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1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교복패션의 완성은 패딩? 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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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23 | 교복패션의 완성은 패딩?

한국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예의가 밝은 것 같다. 머리 숙여 인사할 줄 알고,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어렵지 않게 하는 모습을 보면 교양을 잘 했다고 보여진다. 학생 교양은 학교교육, 사회교육, 가정교육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깔끔하게 교복을 차려 입고 인사하는 모습은 더욱 밝게 느껴진다. 학교별로 다른 교복을 입고 있기에 ‘아, ○○학교 학생이구나.’하는 유추도 쉽게 할 수 있다.

반면 북한은 학생 교복에도 체제가 배어있는 것 같다. 유일사상과 유일적 영도체제를 고집하는 북한은 교복디자인도 유일하다. 평양이건 산간마을이건 전국의 교복은 똑같다. 한국처럼 지역, 학교, 계절에 따라 디자인이 다르지 않다. 북한은 소학교(초등학교)부터 교복을 입어야 한다. 1~2학년은 아무 옷이나 입어도 상관없지만 3학년부터는 조선소년단이라는 정치조직체에 가입하기에 무조건 교복을 입어야 하는데 소학교, 중학교도 교복 디자인이 같고, 남녀 구별에 사이즈만 다를 뿐이다. 계절별로는 윗옷을 흰 와이셔츠와 자켓으로 바꿔 입는 것이 봄-여름 교복, 가을-겨울 교복을 나타낸다.

북, 전국 학생 똑같은 교복 … 옷에도 체제 배어있어

북한 중앙식물원을 찾은 학생들이 식물 관찰 학습을 하는 모습

북한 중앙식물원을 찾은 학생들이 식물 관찰 학습을 하는 모습

북한의 교복은 우선 국가에서 공급한다. 1950~60년대에는 유상공급이던 것이 1970년대 들어서며 무상공급으로 바뀌었다가 재정난으로 1980년대 후반 다시 유상공급으로 회귀했다. 이마저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며 공급이 중단되었다. 유상공급이라 봐야 국정가격이기에 상당히 저렴하며, 공급주기는 3년이다.

교복 공급하던 때를 떠올리면 우스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공장에서는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5cm 정도 여유를 주어 재단한다. 전국 학생들의 키와 몸을 계측하여 시, 군, 도에 제출하고, 그것을 다시 중앙에 제출해서 공장들에 주문이 들어가다 보니 이 과정이 보통 반년 정도 걸린다. 이 사이에 아이들은 부쩍 많이 자란다. 특히 사춘기에 있거나 성장이 빠른 애들은 더 많이 자란다. 이러한 시차를 고려해 국가에서 여유를 두고 재단을 맡기지만 교복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담임 선생님이나 부모들의 욕심으로 사이즈가 또 늘어난다. 그러다 보니 막상 교복을 받아들면 어떤 애들은 너무 커서 바지가랑이를 둘둘 말아야 되고, 어떤 애들은 너무 딱 맞거나 심지어 작은 애들도 있다. 예전에는 중앙에서 원단을 일률적으로 공급했는데 최근에는 도 단위로 마련한다. 중앙에서 원단 견본을 주면 그 견본대로 재질과 컬러를 맞춰 중국에서 사오기도 하고 일부는 비용을 지불하고 중앙에서 원단을 공수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교복이 공급될 때 가방과 신발도 함께 나눠줬다. 그러나 요즘은 가방은 아예 없고, 신발만 간간히 나온다. 북한은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한두 달 신으면 구멍이 나는 게 다반사다. 시내 학교 아이들은 이 질 나쁜 신발을 신으려 하지 않는다. 물론 빈부격차가 심한 북한에서 농촌, 광산지역의 아이들은 이마저도 없어서 못 신는다.

내가 살던 지역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밀수품이 많았다. 값싼 국영상점에는 상품 자체가 없고, 시장에는 새롭고 세련된 신발이 계절에 따라 가격에 따라 진열된다. 아직까지 가방은 학생용으로 쓰는 검정색의 일률적인 모양을 사용하는 것이 고정된 인식이지만 신발은 유행에 민감하다. 보통 중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은 슬슬 멋을 부리기 시작할 때라 남학생들은 구두를 신으려 하고 여학생들은 굽 있는 구두를 선호한다.

남학생들은 머리카락이 1cm를 넘으면 안 된다. 2000년대 초반 내려진 이 지시는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머리를 자주 감지 못하는 아이들 머리에 벌레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생님들이 보기에도, 부모들이 보기에도 까까머리 아이들의 모습이 우스웠지만 아침마다 소년단, 청년동맹 지도원과 담임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머리가 길면 가위를 들고 소리치느라 바빴다.

여학생들의 머리 길이는 귀 밑 1cm였지만 너무 길지만 않으면 허용했다. 머리핀도 너무 요란하지만 않다면 허용하는 수준이었다. 규정대로의 길이라면 머리를 묶지도(꽁지머리), 양갈래로 땋지도(양태머리) 못하겠지만 이런 머리모양의 아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것도 중학교 3학년 정도 되면 촌스럽다고 묶거나 단발머리를 했다.

통굽신발·몸매동복·오리털 패딩, 북한 패션왕?

북한의 겨울은 유독 춥기 때문에 11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는 겉에 패딩이나 점퍼를 입고 교복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간혹 소년단지도원이 수업 전이나 쉬는 시간에 교실로 들어와 교복 착용여부를 체크하거나, 소년단 열성자들을 동원해 단속하고 학급별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전국적으로 똑같은 교복을 입는 북한 학생들 사이에도 엄연히 유행이 존재한다. 학교에 올 땐 교복을 입지만 오후 과외시간이나 쉬는 날엔 그들만의 유행이 있다. 여학생들 사이에는 통굽신발과 몸매동복, 여름에 유행하는 티셔츠와 겨울에 유행하는 오리털 패딩이 있다. 고학년 남학생들은 한국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과 비슷한 부장동복이 유행이었다. 시장화가 확산되고 외부문물을 접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의식도 많이 달라졌다. 유행을 따라가고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물론 한국 학생들 사이에 고가의 패딩이 유행하면서 부러움이 부모들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사회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단순히 부러움에서 그칠 뿐이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표방한다는 북한. 유행이 번지고 경제적 능력이 이를 드러내는 사회가 되어감에도 이를 제지하기는커녕 사회적 문제의식조차 없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구조적 모순을 크게 느끼게 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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