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4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남북, 연애하는 모습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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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57 | 남북, 연애하는 모습도 달라
 
 
 예로부터 같은 문화전통을 이어온 한민족이지만 분단으로 인해 남녀 간 사랑에서도 남북이 차이를 보인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독재사회라고 하니 연애도 못하는 곳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남한에 비해 제한되는 측면은 있지만 거기도 사람이 사는 세상인 만큼 연애가 원천적으로 금지되진 않는다. 남한보다 자유분방하지 못할 뿐이다. 남녀가 서로를 좋아해 연애를 하다가 그것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은 남이나 북이나 그리고 어느 나라나 공통적일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점들이 보인다.
 
 필자가 남한에 살아 보니 남녀가 연애를 하는 모습이 북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연애를 할 때 당당했다. 남의 시선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대낮에 누가 보건 말건 상관치 않고 손목을 잡고 거리를 다니고, 심지어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도 지나친 애정표현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애정표현을 자제하라는 강조는 있다. 그러나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는 식으로 행동하는 남녀들이 꽤 있다.
 
‘지하철에서 이게 뭔 짓이냐…’
 
 갓 남한에 왔을 때 지하철을 탔다가 그런 광경을 목격하고 굉장히 놀랐다. 혹시 정신병자들이 아닐까하고 봤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헉! 무슨 흉측한 짓이야.’ 그것을 바라보는 필자의 얼굴이 붉어졌다. 애써 눈길을 피했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끝내 참지 못하고 다음 칸으로 옮겨갔다. 그 후 그런 모습을 수도 없이 많이 봤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그런 행동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만 보면 연애를 하는 목적도 북과는 다른 것 같다. 처음부터 결혼을 목적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 그 자체가 목적인 것 같다. 일단 연애를 하다가 결혼해도 괜찮겠다 싶으면 하는 것 같다. 연애를 시작하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아선지 결혼 전에 경험한 다른 이성과의 교제 같은 건 별로 흠이 아닌 것 같다. 서로 눈이 맞아 금방 사귀는가 싶더니 어느 날 보니 벌써 헤어진 상태인 경우를 여러 번 봤다. 북한에서라면 큰일 날 일이다.
 
파혼 과거 속이려 타지방으로 시집가기도?

북한의 한 연인이 지난해 10월 13일 평양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타며 데이트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한 연인이 지난해 10월 13일 평양의 놀이공원에서 기구를 타며 데이트를 하고 있다.

 북한에선 결혼 전에 여러 이성과 연애한 경험이 많으면 그것이 곧 큰 흠이다. ‘끼’가 있어서 그런 것으로 여겨진다. ‘끼’가 있다면 누구와 결혼해도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른다고 여기며,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는다. 북한 젊은이들은 연애를 시작하는 목적이 처음부터 결혼이다. 연애란 결혼으로 가는 선행작업일 뿐이다. 그러므로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를 고르는 것부터 심중하다. 상대의 인물, 성격, 취향만이 아니라 집안형편, 가풍, 사회적 지위, 경제형편 등 미래지향적인 고려를 한다. 그러므로 쉽게 연애를 시작할 수 없다.
 
 남들이 보기에 유달리 사이좋게 지내는 사이라면 얼핏 보면 연애단계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상대에 대해 모든 면을 파악하고 타산해보는 단계다. 이 단계에 속한 이성이 여럿이라도 흠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을수록 인기가 높다. 그러나 “누가 누구와 연애하는 사이래.”하고 주변에 인식될 정도면 십중팔구 결혼까지 간다. 물론 도중에 갈라서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 약혼식을 하고 결혼식 날짜까지 정했음에도 파혼하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서로가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그것이 흠이 된다.
 
 흠이 된다고 해서 남녀가 똑같은 것은 아니다. 북에는 아직 유교적 세태가 강해 남자보다 여자 쪽이 더 당하는 편이다. 남자 쪽에 문제가 있더라도 여자 쪽이 욕을 더 많이 먹는다. 이유야 어찌 됐건 남녀가 깊은 관계까지 갔을 정도면 끝까지 가는 것이 정도라고 여긴다. 이런 관계로 파혼한 여성이 자기의 과거가 알려지지 않은 다른 지방으로 시집가기도 한다.
 
 남한에서 놀랐던 또 한 가지 사실은 ‘동거’와 ‘사실혼’이다. 북에서 동거라면 문자 그대로 한집에 거주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남한에서 동거는 결혼도 하지 않은 남녀가 한집에서 사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더 기막힌 것은 동거를 몇 년씩이나 하다가 나중에 가서야 잠꼬대 하듯 결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또 다른 이성과 동거를 몇 년씩 하고도 갈라져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른 상대와 결혼하기도 한다.
 
 ‘사실혼’이란 말은 북에서 몰랐다. ‘사실혼’이 뭔가 했더니 남녀 간 동거가 오래되면 ‘사실혼’이란다. 북에도 결혼식을 하지 않고 그냥 살림을 차리고 사는 부부가 있다. 그러나 형편이 안 돼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경우다. 그러므로 비난받지 않는다. 또 결혼식을 올린 경우에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다가 아이가 생기면 하는 부부도 있다. 그 중에는 썩 내키지 않는 결혼을 어떤 의무감에 못 이겨 한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라도 이혼하려면 재판을 해야 함으로 여간 시끄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또 당장 혼인신고를 안 해도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어 신경을 쓰지 않아 그렇다. 그러나 거주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타지방으로 갈 경우 반드시 혼인등록을 해야 수속이 된다.
 
 남녀 간 사랑에 관해 남북이 다른 점을 꼽자면 이외에도 많다. 그러나 크게 볼 때 북은 경직돼 있지만 도덕면에선 절제된 것 같고, 남은 자유분방해서 좋으나 대신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도명학 / 망명북한작가(PEN)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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