … 핵심 키워드는 ‘콩’이다!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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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 WHY?

·중 무역전쟁

핵심 키워드는 이다!

이장훈 /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중국이 해외에서 수입한 대두가 지난 2012년 2월 2일 난통시의 항구에서 환적되고 있다. ⓒ연합

중국이 해외에서 수입한 대두가 지난 2012년 2월 2일 난통시의 항구에서 환적되고 있다. ⓒ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985년 4월 허베이성(河北省) 정딩현(正定县) 당 서기였을 때 축산 대표단을 이끌고 미국 아이오와주(州)의 작은 농촌 마을 머스카틴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시 주석은 이 마을 주민 엘레노어 드보르착의 집에서 이틀간 머물렀다. 시 주석이 이 곳을 방문했던 것은 대두(大豆, soybean) 농사의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정딩현은 중국에서 돼지 사육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 주석은 돼지의 사료로 콩이 적합한지를 물어보는 등 열성적으로 농장을 둘러보았다. 아이오와주는 미국에서 콩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다. 시 주석은 2012년 2월 국가부주석의 신분으로 이 곳을 다시 방문해 홈스테이를 했던 집을 찾아가는 등 마을 주민들과 옛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 최고지도자로 취임이 예정됐던 시 주석이 27년 만에 이 곳을 다시 찾은 이유는 바로 콩 때문이었다.

콩 없으면 못 사는 중국 수입의존도 90% 가까워

중국인들에게 콩은 중요한 농산물이다. 콩은 두부 등 각종 요리의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콩기름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중국인들은 요리할 때 식재료를 대부분 기름에 튀기고 볶는데 식용유로 콩기름을 사용한다. 특히 콩에서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은 돼지의 사료로 사용된다. 중국에서 ‘육(肉)’이라는 글자는 단순히 고기가 아닌 돼지의 고기를 의미할 정도로 돼지고기는 중국인들의 주식이다.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콩과 돼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고 말할 수 있다. 시 주석이 아이오와주를 다시 방문한 것도 국민들의 먹거리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부가 콩을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 7월 6일 34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 818개에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정부도 똑같은 액수의 미국산 545개 제품에 동일한 조치를 내리는 등 맞불을 놓았다. 중국 정부가 25%의 관세를 부과한 미국산 제품을 보면 콩, 옥수수, 쇠고기, 돼지고기, 면화, 담배 등 농축산물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같은 자동차와 항공기 등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보복관세 대상들 가운데 콩의 비중이 가장 크다. 중국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140억 달러 어치의 콩을 수입해 주로 돼지 사료용으로 소비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콩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의 지난해 콩 소비는 1억1,080만t으로 전 세계(3억4,380만t)에서 32%를 차지했다. 중국의 지난해 콩 생산은 1,420만t(4.2%)으로 세계 4위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상당히 부족하다. 때문에 중국은 매년 9,600만t 이상의 콩을 수입해야만 한다. 수입의존도가 무려 9할 가까이 이른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이 콩을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는 브라질로 전체의 52.8%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많은 국가가 미국으로 35.1%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인들이 경제발전에 따라 소득이 늘어나면서 돼지고기 등 육류소비도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콩 수입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이 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는 4억 마리나 된다. 중국의 돼지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6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양돈 농가의 수는 6천만 가구에 달하고, 전체 양돈 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억 명이 넘는다.

그런데 미국산 콩에 25%의 관세 부과로 사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게 됐고, 중국인들이 매일 먹는 돼지고기의 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돼지고기 가격이 중국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다. 또 콩기름의 가격도 당연히 오르게 된다. 돼지고기와 식용유 가격 동향은 중국 국민들의 체감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가 항상 돼지고기 등 식품들의 가격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은 자칫하면 국민들의 정치적 불만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89년 발생한 텐안먼(天安門) 사태의 원인 중 하나가 물가상승이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미국산 콩에 고율의 관세부과로 파생되는 부작용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이러한 조치를 내린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콩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콩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게도 중요한 농산물이다. 미국의 콩 생산량 비중은 전 세계의 35%를 차지한다. 주요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핵심 텃밭인 중서부에 있는 ‘팜 벨트(farm belt, 농장지대)’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2014∼2017년 미국 콩 생산 상위 10개 주를 보면 일리노이, 아이오와, 미네소타,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미주리, 오하이오,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아칸소 등인데 모두 팜 벨트 지역이다. 팜 벨트 지역에서 생산된 콩은 미국 전체 생산량의 95%에 달한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리노이와 미네소타를 제외한 팜 벨트 8개 주에서 승리하면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중국 정부가 이 지역의 콩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 조치를 취함에 따라 이 지역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의도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 지역 농민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압박을 가해 무역전쟁을 중단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콩 전쟁, 일단 맞불은 놓았지만

중국에서 콩은 두부 등 각종 요리의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을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는 필수 식자재다. 지난 6월 2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품판매점에서 종업원이 돼지고기를 자르고 있다. ⓒ연합

