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0월 1일

한컷 속 북한 | 풍족을 향한 열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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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컷 속 북한8

풍족을 향한 열망

변영욱 / <동아일보> 사진부 차장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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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우리는 북한의 경제 상황에 관심이 많다. 남한과 북한의 상황을 비교해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언젠가 함께 지내야 할 민족이므로 그들의 현재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긴 어렵다. 북한이 스스로 투명하게 통계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데다 북한 사회를 제대로 취재해서 알려줄 수 있는 기자들도 없는 이유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북한의 경제 상황을 짐작하게끔 하는 사진과 화면은 많이 보아왔다.

특히 북한 경제의 낙후성을 증명하는 이미지로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동안 양산되었던 ‘꽃제비’들의 모습이 있다. 외국의 카메라가 중국 연변 등 북·중 접경지역에서 포착하거나, 북한 내부의 제보자들이 몰래 찍어 외부로 보낸 비디오테이프에 기록된 꽃제비들의 모습은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다.

외부 관찰자들에게 북한 경제가 낙후됐다는 강한 확신을 갖게 한 ‘꽃제비 이미지’의 반대편에는 북한의 검열 속에서 생산된 사진들이 있다. 북한 경제를 과장해서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북한 <노동신문>에는 경제 현장을 보여주는 사진이 많이 실린다. 석탄을 실어 나르는 화물열차의 질주 모습, 창고를 가득 채운 물고기, 푸른 초원에 가득한 염소 떼, 새롭게 문을 연 운동화 공장 등의 사진이다. 북한의 언론 교과서들은 이런 류의 사진을 ‘경제선동사진’이라고 분류하고 있다. 사진에는 최고지도자가 함께 등장하기도 하고 노동자들만이 등장하기도 한다.

경제선동사진’, 인민생활 향상 증명에 안간힘

북한은 체제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인민생활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증명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을 이어받은 김정은이 이만큼 이뤄왔고 조금만 더 하면 강성국가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북한 내부의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지금 북한이 경제 문제에 대해 갖고 있는 열망은 아주 높다. 특히 올봄과 여름 남북, 북·중, 북·미 간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이뤄지던 ‘정치의 계절’에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 현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한편 성과를 <노동신문> 지면을 통해 보여줬다.

먼저 2018년 4월 19일자 <노동신문> 3면에는 “혜산-삼지연 철길을 최상의 수준으로”라는 사진이, 4월 27일과 4월 29일자 1면에는 ‘황해제철연합기업소’와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모습이 실렸다. 북한이 자체 개발한 제강 용광로 상용화를 자랑하는 사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역사적인 4·27 남북정상회담 전후에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 현장 모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5월 25일에는 동해 위로 가로질러 건설 된 고암-답 촌 철길 현지지도 모습을 화보 형식으로 보여주었고, 6월 9일에는 새로 건설된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을 돌아보는 김정은과 시장의 모습을 화보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7월 1일에는 신의주 화장품 공장을 둘러보는 김정은의 모습을, 그 후에도 대규모 농장, 가방 공장, 발전소 건설 현장, 조선소 건설현장, 호텔 건설 현장 등을 연쇄적으로 보여줬다.

먹고 살기’, ‘이념보다 중요 김정은의 욕망 실현될까?

외국인을 향한 구애도 한다. 외국 관광객과 취재진들이 마라톤을 하거나 관광을 하기 위해 북한에 들어가 사진을 찍어도 이제는 나무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많은 ‘북한을 소재로 한 사진’이 나온다. 개방특구인 나선과 스키장 쪽에는 호텔과 콘도들이 외국인들을 기다린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에 김정은의 새로운 생각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후 각종 아파트와 댐 등 대규모 건물과 시설들의 준공식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현지지도를 통해 간부들을 향해 삿대질하는 모습도 노출시키고 있다. 경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라고 다그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는 수십 년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였고, 경제난에 대한 걱정과 부유함에 대한 열망은 <노동신문> 사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가뜩이나 고립 경제 체제에서 어렵던 북한이 유엔 차원의 경제제재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속에서 비핵화 협상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2017년처럼 갈등이 높아가던 시기에 압박과 제재를 더 강하게 했다면 북한이 경제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을 거라고 가정하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지금 북한에게 경제 문제는 최대의 숙제이고 욕망이라는 점이다.

경제를 ‘일떠 세우겠다’는 김정은의 꿈과 욕망이 그를 국제무대로 나오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정세가 안정되고 평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에게도 절박한 과제다. ‘먹고 살게 해주는 것’이 이제는 ‘이념’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정은은 ‘못 사는 나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부유함에 대한 북한의 욕망은 분명해 보인다. 정치와 외교도 경제를 도와주는 세력과 가장 가까워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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