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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 | 새 시대에 걸맞게 경영을 혁신하라!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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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9 <부부 지배인> | 지배인

새 시대에 걸맞게

경영을 혁신하라!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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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지배인>은 2001년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한 예술영화로, 생산현장을 총괄하는 사령관인 지배인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마음 자세를 그렸다. 특히 간장, 된장 등의 장(醬)류를 생산하는 장공장 지배인인 옥녀와 합성수지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수지일용품공장 지배인인 석근 부부의 대비되는 모습을 통해 당의 혁명 방향에 헌신하는 이상적인 지배인을 그려냈다.

2000년 이후 북한에서는 과거의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신사고론’이 등장하였다. 신사고론이란 간단히 말해 새로운 시대, 변화된 시대에 맞는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는 논리다. 2001년 공동사설에서는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사상관점과 사고방식, 투쟁기풍과 일본새(‘일하는 태도’의 북한말)에서 근본적인 혁신을 이룩해 나가는 것은 우리 앞에 나선 선차적인 과업”이라고 강조하면서, 21세기는 ‘거창한 전변의 세기, 창조의 세기’이므로 ‘더 용감하게, 더 빨리, 더 높이’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나갈 것을 강조하였다. 신사고론의 핵심은 과학화와 효율성이었다. 경제 생산현장에서 새로운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현대적인 기술혁신을 통해 성과를 높여 나가자는 것이다.

생산량이 최고다옥녀 vs ‘시스템이 먼저다석근

부부인 석근과 옥녀는 모두 생활용품을 생산하는 공장의 지배인이었지만 경력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옥녀는 장공장에서 잔뼈가 굵은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었고, 생산 경쟁에서 한 번도 1등을 빼앗기지 않았다. 하지만 남편 석근은 초보 지배인이었다. 과학연구소에 오랫동안 근무하다 이번에 막 수지일용품공장 지배인으로 발령받은 신참이었다.

그런 두 공장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 군에서 산업공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군 내 모든 공장의 경쟁을 선포한 것이다. 경쟁에서 항상 1등만 차지했던 옥녀는 새로 일용품공장 지배인이 된 남편 석근이 걱정되었다.

옥녀의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경쟁을 선포한 이후 중간 평가에서 옥녀의 장공장은 예상대로 1등을 하였지만 석근의 공장은 꼴등을 하였다. 보다 못한 옥녀가 남편 석근을 도와주겠다고 나서지만 석근은 옥녀의 도움을 거절한다. 자존심 때문이 아니었다. 석근은 당시 나름대로 공장혁신을 진행하고 있었고 최종 결과에서는 이길 자신이 있었다.

두 사람의 공장 경영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오랜 공장 지배인 경험이 있는 옥녀는 생산량을 최우선에 두고 공장을 운영하였다. 반면 석근은 합리적 경영과 효율적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념했다. 옥녀와 달리 석근은 공장 운영의 근본적인 문제를 고쳐 나간다. 필요 이상의 높은 전력을 소비하는 분쇄기 기계는 과감하게 공장을 멈추면서까지 적정 용량의 분쇄기 기계로 교체한다. 낡고 오래된 기계는 새로운 기계로 바꾸고, 컴퓨터를 활용하여 생산체계의 효율성을 높인다.

석근은 회의 시간이나 방법도 바꿔나갔다. 불필요한 회의 서류를 없애고, 공동사설에서 요구한 대로 ‘실리가 나고 효율적으로 요점’ 위주로 진행하여 15분으로 줄였다. 회의 시간도 정확히 지켜, 미리 와서 빈둥거리는 일이 없도록 하였다. 이러한 변화에 공장원들도 놀라워하였다. 석근의 경영방식은 2001년 1월 1일자 <노동신문> 등을 통해 언급한 “인민경제의 기술적 개건은 현 시기 경제사업의 중심고리이며 더는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이다. 우리는 모든 공장, 기업소들을 대담하게 현대적 기술로 갱신해 나가며 최신과학기술에 기초한 새로운 생산기지들을 일떠세워야 한다. 온 사회에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기풍을 세우며 기술혁신의 불길이 세차게 타오르게 하여야 한다”라는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었다.

경쟁이 선포된 상황에서 석근네 공장에서 기계가 고장이 났다. 남편의 사정을 알게 된 옥녀는 석근을 부추긴다. “지금은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큰 하자가 없는 물건은 완성품으로 올려보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 완성품으로 처리하라고 하였다. 하지만 석근은 “인민생활을 위해서는 불량품을 완성품으로 할 수 없다”면서 거부한다.

석근은 또한 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혁신하고자 하였다. 당에서는 ‘실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하면서, 지금은 21세기이므로 20세기의 낡은 생각을 과감하게 버리고 합칠 것은 합치고, 조정할 것이 있으면 조정할 것을 지시한다. 마침내 석근의 공장에서는 공장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인 합성로 기계를 완성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데 성공한다.

지금은 21세기 낡은 생각 과감하게 버려야

경쟁이 마감되고 최종평가가 발표되었다. 최종평가는 중간평가와 달리 실리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다. 최종평가에서 석근이 지배인으로 있는 수지일용공장은 생산원가를 5% 낮춰 1등을 하였다. 반면 옥녀가 지배인으로 있는 장공장은 전력과 자재를 낭비하여 원가를 초과하여 국가에 손실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32등으로 꼴찌를 하였다. 옥녀는 석근의 공장을 보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가운데 기계설비 현대화를 위하여 도움을 청하고, 남편 석근과 딸 은희가 나서서 공장원들에게 호소하면서 장공장도 현대적 기계설비 체계를 완성한다.

<부부 지배인>은 북한의 21세기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투쟁 과정에서 일꾼들의 사업 방법의 모범을 제시한 작품이다. 옥녀는 생산품질이나 에너지 효율은 따지지 않고, 생산량에만 몰두하는 낡은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북한이 <부부 지배인>을 제작한 이유는 이런 낡은 생각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구체적인 방법을 석근을 통해 보여주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 방식을 통해 생산과정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현장에서 즉시 해결하며, 회의 시간을 짧고 합리화하여 시간 낭비를 없애는 것이 바로 북한이 요구하는 혁신이었다. “아직도 낡은 것을 붙들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구먼….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사상관점으로 냅다 밀어봅시다”라는 대사는 <부부 지배인>의 제작 이유가 무엇인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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