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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북방 중·서부권역, 제조업·기술 협력으로 상생전략 짜야 2018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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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새로운 협력, 상생의 대륙으로! 신북방정책 돋보기

북방 중·서부권역

제조업·기술 협력으로 상생전략 짜야

박지원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북방팀 연구위원

지난해 6월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엑스포 '미래의 에너지'에서 방문객들이 카자흐스탄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지난해 6월 11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열린 엑스포 ‘미래의 에너지’에서 방문객들이 카자흐스탄관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신북방정책에서 중·서부권역으로 구분된 지역은 서부권역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및 몽골, 중부권역의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이다. 북방경제권의 대부분 국가가 중·서부권역에 포함되고 있으므로 이들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격차는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두 경제권은 일정 수준에서 대별되는 경제적 지향성과 특징이 있으므로 양 지역을 구분하여 협력전략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하며 우리 정부의 정책도 이에 기반하고 있다.

중부권역에서 신북방정책의 우선적인 협력대상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중앙아시아 3개국이다. 시장경제 도입 이후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주로 원유·가스·광물 등의 천연자원이었다. 2000년대의 높은 경제성장률 달성은 주로 국제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국제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원자재 의존을 탈피하고자 제조업 육성을 위한 노력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우리의 기회가 있다.

중앙아 3개국, 원자재 의존 탈피하고 제조업 육성 중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0년대 이후 지속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확보된 재원을 다양한 정책과 수단을 통해 제조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가장 큰 틀이 되는 것은 ‘카자흐스탄 2050’ 전략으로, 과거 자원의존적인 경제개발의 구조를 산업다각화를 통해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산업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고 정부주도 아래 자원배분을 통해 제조업 육성과 상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리고 지난 2012년 ‘카자흐스탄 2050’ 전략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장기적인 경제발전 계획과 그 성취를 위한 경로를 재구성하였다.

기존의 ‘카자흐스탄 2030’ 전략 수행완료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자흐스탄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서둘러 내놓은 것은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기존 정책노선이 빠르게 수정되어야 하였기 때문이며 그 핵심은 자원 위주 경제성장에서 탈피한 자국 내 산업육성이다. 정부의 선제적이고 인위적인 노력 없이는 자원의존적인 경제구조의 타파가 어려운 것임을 자인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시장경제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수입대체화 정책’을 추진하여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 2015년부터 시작된 ‘반·완제품 생산 국산화 프로그램’, 2015~2019년 ‘생산구조 개혁 및 현대화·다변화 프로그램’, 그리고 2017년 ‘우즈베키스탄 2021전략’ 등은 국내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정부는 국영기업 중심으로 국산화 의무 생산비중 목표를 부과하는 등 적극적인 제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구가 약 3천만명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내수시장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고 여전히 인건비가 저렴하여 제조업 성장과 육성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었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도 기존의 천연가스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한 경제구조를 개선하고자 식품가공 및 의류 등의 경공업 분야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육성 가능한 제조업은 현재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초고부가가치형 기술기반 산업이 아니다. 이들은 천연자원 개발과 연계된 자원가공 분야, 기계류·식품가공 분야, 경공업 등의 육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약 23억달러를 투자하여 2만5천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과 연간 수출 약 25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수립하고 주요 생산 품목의 생산능력을 평균 2배 이상 확대할 계획에 있다. 풍부한 원면과 면사, 저렴한 노동력, 중앙아시아 최대 인구를 보유한 내수시장 및 인근 CIS 시장과의 인접성 등 이점을 활용한 적정산업 육성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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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강점 지닌 한국에 기회 공통적 이해관계 찾아야

