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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철의 실크로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 경제·외교 도약 한 번에!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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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용훈의 취재수첩  

‘철의 실크로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경제·외교 도약 한 번에!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임진강역에서 철로가 보이고 있다. 이날 남북은 11월말~12월초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

지난 10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임진강역에서 철로가 보이고 있다. 이날 남북은 11월말~12월초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했다. ⓒ연합

한반도에서 철도는 근대로 도약할 근대문물의 도입이기도 했지만, 일제의 수탈과 그로 인한 민중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도 하다. 최근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경부선 철도부설권 문제가 소재로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철도는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의선이다. 현재 경인선은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며 화물과 여객을 수송하고 있으며, 수도권 운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05년 개통된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경의선은 일본 수탈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철도의 부설권은 미국인인 모스에게 부여됐지만, 자금조달에 실패하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일제에 부설권이 넘어갔다. 특히 경부선은 1906년 경의선 개통으로 이어지며 일본의 대한제국 및 아시아 대륙 진출의 통로 역할을 했다.

한반도 철도, 일제 수탈의 아픈 기억 스민 노선

이렇게 시작된 대한민국 철도의 역사는 일제 수탈의 아픔을 넘어 현재에는 경제발전의 축이 되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의 철도는 새로운 노선의 구축보다는 복선화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면서 경제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철도의 총연장은 3,558.9㎞이고, 652개의 역이 설치되어 있다. 영업거리는 여객 3,361.3㎞, 화물 3,077.8㎞이다. 차량보유 현황은 고속차량(KTX) 1,110대, 기관차 498대, 동차 444대, 전동차 2,392대, 객차 1,080량, 화차 1만2,705량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 한국 경제의 고속성장 시기 물류의 중심이었던 철도는 철도의 화물수송이 감소하면서 화차도 1990년대 이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체 교통수단에서 차지하는 철도의 수송분담률은 2000년대 들어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수송분담률은 2000년에 6.2%를 차지하였다가 2010년에 8.2%까지 상승하였지만, 이후 감소하여 2011년에는 3.8%를 기록하였다. 지하철의 수송분담률은 2000년에 16.5%에서 2011년에는 8.0%로 감소하였다.

특히 화물의 수송실적은 1991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내다가 2009년 이후 다시 증가추세로 전환되었다. 1991년의 화물수송량은 6,121만t에서 2009년에 3,890만t으로 감소한 후 2011년에는 4,001만t으로 소폭 증가하였다. 화물 수송량이 많았던 1991년까지는 석탄 수송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였지만, 이후 석탄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1992년부터는 시멘트 수송량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다음으로 컨테이너, 석탄, 잡화 등으로 비중이 작아진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는 제1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2017~2021)을 확정·고시했다. 철도의 화물수송 분담률을 2021년까지 10%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계획에는 신속한 철도물류를 위해 인프라를 정비·확충하는 내용이 담겼다. 항만이나 산업단지 등 주요 물류거점에 인입철도를 건설하고 대량 수송을 위한 유효장을 600m 이상으로 확장한다. 유효장은 정차역의 대피선 길이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확대할 경우 현재 최대 연결가능한 컨테이너 화차 수가 33량에서 38량으로 늘어난다.

2023년 점용허가 만료 예정인 경기도 의왕 컨테이너기지(ICD)에 대한 합리적 개발방안도 마련한다. 화물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철 구간과 비전철 구간의 시설에 대한 일관성을 확보하고 노선개량, 삼각선 연결, 급곡선·급구배를 개량한다. 전기기관차 운행도 확대한다.

통일에 대비해 서울 수색역 종합물류기지 등 수도권에 철도물류 거점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동해선 등 남북 간 미연결 구간인 강원도 강릉~제진 구간 110.2㎞의 건설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총 1조1,423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종합물류기지 조성에 6,777억원, 의왕 ICD 개량사업에 총 1,650억원, 화물역 거점화(시설개량) 사업에 714억원, 유효장 확장에 643억원 등이 계획됐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선거 공약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 평화경제협력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동북아 차원의 물류와 에너지망 구축을 통한 북방대륙으로의 연계망 구축, 환경과 관광협력 등 다자적 경제협력 사업 활성화, 지역차원 경제협력체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런 선언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으로 구체화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며 “이 공동체는 우리 경제지평을 북방대륙까지 넓히고 동북아 상생번영의 대동맥이 되어 동아시아 에너지공동체와 경제공동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동북아 6개국은 남·북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이다. 문 대통령은 1951년 유럽 6개국이 결성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유럽연합(EU)의 모태가 됐다고 소개하면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동아시아철도공동체, 동북아 상생번영 대동맥

