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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 ‘녹두묵’ 해독·해열에 식욕도 자극 … 영양만점 별미 2014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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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맛지도 26 | ‘녹두묵’ 해독·해열에 식욕도 자극 … 영양만점 별미

CS_201410_68 황해도는 녹두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라 그만큼 녹두 음식이 발달된 곳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사리원과 해주에서 보았던 파란 녹두묵과 녹두묵물이 생각난다. 특히 녹두묵물로 오이냉국을 만들어 파랗고 야들야들한 녹두묵을 썰어서 띄워 먹었던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호텔에서나 먹을 수 있어 … 주민들 꿈도 못 꿔

일명 청포라고도 불리는 녹두묵은 매끄러우면서도 소화가 잘되고 담백한 맛이 있어 가정에서 명절 때나 대사 때에 반드시 만들어먹는 음식의 하나로 동맥경화와 변비 등을 방지하며 각종 약물 중독과 술독 등 독풀이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배급제 시절에는 황해도 녹두 산지 사람들도 녹두묵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농민들은 국가경영에 의해 계획농사를 짓게 되고 국가가 허락한 작물만 심을 수 있어 녹두 같은 기호작물은 잘 심지 않았다. 기호작물보다는 옥수수를 많이 심어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다보니 녹두 같은 작물은 농장에서도 특수작물로 취급하여 조금씩 심어 특수계층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변해갔다.

내가 살았던 혜산지역에는 김씨 부자의 음식을 따로 만들어 진상하는 식품회사가 있었는데 이곳의 이름을 사람들은 구리고(910)라고 불렀다. 이곳은 호위총국에서 관리하는 특수직장인데 대외적으로는 아비산연구소라고도 부른다. 친구가 이곳에서 일을 해서 가본 적이 있지만 공장 안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그곳은 무장 보초가 24시간 서고 공장 둘레도 산으로 둘러막히고 담장이 너무 높아서 일반인들은 철저하게 진입이 차단되는 곳이다.

그곳에는 북한에서 가장 좋은 자연수가 나오기 때문에 공장을 지었다고 한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식품은 백두산 들쭉술과 오가피술, 단너삼술, 량강주와 같은 술 종류와 당면을 만드는데 감자당면과 고구마당면, 녹두당면 등이 생산된다. 이 세 가지 당면 중에 가장 고급은 녹두당면인데 북한사람들 대부분은 녹두당면이 세상에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녹두당면은 김씨 부자에게만 진상되는 그야말로 특산품 중에 특산품인 것이다.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녹두당면으로 음식을 차려 식사를 대접하거나 또는 녹두당면을 선물하면 그 어떤 비싼 물건보다 가치 있는 뇌물이 될 수 있다. 미국에 있는 가족을 찾을 때도 녹두당면을 뇌물로 활용해 효과를 보았다. 평양에서 아주 잘 산다는 사람들도 당면 같은 것은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감자 전분으로 만든 당면도 구경이 어려운데 그 귀한 녹두전분으로 만든 녹두당면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이런 특별음식을 먹어 볼 수 있다는 것은 음식의 맛을 떠나서 상당한 신분 과시의 쾌감을 주기 때문에 1차적 기능은 배고픔의 해결을 뛰어넘어 엄청난 심리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개인장사 성행하자 시장에 나와

녹두묵은 황해도 지방이나 호텔에 가야 먹어볼 수 있는 음식인데 북한에서 일반사람이 어떻게 호텔 문턱이라도 밟아 보겠는가? 호텔 요리사를 친구로 두었던 덕분에 녹두묵을 먹어 볼 수 있었으며, 배급제가 중단되고 개인장사가 성행하게 되자 황해도 지방에 그곳 특산물인 녹두묵이 시장에 들어서 황해도에 여행을 갔다가 시장에서 한두 번 녹두묵을 먹어 본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남한에 와서 학교에서 조리실습 강의를 하면서 보니까 남쪽에는 아예 녹두묵 자체가 없는 것 같았다. 실습용 재료를 구입하면서 녹두묵을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동부묵을 가져다가 녹두묵이라고 하는 것이었다. 남한의 시장에는 진정한 녹두묵이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북한에서도 귀했던 녹두가 여기에서도 구하기 힘들다니, 언제쯤 진짜 녹두묵을 먹어볼 수 있으려나.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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