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9월 3일

Uni – Movie | 인간의 길, 짐승의 길 … 2029 한반도는?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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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 – Movie | <인랑(Illang : The Wolf Brigade)>

인간의 길, 짐승의 길

2029 한반도는?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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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국내 애니메이션계가 술렁였다. 대작이 출연한 것이다. 당시 일본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랑(Jin-Roh : The Wolf Brigade)>의 등장은 다소 충격적이었고, 포스터 사진에서 전달되는 묵직한 포스는 예사 만화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인랑>은 그렇게 입소문을 통해 확산되었고 웬만큼 ‘영화밥’ 깨나 먹었거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거의 다 봤을 만큼 소리 없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의 인상이 강렬했던 탓일까. 그로부터 20년이 조금 안되게 흐른 2018년, 국내에서 일본 오카무라 히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인랑>을 원작으로 한 실사판 영화 <인랑(Illang : The Wolf Brigade)>이 개봉했다. 설정은 조금 다르다. 원작은 1960년대를 무대로 하고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양극화 현상에 포커스를 맞춘 반면, 실사 영화 <인랑>은 미래사회인 2029년을 배경으로 하며 원작과 다르게 남북통일을 반대하는 주변국들의 압력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된 상황으로 설정해 놨다. 다만 영화의 기본적인 골격은 유사하다. 외부 환경의 압박으로 국내 경제상황이 악화되고, 그로 인해 내부의 의견이 둘로 갈리면서 ‘섹트’라는 반정부 무장조직이 활동하게 되는 것까지는 동일하다.

줄거리

우선 영화 <인랑>에는 세 가지 주요 조직이 등장한다. 섹트(반통일 전선의 최선봉에 선 반정부 무장테러단체)와 특기대(섹트를 제압하기 위해 통일준비정부가 설립한 새로운 경찰조직), 그리고 공안부(통일준비정부와 특기대에 맞서 권력 장악을 꾀하는 국가정보기관)다.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는 뭐니 뭐니 해도 프로텍트 기어라는 방호장비를 입고 있는 수도경비 특수기동대(특기대)의 모습으로, 단번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인 특기대원 임중경(강동원 분)과 과거 특기대원이었다가 공안부로 옮겨간 친구 한상우(김무열 분), 섹트 출신의 이윤희(한효주 분)가 삼각구도를 이룬다. 특기대원 임중경은 섹트 진압 활동 중 15명의 무고한 학생들이 학살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더욱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섹트의 전달책인 고등학생 이재희(신은수 분)가 눈앞에서 자폭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내적 갈등은 증폭된다. 그런 임중경 앞에 공안부의 한상우가 찾아오면서 외적으로 본격적인 인물 간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특기대와 공안부 간의 알력 다툼이 이어진다.

이후 특기대원 임중경과 섹트 출신 이윤희 간의 야릇한 러브라인이 전개되고 임중경을 사이에 둔 공안부와 특기대의 공방이 시작되면서 영화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이미 전직 섹트 대원이었던 이윤희의 약점을 쥐고 있던 공안부는 이윤희를 매개로 임중경을 함정에 빠뜨리게 되고 곧 영화에서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남산타워 총격전이 벌어진다.

한편 이윤희는 임중경에게 동화 ‘빨간 두건’을 들려주는데 이는 시종일관 <인랑>의 메타포로 작용한다. 임중경이 소속된 인간과 늑대라는 뜻의 ‘인랑(人狼)’조직과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빨간 두건 이야기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두 사람 관계의 우울한 미래를 암시한다.

영화의 마지막 신(scene)은 지하 수도에서 전개된다. 한 인물의 내면 안에서 인간과 늑대라는 이질적인 두 존재가 ‘인간의 길’과 ‘짐승의 길’을 두고 부딪치고 충돌하면서 영화 내내 끌어온 심리적 긴장감 역시 종착역에 다다른다. ‘인랑(人狼)’ 임중경과 공안부의 마지막 대결에서는 무표정한 마스크에 붉은 눈, MG42 중기관총의 살벌한 살상력을 장착한 ‘인랑’의 본모습을 보여준다. “늑대의 얼굴을 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한 늑대”라는 멘트가 ‘인랑’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감상포인트

영화 <인랑>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결론적으로 흥행에 참패했다. 총제작비 230억원이 투입된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찍이 일본의 명작 애니메이션 <인랑>이 원작이었고 스타급 연예인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영화의 실패 원인으로 일각에서는 반통일 세력으로 등장하는 ‘섹트’라는 무장조직의 존재 이유와 영화적 배경에 대한 설득력이 약했다고 입을 모은다. 원작에 충실하면서 우리 상황에 맞게 각색한다는 의도가 결과적으로 모든 연계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인랑>은 메가폰을 잡은 김지운 감독 특유의 색깔과 매치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주목받았다. 감독의 이전 작품인 <달콤한 인생>, <악마를 보았다>의 비장미는 영화 <인랑>과 궁합이 잘 맞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정과 러브라인은 <인랑> 특유의 긴장감을 희석시켰다.

원작 <인랑>에는 디테일한 감정을 표출하지 않는 절제된 맛이 있었다. 그렇기에 ‘인랑’의 페르소나(persona)적 이중성이 극적으로 와 닿을 수 있었다.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인 ‘가면’을 통해 집단의 행동규범이나 역할을 수행하는 또 다른 측면의 냉혹함을 ‘인랑’을 통해 묘사하는 묵직함이 백미였다.

영화 <인랑>은 오랜만에 개봉한 ‘분단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인랑’ 특유의 색감을 찾지 못하고 스크린에서 조기 강판당하고 내려왔다. 한반도 주변국의 압력을 무릅쓰고 남북통일을 추진한다는 가정이나 통일을 반대하는 무장세력의 존재 등 여러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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