ECSC는 1952년 석탄과 철강 산업의 통합을 목적으로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이탈리아 등 6개국이 비준한 조약에 의해 설립된 기구다. 이 공동체 구성의 첫걸음은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 로베르 쉬망이 1950년 5월 9일의 한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서유럽의 석탄 철강 산업을 초국가적 기구 아래 통합할 것을 제창한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쉬망 장관은 “그와 같은 계획의 채택이 유럽 연방(European Federation)을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며, 오랫동안 전쟁물자의 생산에 맡겨져 왔던 지역들의 운명을 변경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특히 전쟁을 일으킨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나머지 유럽국가 사이의 갈등이 상존하고 있었다. 쉬망의 구상은 철도와 석탄 생산이라는 경제적 동기로 전후 정치적·외교적 갈등을 치유하고 유럽을 하나로 묶어내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ECSC는 나중에 유럽경제공동체(EEC)로 발전했고 유럽은 EEC라는 경제공동체를 기반으로 유럽연합(EU)이라는 정치적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동북아 철도공동체 구상은 남북한이 철도 연결을 통해 전쟁의 갈등을 넘어서고 철도 연결을 확장해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을 아우르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은 현재 남북이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진행 중인 남북철도 연결사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현재 남북은 단절된 경의선·동해선 철도를 다시 잇기 위한 협력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북측 연결구간에 대한 공동점검을 벌였고, 북측 구간 공동조사를 앞두고 있다. 특히 평양공동선언에서는 “남과 북은 금년 내 동, 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명시했다.

아직은 첫걸음을 떼는 정도지만 본격적인 공사를 거쳐 남북 간 끊어진 철길을 이어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완성하면 북한을 통해 대륙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의 실크로드’가 현실화된다. TKR을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종단철도(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와 연결하면 한반도에서 유럽 대륙까지 가는 물류 교통망을 확보할 수 있어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 일본·미국과도 부산항 등을 통해 대륙철도로 물류를 나를 수 있고, 일본과는 아예 해저터널을 뚫어 철도를 연결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선거 공약에서 서해권 경제협력구상을 밝혔다. 1차적으로 개성공단의 정상화를 추진하고 이를 접경지역과 연계해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후 북핵문제의 개선 움직임이 있을 때 평양·남포와 개성공단을 연계하여 남북한 수도권 경제협력 벨트를 구축하고, 신의주의 국제적인 개발을 통하여 남한 수도권-개성-평양-신의주-중국 단동으로 연결하는 서해안 경제협력 벨트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여기에는 평양·남포 경제특구의 개발과 함께 경의선 철도 및 고속도로의 개보수 및 현대화,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고속교통망을 건설하여 한반도와 중국의 주요 도시를 1일 생활권대로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담겼다. 여기에다 교통·물류 부문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과 연계해서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이러한 구상 속에서 나온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제안국에 문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몽골, 일본 뿐 아니라 미국까지 포함시킨 것은 이 같은 물류망 구상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통·물류망 확장에 동북아 주요도시 1일 생활권 구상

탈냉전 이후 이념보다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는 외교 환경에서 인접국가 간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은 유럽의 예에서 보듯 경제협력을 넘어 안보·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은 한국이 올해 6월 국제철도협력기구(OSJD) 정회원으로 가입하면서 이미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은 2015년부터 OSJD 정회원 가입을 추진했으나 만장일치가 필요한 가입국 심사에서 번번이 정회원국인 북한의 반대로 가입이 무산됐다. 그러다 올해 6월 7일 열린 OSJD 장관급 회의에서 북한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고 협조하면서 만장일치로 정회원 가입에 성공했다.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로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28개국이 정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TCR, TSR, TMGR 등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지나는 모든 국가가 회원이다. 한국은 OSJD 정회원 가입으로 TCR와 TSR를 포함해 28만㎞에 달하는 유라시아 대륙철도 노선 운영에 참가할 수 있게 됐고, OSJD가 관장하는 국제철도화물운송협약(SMGS), 국제철도여객운송협약(SMPS) 등 유라시아 철도 이용에 중요한 협약 체결 효과도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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