중국에서 콩은 두부 등 각종 요리의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기름을 짜고 남은 콩깻묵을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는 필수 식자재다. 지난 6월 20일 중국 베이징의 한 식품판매점에서 종업원이 돼지고기를 자르고 있다. ⓒ연합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이나 시 주석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역전쟁의 일환인 ‘콩 전쟁’에서 누가 유리할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 콩을 수출하지 못하는 이 지역 농가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대규모 지원 자금을 제공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산하기관인 상품금융공사(CCC)는 최악의 경우 재무부로부터 최대 300억 달러를 받아 이 자금을 각 농민단체에 배분할 수 있다. 반면 시 주석은 각 정부 부처에 콩 수입을 다변화하고 자국의 콩 생산량을 늘릴 것을 강력하게 지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무엇보다 미국 이외의 국가들로부터 콩을 확보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브라질로부터 콩 수입을 대폭 늘리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브라질의 콩 생산은 미국의 글로벌 농업기업들이 대부분 좌지우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중국 정부의 급박한 사정을 악용해 콩 가격을 상당 수준으로 올릴 계획이다. 지금도 8월분 선적 기준 브라질 콩 가격은 미국산보다 70% 더 높다. 중국 정부로선 ‘울며 겨자 먹기’로 높은 가격에도 브라질로부터 콩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또 러시아로부터 콩 수입을 늘리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10개월간 중국에 85만t을 수출해 전년 동기 대비 2배나 물량을 늘렸지만 더 이상 크게 확대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지난 7월 1일부터 한국과 인도, 방글라데시, 라오스, 스리랑카 등 아시아 5개국에서 수입하는 콩의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지만, 모두 합쳐봐야 물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해 중앙아시아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 국가들로부터 콩 수입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처음으로 중국에 콩을 수출했다. 중국 정부는 일종의 ‘새로운 대두지로(大豆之路, soybean road)’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슈 중국 란저우 대학교 교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옛 소련시절에 건설된 낙후한 인프라 시설로 고질적인 물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앞으로 중국의 콩 수요를 완전히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정부는 또 자국 농가에 콩 생산을 늘리라고 하면서 개량종자와 보조금 등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서 수입한 만큼의 콩을 생산하려면 중국에 필요한 땅은 7억6천만 무(畝)인데, 중국의 농업용지 전체면적은 21억 무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이 전체 농업용지의 3분의 1을 콩 재배에 투입할 수는 없다. 또 콩이 심자마자 바로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기계화 농업이 자리 잡지 않은 중국에서 대규모로 수확하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주요 산업들은 그동안 눈부실 정도로 발전해왔지만 반대로 농업은 상당히 쇠퇴해왔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016년 채소와 과일 등 수출량은 1,066만t으로 10년 전에 비해 35%나 늘었지만, 수입량은 1.9배로 급증하면서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중국 농업의 쇠퇴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 바로 콩이다. 1993년 94%였던 자급률이 2016년 13%로 급락했다. 중국의 밀, 쌀, 옥수수 등 3대 곡물 자급률도 콩처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농업이 쇠퇴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한 사용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중국의 10a 당 농약 사용량은 1.7kg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보다 7배나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곡창지대인 화남 16개 성에서 토지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 둘째, 농업 종사자의 고령화와 인구의 감소를 들 수 있다. 셋째, 농지의 중금속 오염 때문이다. 전국 농지의 16%에서 카드뮴, 수은, 비소, 납, 크롬, 아연, 동, 니켈 등이 기준치를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째, 물 오염과 부족이 심각하다. 다섯째, 농가의 소득이 낮기 때문이다. 비농가 소득이 농가보다 2.7배나 높다. 여섯째, 국가가 빌려주는 농업용지의 지대 상승 때문이다.

취약한 중국 식량안보 결국 승자는 미국일 것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의 전체 인구가 오는 2030년 정도면 15억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도시가 확대될 수밖에 없고 농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만한 규모의 인구를 먹여 살려야만 한다. 때문에 중국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식량안보 수준은 낮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식량안보지수에 따르면 중국은 113개국 가운데 45위였으며, 일본은 18위, 한국은 24위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무역전쟁에서 미국을 이기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10일 10%의 관세를 부과할 2천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 6,031개의 목록을 발표하는 등 중국 정부를 더욱 옥죄고 있다. 이번 관세부과 추가조치는 8월 17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8월 20일부터 23일까지 공청회를 실시한 이후 오는 9월쯤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그동안 공언해왔던 동등한 규모와 강도로 미국 정부의 관세부과 조치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지킬 수 없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미국 정부가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는 2천억 달러는 중국의 연간 대미 수입 규모인 1,299억 달러를 훨씬 넘는 액수이기 때문에 같은 규모로 맞불을 놓기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비관세 장벽과 수단을 총동원해 미국에 보복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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