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0월 1일 0

중국, 북한체제와 대북관계 안정화 기조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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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 북·중수교 65주년
중국, 북한체제와 대북관계 안정화 기조 유지

 
 
 시진핑 정부 등장 이후 중국의 북한 및 북핵 정책 변화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북·중관계가 외형상 갈지자 행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자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했고, 양국은 지도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방문에 즈음하여 북한 국방위원회는 중국을 비난했었다. 그런데 시 주석은 지난 4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재추대에 축전을 보낸 데 이어 다시 북한 정권수립 66주년(9월 9일)에 즈음하여 축하 전문을 보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북·중수교 65주년(10월 6일)을 앞두고 소원했던 양국관계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처럼 북·중 양자관계에 나타나고 있는 상반된 현상에 주목할 경우 중국의 대북정책과 북·중관계를 판단하는 데 적지 않은 혼선을 야기하게 된다. 그런데 중국의 가파른 부상과정을 고려할 때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부상, 대외전략, 그리고 대미정책과 미·중관계의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이기 때문에 유동적이라는 내재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정책과 북·중관계의 변화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북·중 양자관계 자체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이들의 주요한 독립변수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우선될 필요가 있다.
 
중국, 한반도를 운명공동체로 인식

지난 2009년 10월 6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북·중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지난 2009년 10월 6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북·중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

 중국의 주변 외교는 가파른 부상과 함께 기존의 안정적인 주변 안보환경 조성을 위한 피동적 외교에서 국제적 영향력과 위상 제고를 함께 고려하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외교로 이행해 가고 있다. 예컨대 기존의 안정유지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주권 수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핵심이익론을 내세워 주권과 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외교 전략의 변화는 중국의 한반도 인식과 정책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중국에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단순히 현상유지적 안보환경의 대상을 넘어서 영향력 확대의 대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의 재균형전략, 미·일동맹의 강화, 일본과의 세력 경쟁 등 일련의 과정이 진행되면서 영향력 확대의 대상으로서 한반도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뿐만 아니라 한국과의 전략적 관계 중요성도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요컨대 중국에 있어 전통적 의미의 북·중관계는 약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부상을 위한 주변국 외교 차원에서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는 또 다른 차원에서 ‘운명공동체’임을 강조할 만큼 중국의 부상과 관련 중요한 외교 대상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 한국과의 관계개선 못지않게 북한과의 관계 안정화 또한 여전히 중요시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체제의 안정성과 미래에 대한 인식에서 여전히 한국, 미국 정부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재 김정은 체제는 안정적이며 장기간 지속될 수 있는 내구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중국의 희망을 내포한 평가라 할지라도 이러한 희망은 중국의 정책 의지에 투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존의 ‘북한체제 안정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게 한다.
 
 한편 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한국,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한반도 불안정의 원인이 전적으로 북한, 북핵에만 있지 않다는 인식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 예컨대 최근 한반도 긴장의 일부 책임은 한·미군사훈련에도 있으며, 따라서 중국은 여전히 “관련 당사국이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냉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당사국은 항상 도발을 야기하는 북한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사실상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한국과 미국을 더 의식하며 겨냥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대북 인식에 일정한 변화가 있지만, 중국의 대북정책이 변화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 즉 중국의 부상일정, 동아시아 질서의 재편, 미·중관계, 한·중관계 등에는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재균형전략, 미·일동맹 강화 등으로 기존 인식을 강화시키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고 도발의 강도에 비례하여 중국도 보다 강도 높게 대응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북한체제의 안정적 관리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왼쪽)이 리수용 북한 외무상과 악수하고 있다.

‘중국 역할론’ 재검토 필요 … 한국 주도권 강화해야
 
 중국 정부가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이전보다 강도 높게 북한을 비난하고 있으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중국은 기존의 북핵 3원칙에서 근본적인 변화는 없다. 왕이 외교부장이 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회의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에서의 레드라인은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혼란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언급한 데서 중국은 여전히 ‘북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보다는 ‘한반도의 안정을 위한 비핵화’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재확인 할 수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반도 정책에서 남북한에 대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측면을 고려할 때 최근 한·중관계가 호전되고 있는 반면, 북·중관계는 위축되어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러한 불균형의 상황을 조정할 필요성이 부각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장성택 사건 등으로 초래된 국제사회의 차가운 시선을 빠른 시일 안에 전환시키는 데 있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중국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의 중국에 대한 기대와 의존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역으로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에 대한 또 하나의 지렛대를 확보하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북핵문제 해결에서의 ‘중국역할론’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만일 중국 주도로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면, 또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의 연착륙이 진행된다면 이것이 한국이 희망하는 한반도의 미래 청사진과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며 그러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고민 속에서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논의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국은 북·중관계에서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오히려 현재 북·중 간의 미묘한 과도기적 상황이 한국의 역할과 입지를 확장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인식하고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통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강화해갈 필요가 있다.
 
 
이동률 /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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