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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고위급 회담, 관계개선 단추 꿰나? 2014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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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고위급 회담, 관계개선 단추 꿰나?

토요일이던 지난 2월 8일 오후 5시 북한은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한통의 전화통지문을 전달했다. 북측의 발송처는 국방위원회 서기실, 수신처는 남측의 청와대 국가안보실. 통지문에서 북한은 ‘포괄적으로 남북관계 전반을 논의하는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제안하고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내놓으며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 일정까지 합의한 움직임의 연장선 조치로 보인다.

남북 양측은 주말에도 쉴 새 없이 수석대표의 ‘격’과 날짜, 장소 등을 놓고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통지문을 주고받으며 협의를 벌인 끝에 2월 11일 오후에서야 회담 개최에 합의할 수 있었다. 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는 가장 중요한 협의 포인트였다. 지난해 추진되던 장관급 회담이 참석자의 ‘급’ 문제로 막판에 무산된 바 있다.

북측은 우리 측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참석하기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우리 측 수석대표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정해졌고, 북측에서는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단장으로 나서기로 했다. 장소는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으로 결정됐다. 결국 북한의 제의 사흘 후인 2월 11일 정부는 북측의 제한을 수용하고 고의급 접촉 개최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월 14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남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 위에서 세번째)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지난 2월 14일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 당국간 고위급 접촉에서 남측 수석대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 위에서 세번째)과 북측 수석대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 등 참석자들이 전체회의를 하고 있다.

이산상봉 예정대로 … 상호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

남북은 2월 12일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4시간 가까이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측의 원동연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고위급 접촉을 진행했지만 남북관계 개선 방향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날 접촉은 양측이 서로 제기하고 싶은 의제를 내놓고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리 대표단은 정부의 대북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를 북측에 충분하고 분명하게 설명했으며, 북측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대표단은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차질 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라면서 “우선 남북 간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가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 핵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측 대표단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연계시키며 2월 24일 시작될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 후로 연기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며 북한의 요구를 거부했다.

북측 대표단은 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국방위원회가 내놓은 상호 비방중상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 ‘중대제안’을 남측이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소위 자신들의 ‘최고 존엄’, ‘체제’에 관한 국내 언론보도 내용을 트집 잡으면서 우리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우리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논리로 맞섰다.

접촉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역시나 그렇지 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북한은 2월 13일 정오 판문점 채널을 통해 이날 오후에 고위급 접촉을 속개하자고 제의해 왔다. 물리적으로 접촉 재개가 어려운 상황에서 남측은 2월 14일 오전 접촉을 역제의했고, 북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고위급 접촉이 이어질 수 있었다. 2월 14일 접촉에서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를 중시하신다니까 그 말을 믿겠다. 통 큰 용단을 해서 받을 테니 앞으로 잘 해보자.”고 말하면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관련한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

북측은 또 자신들의 이른바 ‘최고 존엄’, ‘체제’와 관련한 우리 측 언론보도를 문제 삼으며 “6·15 합의 때는 남측 언론이 지금과는 조금 달랐다. 당시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금은 비방 중상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그때(6·15)나 지금이나 우리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는 것이 전혀 아니다.”라며 “남북관계를 종합적, 자율적으로 봐서 언론이 자율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합의문에 상대방에 대한 비방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선에서 입장을 조율했다.

“통일부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 지적 나와

남북 고위급 접촉의 남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도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비서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본부장,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

남북 고위급 접촉의 남측 수석대표인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2월 12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판문점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도균 국방부 북한정책과장(왼쪽부터), 홍용표 통일비서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본부장, 손재락 총리실 정책관

이날 접촉은 예상 밖으로 짧은 시간에 마무리됐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오전 전체회의는 40분만에 끝났고, 이어 오전 11시 30분부터 10분 동안 수석대표끼리 만났다. 이 과정에서 주요 사안에 대한 합의를 사실상 마친 양측은 오후 12시 50분부터 1시 15분까지 종결회의를 가진 뒤 총 3시간 15분만에 접촉을 끝냈다. 양측 대표단은 합의를 서두르기 위해 점심 식사도 생략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는 후문이다. 이 합의에 따라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금강산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려 1차로 남측 상봉 대상자 82명과 동반가족 58명이 북측 가족 178명을 만났고 2차로 북측 상봉 대상자 88명이 남측 가족 357명과 재회했다.

하지만 이산상봉을 이뤄냈다는 성과에도 이번 고위급 접촉은 청와대가 직접 북한과 대화에 나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이전 정부에서도 각급 회담에 대통령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인사들이 직접 회담에 참여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현안에 대한 남쪽의 신속한 결심을 이끌어 내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 인사가 회담대표로 나서면 그의 말 한마디가 대통령의 뜻이나 결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정상회담이 아니라면 담당 부처인 통일부를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리인을 내세워 회담을 해야 대통령이 회담 결과에 대한 정치적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장횽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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