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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선(先)상황조성, 후(後)구조변화 … 동북아판 CSCE 견인해야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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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신뢰와 평화 … 남북군축의 발걸음 딛다

()상황조성, ()구조변화

동북아판 CSCE 견인해야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INFO

또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와 같은 다자안보협력레짐의 유무다. 독일통일 과정에서 동서독 긴장완화 및 신뢰구축, 군축은 CSCE라는 안보레짐에 참여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실행되었다. 한편, CSCE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독일통일과 CSCE는 상호 상승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브란트 적극적 동방정책, 다자안보협력 토대 마련해

브란트는 1970년 소련과 모스크바조약, 폴란드와 바르샤바조약을 각각 체결한 이후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했고 1973년에는 체코와 프라하조약을 체결하는 등 동구권 국가들과의 조약 체결과 더불어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이 제시한 다자안보협력 회의에도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도 다자안보협력체제에 참여해 서독의 동방정책 질주를 다자협력체제 속에 묶어두는 한편 서방이 공동으로 동방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인식하여 1973년 9월 제네바에서 공식회담이 시작되고 유럽 정상들은 1975년 8월 1일 2년 동안 공동작업 끝에 헬싱키 최종의정서에 서명했다.

CSCE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이며 정치적으로 연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 적용될 수 있다는 점(전문에 ‘이 회의 결과는 참여국가들과 유럽 전역에서 완전한 효력을 갖는다’라고 되어 있음)이 주요 특징이다. CSCE는 소위 3개의 바구니를 주축으로 이뤄지는데 첫 번째 바구니는 신뢰구축과 군축의 문제로, 대규모 기동 군사훈련에 대한 사전통보, 군축 관련 문제, 일반 문제를 다룬다. 두 번째 바구니는 경제·과학·기술·환경보존 분야에서의 공동협력을 다루며 세 번째 바구니인 인도주의적 및 여타 분야에서의 공동협력은 인도주의적 접촉, 정보교환, 문화교류, 교육 분야에서의 공동협력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틀은 동서독 간에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사회주의 국가들은 유럽의 평화를 위해 동서독 존재와 기존 국경을 인정하며 동서독 통일 문제는 긴장완화 및 동서독 간 점진적 접근, 독일과 유럽에서의 군축협정 등을 통해 실현되도록 했다. 1981년 서독 슈미트 수상과 동독 호네커 총리가 서베를린에서 만났을 때 동서독은 더 이상 독일 땅에서 전쟁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약속했고, 1987년 동독 국가원수가 서독을 방문했을 때 이것이 다시 강조되기도 했다.

군축의 본격적인 시점에서도 1990년 3월 동독 총선거 이후 민주정부가 구성되었고 8월 23일 동독 최고인민회의가 동독의 주(州)들이 신연방주로 독일 연방공화국에 가입한다고 결의해 10월 3일 통일하기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양자 간의 합의를 통한 군축보다 통일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그리고 동독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동독의 군축 및 소련군 무기 반출 등이 진행됐다. 1990년 6월에 이르면 동서독 군 당국은 군 통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만큼, 동서독은 통일이라는 공동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 분야에서의 군축과 군사통합을 준비해 나갔다.

물론 통일독일의 사례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다.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인 진전이 더딜 경우,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의 이행 속도와 발전도 제한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와 감축은 35개국 회원국 중 23개국이 우선 참여했지만, 각국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도 상이했고 합의사항을 위배했을 경우 피해를 받은 국가는 방어적 조치가 허용될 만큼 포괄적이고 점진적이고, 검증 부분이 중시되었다. 따라서 북한의 핵을 비롯해 생화학무기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 아래 재래식 군비통제는 매우 제한적이고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남북, 철저한 합의 이행으로 안보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그럼에도 독일 사례를 통해 봤을 때 지금 남북 군사 분야의 합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브란트의 동방정책처럼 먼저 상황을 만들고 구조 변화를 기대할 필요가 있다. 브란트의 동방정책이 이후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의 다자안보협력에 소극적이었던 미국, 영국, 프랑스의 행동 변화를 가져오고 유럽의 신뢰구축과 군비통제를 가져왔듯이, 남북이 우선적으로 군사 분야 합의와 이행을 통해 한반도 안보환경을 변화해 나감에 따라 동북아 안보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다시 한반도 안보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순환 환경 조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동서독 간 신뢰구축 조치는 CSCE라는 틀 속에서 진행되었는데, 다음과 같은 유럽국가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기본원칙, 즉 주권 존중, 무력사용 금지, 국경선 불가침, 내정불간섭, 인권 존중,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제 국민의 평등권과 자결권에 동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 중 국경선 불가침은 현재의 국경선을 인정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이번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에는 육상의 군사분계선만 언급되어 있지, 해상에서의 경계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다. 군사적 신뢰구축에 있어 상대방 영역에 대한 존중과 인정이 첫 출발점이었다는 동서독 사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판문점선언 이행 위한 군사 분야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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