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0월 1일

특집 | 독일의 경험은? “동서독 ‘접경위원회’처럼 상설 대화 기구가 필수적이죠”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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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작은 통일, 남북 공유하천부터!
인터뷰 | 손기웅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독일의 경험은?
“동서독 ‘접경위원회’처럼 상설 대화 기구가 필수적이죠”

SR_ITV_201410_18Q. 독일통일 전, 동서독 접경지역에도 공유하천이 있었는지?

A. 그렇죠. 엘베강, 오더강, 나이셰강 등 동독의 주요 하천이 동부 및 서부의 인접국가로 흐르는 공유하천이었어요. 그 중 약 95%의 수량이 동서독 간 접경지역을 약 240회에 걸쳐 동독에서 서독으로 흘렀죠. 문제는 수은과 같은 중금속 물질과 염화탄산수소 등으로 오염된 하천수가 서독으로 유입되는 것이었어요. 동독에서 발생한 하천오염을 줄이고자 서독은 동독과 하천협력을 추진하게 된 것이죠.

Q. 동독에 의한 수질오염이 동서독 공유하천 협력의 시작?

A. 네. 예를 들어 통일 이전까지 동독의 공장에서 매년 3,500만t의 하수가 베라강과 베저강으로 방류되어 서독으로 유입된 것으로 평가되었어요. 1백년 만의 더위를 기록했던 1976년에는 가뭄으로 인해 베라강에서 1리터당 40g의 염화물이 측정되었는데, 이는 1리터당 약 18g을 보였던 북해보다 두 배 정도 염도가 강한 셈이죠.

베라강에 살고 있는 원초적인 미생물로부터 가장 상위의 소비자에 이르는 전 먹이사슬이 염화에 의해 영향을 받았어요. 물고기뿐만 아니라 먹이, 수초 등도 영향을 받았죠. 물속의 칼륨량이 1리터당 100㎎ 이상 될 때 물고기의 세포와 신경조직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어요. 1971년 11월에 15t의 물고기가 죽어 수면에 떠올랐고, 1973년 여름에도 역시 약 15t 정도, 그리고 1976년 10월에는 약 40t의 물고기가 죽었죠. 1920년대에는 수면 1헥타르당 200㎏의 물고기가 살고 있었던 반면 1985년에는 4~5㎏의 물고기만 생존하고 있었어요. 염화의 진행으로 베라강과 풀다강이 합류하는 지점에는 플랑크톤이 소멸하였고요.

수질오염은 당연히 서독지역 강 유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식수공급에도 영향을 미쳤어요. 서독 브레멘시의 경우 여름에 베저강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리터당 염화물 0.2g의 식수 기준을 수시로 초과함으로써 베저강을 1983년부터 식수공급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포기하기도 했죠.

Q. 동서독은 이러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고자 했는지?

A. 서독은 동독도 수질개선이 그들의 식수공급에도 중요하기 때문에 동독이 자체의 이해관계에 의해 협력에 긍정적으로 나올 것을 기대하였어요. 예를 들어 베저강과 관련 서독은 협상의 초기에 베저강을 탈염화 하려는 환경조치에 소요되는 재정부담을 ‘오염자부담원칙’을 강조하며 동독에 요구하였거든요. 그러나 동독은 서독의 주장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죠. 베저강의 염화 가운데 90% 정도의 책임이 있는 동독은 관련되는 국제협약이 없다는 이유로 서독의 요구를 거부하였거든요. 서독 정부는 진퇴양난에 빠진 겁니다. 왜냐하면 가동 중인 동독의 칼리공장이 서독의 접경지역에 가깝게 위치하여 피해는 지속되었고, 동독 정부는 ‘수혜자부담원칙’을 강력하게 요구하였기 때문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서독은 재정적인 지원을 하거나 기술을 이전하는 조건을 제시하여 동독과 협력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를 위한 비용은 서독의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가 협력하여 마련하였고요.

