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6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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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18 | 오늘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올해 6월 6일 조선소년단은 창립 68주년을 맞이한다.

올해 6월 6일 조선소년단은 창립 68주년을 맞이한다.

 세상에 아이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을 나라가 어디 있으랴? 아이들을 위해 한국에 어린이날이 있듯이 북한도 6월 1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고 있다. 북한 어린이날의 공식 명칭은 ‘국제아동절’이다. 국제아동절은 1949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국제민주여성연맹이사회’에서 이 날을 어린이들의 국제적 기념일로 제정하며 사회주의권의 대표적 기념일이 되었다. 한국에 정착한 첫 해, 달력에 빨갛게 어린이날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이런 것이 사회주의 진영에만 있는 줄 알았기에 처음에는 어린이날이란 명칭이 다소 생소하기도 했다.
 
 민족의 역사유산을 살려 어린이날을 정한 남한과 사회주의 진영 공통의 뜻을 공유한 북한, 시작은 달랐지만 남과 북 모두 미래의 주역인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국제아동절, 매스게임 · 운동회 두 달 준비
 
 하지만 최근 남북의 어린이날 풍경은 사뭇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일단 국제아동절은 국가 휴무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부모들이 휴가를 내고 자녀와 함께 근교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는 했지만, 요즘 같이 각박한 세상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다. 그나마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집 아이들은 가까운 곳으로 나가기도 하지만, 공식 행사를 마친 아이들 대부분은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한국 아이들과는 달리 보통 북한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매스게임과 운동회를 한다. 매스게임을 위해 두 달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주로 유치원 높은반(5~6세) 아이들 위주로 진행한다. 두 달 동안 하루 종일 햇볕에 나와 준비하는 아이들에게는 고역의 시간일 수도 있다. 20분이란 시간 동안 손과 발, 표정과 동작, 소리까지 일사분란하게 맞춰야 하기에 부단한 연습이 필요하다. 연약한 아이들은 이 기간에 잠자리에서 오줌싸기도 일쑤다. 또한 평소에는 사탕, 과자 같은 간식이 주어지지 않지만, 이 기간 매스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는 이따금 우유를 주기도 한다. 물론 유료이다. 북한의 우유는 색이나 맛, 농도 면에서 한국의 두유와 비슷하다.
 
 어린이날 준비에도 은연 중 빈부격차가 드러난다. 웬만한 유치원에는 다 음악반이 있는데, 음악반 아이들은 이 운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자식이 햇볕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교실에서 노래연습 하는 것을 원하기에 음악반에는 대부분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소속되어 있다. 운동복 준비도 학부모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매스게임은 집체운동이기에 단체복을 입어야 한다. 선생님이 한 벌에 얼마라고 알려주면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옷값은 웬만한 사무원 월급 수준이다.
 
 사실 유치원, 학교의 교육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유치원에 입학할 때는 학습장 5권, 연필 10자루, 세수수건 1장, 세숫비누 1장을 의무적으로 내야한다. 거기에 난방비, 식비 등을 걷는 처지니 북한의 무상 보육·교육은 무너진 지 오래다. 힘들어도 귀한 자식이 유치원에 간다는데, 또한 이렇게라도 유치원에 맡기면 마음 편히 시장에서 장사라도 할 수 있으니 부모들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렇게 준비를 한 어린이날 당일에는 시내에 있는 경기장에 모든 유치원들이 모여 준비한 매스게임과 운동회를 펼친다. 매스게임과 운동회는 낮 12시면 끝나는데, 경기총화에 이어 순위를 발표하고 상품을 나눠준다. 모든 행사가 끝나면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행사를 마무리 한다.
 
소년단, 생애 첫 정치조직 … 집단의식 강화

북한이 기념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지난 2월 16일, 평양에서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열렸다.

북한이 기념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지난 2월 16일, 평양에서 조선소년단 전국연합단체대회가 열렸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는 아동절이 아닌 소년절이 어린이날을 대체한다. 소년절은 6월 6일로 정식 명칭은 조선소년단창립절이다. 소년단은 조직화가 필수적인 북한사회에서 아이들이 생애 처음 몸담는 정치 조직으로 만 7세부터 14세 학생이 가입하지만, 집체 입단방식은 아니다. 첫 입단은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 두 번째 입단은 김일성 생일은 4월 15일, 세 번째 입단은 소년절인 6월 6일이다. 우선 2학년 2학기 말 쯤 모범 학생들을 선발하여 입단을 시킨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아이들은 소년절에 입단을 하기에, 김정일·김일성 생일에 입단하는 모범 학생들은 이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긴다.
 
 소년단 의식에서는 지도원의 간단한 보고에 이어 학교장의 축하인사, 학생대표의 결의가 있다. 다음엔 모범학급이나 학생들에 대한 표창수여식이 이어진다. 흔히 북한에서 말하는 ‘영예의 붉은기학급’과 중앙·도·시·군인민위원회, 청년동맹 표창장이다. 이어 각 분단 별로 깃발을 앞세워 사열행진을 하고, 분단별 무도회를 갖는다. 최근 북한에서는 학생용 춤도 만들었는데 아동단가를 비롯한 아동가요에 맞춰 분단 별로 춤을 춘다. 단체로 행진을 하고 춤을 추는 과정에서 집체의식은 점차 강해진다. 이렇게 의식이 끝나면 학교에 따라 봄철소년운동회를 하기도 한다. 규율이 강하지 않은 학교는 행사 전에 운동회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획일적이면서도 획일성이 떨어지는 북한을 보고 있자면, 계획 구조가 많이 무너져 있음을 실감한다. 특히 북한의 교육정책이나 학교 준칙, 시험규정 등에 대해 탈북교사들의 발언이 일치하지 않고 가지각색인 것을 보면 북한 학교 현장이 정말 엉망진창이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아이들은 나라의 왕이다’라고 내세우는 구호와는 달리 북한의 아이들은 미래의 무게에 걸맞는 국가적 우대,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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