이러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탈(脫)자원 및 제조업 육성 정책은 제조업에 강점을 갖고 있는 한국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경제협력은 중앙아시아 산업화 정책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파트너십 전략을 통해 이들의 산업 정책을 조력하면서 양자 간의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찾아가는 데 있다. 자원의존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중앙아시아는 산업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타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기술과 자본의 유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들의 시각에서 중국은 인접한 강국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절한 협력대상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수입대체화를 기반으로 한 산업화를 통해 향후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을 갖고 있는 국가다. 따라서 한국은 특히 경제협력의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한국의 기술과 자본은 중앙아시아의 산업화 정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으며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산업 정책 목표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한국 기업의 신북방 중부권 진출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국 산업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투자와 산업협력은 대부분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 지역에 대한 자동차·가전제품 생산기지 건설, 광물개발 등이 주요 투자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경제협력의 장기적인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중심의 협력확대가 시급하다. 지금까지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는 단순히 해외시장에 상품을 파는 데 급급해왔다. 특히 중앙아시아에 대한 한국 중소기업의 사업 추진 방식은 주로 완제품의 수출에 집중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산업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이들의 산업화 과정에 참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오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가진 한국의 중소기업과 중앙아시아 기업의 협업 및 분업관계 형성은 상호 이익이 되는 실용적인 전략으로 판단된다. 국내 시장의 경기침체와 시장포화 상태에 놓여있는 한국 기업으로서는 단순히 제품 판매를 통한 단기적 매출증대가 아닌 산업화 과정에 걸친 장기적인 관계형성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실용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중앙아시아의 산업화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기계제품이나 설비류의 판매뿐만 아니라, 이들 제품의 중앙아시아 내 생산에 대한 프로세스 구축, 기술이전, 유지·보수 및 개선 등 산업화 과정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기술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직접 투자나 조인트 벤처의 형태로 산업화 과정과 생산가치사슬에 깊숙이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정책은 중앙아시아의 산업화를 통한 수입대체화 정책에 기여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다만,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확대에 따라 시장 자체를 러시아까지 지나치게 확장하여 해석하는 것은 제품에 따라 초기전략으로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주요 제조업 분야에 대한 러시아의 수입대체화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러시아가 주요 산업 분야에서 자국시장에 대한 외국산 제품의 잠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 전반에서 공공부문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중앙아시아 내 안정적인 협력기반 구축과 진출확대를 위해서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한 협력프레임 구축이 중요한 과제다. 공공부문을 활용한 정부의 정책은 다음의 두 가지 사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로 공공부문에서 중앙아시아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시장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카자흐스탄이 필요로 하는 분야를 현지에서 빠르게 알아내고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는 한국 공기업과 중앙아시아 공기업 간 적극적인 협력 분야의 발굴과 이를 통해 중소기업에 대한 시장확대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공공부문의 조력을 통해 진입 초기에 안정적인 시장 소프트랜딩을 기대할 수 있다.

신북방정책의 중부권역 협력정책이 제조업 협력을 통한 우리 중소기업의 시장발굴과 장기적인 협력 프레임 마련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서부권역에 대한 정책은 이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러시아 서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이 지역은 기초과학과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의 주요 도시 인근에는 과거 사회주의 시대부터 기반을 두고 있는 전자, 원자력, 핵기술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집중되어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전통적으로 ICT·항공·우주산업 등이 발달한 지역이다. 서부권역과의 협력전략은 이들 지역이 강점을 두고 있는 기초과학 및 기술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한국의 응용기술과 결합하여 발전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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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권역 기초과학 장점 한국, 응용기술과 결합해야

추진 사례로는 러시아 ‘스콜코보(Skolkovo)’ 혁신센터와의 협력방안을 들 수 있다. 스콜코보 혁신센터는 2010년 당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모스크바 인근에 건립되었다. 혁신 생태계 육성과 클러스터 중심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테크노파크, 연구개발(R&D), 교육기관(Skolkovo Institute), 벤처캐피탈, 주거시설 등의 다양한 지원체제와 기능을 집약하였으며 2020년까지 약 21억달러를 투자하여 400만㎡의 부지개발과 250만㎡의 업무 및 거주공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인텔(Intel),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시스코(Cisco), 삼성, 지멘스(Siemens) 등의 다국적 기업을 포함 약 80여 개 국내외 대기업들과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스콜코보 내에 연구개발센터 형태로 입주해 있다. 스콜코보의 주요 육성 산업은 IT, 에너지, 핵, 의료바이오, 우주산업의 5개 분야로 러시아의 과학기술 역량이 집약되는 산업이다.

한국의 기술협력은 스콜코보 혁신센터와 한국의 기관·연구소 등과의 기술교류나 공동투자사업 발굴 등을 통해 추진될 수 있다. 양국의 기관이 공동으로 협력분야를 발굴하고 기술교류를 통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여 고부가가치 제품생산으로 이어지는 루트를 확보하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공동펀드 구성 등으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직접투자를 통해 유망기업을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스콜코보 혁신센터에 입주한 기업들과 한국 혁신기업과의 연계사업으로 기업 간 자연스러운 기술협력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회성의 사업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서부권의 많은 국가들은 권위주의적인 체제를 갖추고 있어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비교적 강하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현지시장에서 실패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나치게 정부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현지 정부와 이해관계가 맞을 경우 쉽게 사업추진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따라서 현지 정부가 필요로 하는 분야와 강점에 우리가 체계화된 전략을 갖고 협력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한국은 지역 내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중견국(middle power)’이자 산업·기술 강국으로서 훌륭한 협력의 파트너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이 상호이익을 가져오는 구조 아래에서 북방지역 내 다양한 국가들과의 경제적 관계강화에 긍정적인 기제로 작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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