Q. 동서독의 공유하천 협력과정, 결과는?

A. 동서독 간 입장의 차이로 인해 협력은 제한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었어요. ‘접경지역에서의 손상 극복을 위한 기본원칙에 관한 서독 정부와 동독 정부 간 합의’(1973), ‘공유하천의 증축과 정리 그리고 그에 관련된 수경제 시설 원칙에 관한 서독 정부와 동독 정부 간 합의’(1973), ‘뢰덴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한 존네베르크(동독)시 하수의 배수 및 처리와 관련된 문제에 대한 규정에 관한 서독 정부와 동독 정부 간 합의’(1983) 등이 그것이죠. 동서독 간 수자원 관련 교류협력이 본 궤도에 접어든 것은 바로 ‘환경보호 분야에서 포괄적인 관계형성에 관한 동서독 정부 간 합의서’인 이른바 ‘환경보호기본협정’(1987)이 채택된 이후에요.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가 서독을 방문해 서명한 이 협정은 동서독은 물론 서베를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서, 환경보호와 관련된 모든 분야(하천보호, 대기정화, 산림훼손방지, 폐기물처리, 자연보호 등)에서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되었죠. 협력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학술회의 개최, 전문가 및 학자의 접촉 및 상호교환, 정보교환의 제고 등도 제시되었어요. 그러나 알다시피 협력이 본격화 될 그 시기에 동독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되었죠.

독일 작센 주의 주도인 드레스덴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엘베강의 모습

독일 작센 주의 주도인 드레스덴과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엘베강의 모습

Q. 동서독의 경험이 남북한에 주는 시사점?

A. 통일 이후 막대한 환경정화 비용을 부담하게 된 독일은 통일 이전에 비록 서독이 재정부담을 하더라도 수질개선을 포함한 환경정화 협력을 동독과 했었더라면 환경분야 통일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뒤늦은 후회를 했어요. 한반도에는 2개의 공유하천, 임진강과 북한강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고 있죠. 남한이 지형적으로 하류지역에 위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질관리, 홍수방지 등 협력조치에 의해 북한보다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남북협력 시에 재정적, 기술적 인센티브를 북한에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에요.

한편 동서독은 공유하천 협력과 관련 제도적으로 상설된 ‘접경위원회(Grenzkommission)’를 활용하여 대화를 지속할 수 있었어요. 접경선의 구획뿐만 아니라, 접경선에 위치한 수자원을 포함한 각종 자원을 상호이익이 되도록 활용하거나,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여 가깝게는 인근 주민들, 멀리는 동서독의 이해에 부합하도록 하는데 접경위원회가 기여하는 바가 컸죠. 공유하천과 관련한 남북협력을 위해서도 이러한 상설적인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요.

한반도 공유하천과 관련된 남북협력사업에 우리가 북한에비용분담을 위해 지원을 할 경우에는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역할분담이 필요해요. 공유하천 관련 남북협력으로 발생될 유무형의 혜택을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강 유역에 위치한 주민과 지역이 협력에 필요한 지원에 적극적이야 할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죠. 그러나 협력사업이 국가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인 만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사회 간에 유기적인 협조체제의 구축 속에 이루어져야 함도 물론입니다.

동서독 간에 합의된 내용을 살펴보면 매우 세부적으로 접근하였음을 알 수 있어요. 협력내용과 방법, 작업지역, 작업인력의 활동 범위는 물론 이들에 대한 구호조치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초기부터 동서독 대표들은 협력 관련 사항을 가능한 한 문서로 규정하고자 했죠. 공유하천 관련 남북협력 시에도 이와 같이 필요하고 발생 가능한 여러 사안에 대하여 합의문을 작성함으로써 협력을 원활하게 진행시킴과 동시에 지속적, 제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Q. 남북 공유하천 협력과정의 전망?

A. 동서독 간 공유하천 분야의 교류협력은 기본적으로 동서독 간의 정치적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았어요. 동서독 간 협력을 명시한 기본조약의 체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긴장관계의 조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교류협력은 이루어질 수 없었죠. 1987년 동독 공산당 서기장 호네커의 방문 시 합의된 하천협력을 포함한 ‘환경보호기본협정’의 체결이 관련 협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된 사실에서 알 수 있듯 결국 남북 하천협력도 남북 간 정치적 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봐요. 따라서 공유하천 관련 남북협력도 전반적인 남북관계와 분리된 것이 아닌 한 부분으로 고려될 수밖에 없음을 전제할 때 정치·군사적 긴장관계의 해소를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바탕 위에 공유하천 협력이 함께 논의되는 것이 협력의 실천성을 높이고 협력의 내용을 질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봐요.

이동훈 / 본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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